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익 훈 / 한국환경공단 하수도지원처장



“2020년까지 물 재이용량 25억4천만㎥로 증대”

약 7조 원 투자…빗물·중수도·하수처리수 재이용에 집중
물 재이용 기술개발 위한 지원 강화·과학적 관리기반 구축


part 01. 한국 물의 재이용 현황 및 정책 방향

▲ 최 익 훈 / 한국환경공단 하수도지원처장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강수량은 1천245㎜로 세계 평균(880㎜)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하지만 1인당 연간 강수량은 2천591㎥으로 세계 평균(1만6천635㎥)의 1/8 수준이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적은 편이다. 연강수량의 2/3가 홍수기인 6월~9월에 집중되어 계획을 수립할 때 애로사항이 있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수자원량은 연간 1천300억㎥로, 증발산으로 손실되는 544㎥(42%)를 제외하면 사용가능한 물의 양은 753㎥(58%)이다. 이 753㎥ 중에는 지하수 충진량 37㎥(3%), 강으로 흘러가는 빗물 108㎥(8%), 댐 저수량 188㎥(10%)에 사용되는 물이 포함되어 있으며, 나머지 420(32%)㎥은 특별히 사용되지 않고 바다로 흘러들어 가게 된다. 연간 1천300억㎥를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사용하는 양은 335㎥에 불과하다. 전체의 21% 정도만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공급 위주서 수요관리 중심 정책 전환

한국의 물 재이용 정책 추진 경과를 살펴보면, 물 부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2000년 3월 ‘물 절약 종합대책’ 수립을 추진, 공급 위주에서 수요관리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2001년 「수도법」을 개정, 물 수요관리 기반 마련을 위해 지자체별 ‘물 수요관리 종합계획’ 및 ‘물 수요관리 시행계획’의 수립을 의무화했으며, 일정 규모 이상 시설물의 빗물 및 중수도 설치를 의무화했다.

「하수도법」도 같은 해에 개정됐다. 하수도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공공하수처리시설에 방류되는 처리수의 재이용 계획 및 재이용 시설의 설치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명시했다.

‘물 절약 종합대책’의 성과평가 결과에서 도출된 문제점을 보완 하고 새로운 수요관리 정책추진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2007년 9월 ‘국가 물 수요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이후, 하수처리수 재이용 시범사업을 확대 시행했다. 2006∼2010년 기간 중 2천649억 원을 투자해 39개 처리장을 대상으로 103만9천㎥/일 재이용을 추진했으며, 2009년 하수처리수 재이용 공업용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6월에는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오수·하수처리수 및 폐수처리수를 재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물 재이용량 12억㎥…물 사용량의 3.6%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물 재이용량은 12억㎥로 수자원 총사용량(337억㎥)의 3.6% 수준이다. 빗물이용시설은 630개소(서울 386개소, 경기도 81개소, 경상남도 34개소, 제주 32개소 등)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재이용 규모는 829만5천㎥ 이다.

빗물 재이용 사례로, 서울 광진구의 스타시티 빌딩은 연간 1천504㎥의 빗물을 재이용해 조경용수, 세척용, 화장실용수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수원종합운동장(10만㎥), 서울 가든파이브(2만9천200㎥), 인천 문학야구장(2만㎥) 등에도 빗물이용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중수도 재이용시설은 364개소(경기도 88개소, 서울 73개소, 경상북도 51개소 등)가 운영되고 있으며, 연간 재이용량은 3억2천465만4천㎥이다. 생활하수 재이용시설 중 하나인 인천국제공항은 하루 8천㎥의 물이 기계설비 냉각, 세정용수, 공항활주로 주변 잔디관리용수, 화장실 세정용수, 골프장관리 용수 등에 사용된다.

하수처리수 재이용은 5천㎥ 규모 이상의 처리장에서는 10% 이상을 재이용하도록 의무화시켰다. 2012년 기준으로 하수처리수 재이용은 8억7천㎥ 수준으로 12% 정도가 재이용되고 있다.

