류재근 박사 칼럼

구제역 초기 방제가 시급하다

▲  류 재 근 박사

·본지회장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사)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한국환경준설학회 고문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가축 위생관리 소홀로 인한 구제역이 재발됐다. 소와 같이 되새김질하는 동물과 돼지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구제역이 경북 의성군 돼지농장에서 3년 3개월 만에 발생, 돼지 600마리가 살처분됐다.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조속히 예방 조치하고 구제역 발생원인에 대한 역학 조사 등에 철저를 기해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구제역 재발로 인해 지난 5월 세계 동물 보건기구(OIE)로부터 획득한 구제역 청정국의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2011년 구제역 발생시 소, 돼지 350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등 강력한 특별방역대책 실시로 어렵게 얻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잃게 됨에 따라 축산물 수출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은 축산 농가들의 구제역 백신접종 관리에 소홀했던 관할 지자체와 가축들의 예방 접종에 소홀했던 축주로 인해 복합적으로 발생한 인재(人災)이다. 예방 접종 뿐만 아니라 축산 농가의 위생관리 실태에 대한 감독도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구제역 4천429개소, AI(조류) 203개 매몰지의 관리 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2011년 구제역 발생 후 3년이 경과된 상태지만, 대부분의 매몰지에서 가축사체의 분해가 지연되어 아직도 침출수가 발생할 수 있는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해 매몰지의 차수막이 훼손되어 침출수가 유출되면 주변 환경이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 초 발생한 AI 매몰지에서는 그 동안의 매몰방식과 다르게 대부분 플라스틱(FRP)통에 넣어 땅에 묻는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일부 AI 매몰지에서 사체를 담은 FRP통이 찌그러지거나 한쪽으로 기우는 현상이 발생했다. 원인은 강우(降雨) 시 원활하지 못한 배수관계로 인해 토사가 붕괴되어 우수(雨水)의 쏠림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마철 폭우로 인해에 사체를 매몰한 FRP통이 파손되고 기울어져 내용물이 유출된다면 큰 재앙이 될 것이다.

또한, 집중호우로 인해 기존 매몰지의 시설물이 파손될 경우 빗물이 매몰지 안으로 스며들 수 있고, 빗물로 양이 불어난 침출수가 배수관을 넘쳐흐르게 되면 침출수로 인해 인근 토양이나 강을 오염시킬 수 있다. 특히 매몰지 주변에 언덕 등 경사면이 있을 경우에는 더욱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언덕 밑에 매몰지가 있을 경우 언덕을 타고 내려온 빗물이 매몰지로 한꺼번에 몰려 비닐 등 차수막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매물지의 배수상태를 점검하고 원활하게 배수가 되도록 철저히 정비해야 하며, 토사붕괴 우려지역은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막(비닐 등)으로 덮는 등 매몰지의 실정에 맞게 적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매몰지 주변을 수시로 점검해야 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여름철 내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여름철 매몰지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비다.

시기적으로 매몰지의 자원순환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 기존에 조성된 매몰지는 2차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며, 매몰지에 잔존하고 있는 가축사체와 구제역, AI로 인해 발생하는 살처분 사체는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위생처리하여 자원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워터저널』 2014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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