초창기에는 하수처리장의 세척수, 냉각수, 청소수로 사용됐고, 초기에는 수요처 발굴이 어려워 하천유지용수, 농업용수 등으로 많이 사용됐다. 2012년부터 정부에서 패러다임을 전환, 적극적인 수요처 확보에 나서 공업용수 재이용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업용수로 재이용, 민간투자 활성화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례로 먼저 경북 영덕의 폐수처리장을 들 수 있다. 시설용량은 1만3천㎥/일 규모의 처리장인데, 5천400㎥ 정도를 재이용하고 있다. 그 결과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
2010∼2012년 390만 달러를 투자, 한 달에 2천 달러 정도가 절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액 민간 투자로 한다면 어려운 수치이나, 정부에서 국고를 지원하는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현대제철에서 자발적으로 먼저 제안해서 추진한 사업이다. 35만㎥/일 규모의 처리장에서 재이용을 통해 하루 1만6천㎥을 냉각수로 사용하고 있다. 550만 달러를 투자, 1달에 20만 달러를 절약하고 있어 대표적인 민간투자사업 성공사례로 볼 수 있다.

포항 하수처리수 재이용 프로젝트는 BTO(Build-Transfer-Operate, 수익형민간사업) 방식으로 추진,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다. 포항 하수처리수 재이용 공업용수 생산시설 사업 추진을 위해 재이용 공급관로 11.7㎞와 깨끗한 물 공급을 위한 설비이다.

포스코 국가산업단지의 물 부족을 해소하고 물 값이 비싼 철강산업단지에 깨끗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어 용수부족 해소는 물론, 생산성 향상 등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폐수처리수 재이용 사례로, 대구 달성산업단지 폐수종말처리장에서는 하루 1만1천500㎥의 폐수를 재이용, 주변에 있는 기업에 공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업용수를 사용할 때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는 포항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은 포스코 국가산업단지의 물 부족을 해소하고 물 값이 비싼 철강산업단지에 깨끗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공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어 용수 부족 해소는 물론, 생산성 향상 등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포항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조감도.

 2020년까지 총 7조 원 투자
 
지난 2011년 9월 국가 물 재이용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빗물, 중수도, 하·폐수를 모두 포함한 물 재이용량을 연간 25억4천만㎥로 증대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약 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분야별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빗물(50%), 중수도(10%), 하수처리수(39%)에 집중적으로 투자된다. 국비(32%), 민간투자(33%), 지방비(35%) 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특히, 공업용수의 경우 민간투자를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빗물이용시설, 중수도 등 물 재이용 시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물 재이용시설 설계 및 유지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 제공했다. ‘물 재이용시설 설계 및 유지관리 가이드라인’은 주로 빗물이용시설, 중수도,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의 계획수립, 설계, 유지관리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법적 수질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았던 빗물 이용 시 수질기준 권고(안)과 지난 7월 16일 새로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빗물 이용시설 설치 의무화 대상으로 추가된 공동주택과 학교, 「유통산업발전법」 제2조제3호에 따른 대규모 점포, 골프장의 법적 대상 범위 및 빗물 이용시설의 규모 산정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중국·일본과 함께 2010년부터 동북아 표준협력포럼(NEASF)을 통해 하수처리수 재이용과 관련된 국제표준(ISO) 개발·제안 등의 국제 협력을 강화해오고 있다.

 

물 재이용시설 과학적 관리기반 구축

도시화에 의한 불투수면 증가와 홍수 방어 위주의 하천 개수는 유출 속도를 증가시키고 우수의 토양층 침투를 막아 도시지역 건전한 물 순환의 장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체계적인 물 재이용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유역 내 물수지 분석과 수요관리 및 합리적인 물 재이용 계획 추진이 필요하다.

이에 유역 물 이용 조사 및 모니터링 시스템과 물 재이용 계획·평가·운영을 위한 통합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장래 용수수요 증가에 대비하여 자연·인공적인 대체수자원을 적극 개발·보급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물 순환이용체계를 구축할 수 있고, 수질오염에 큰 영향을 주는 하수 배출부하량 저감효과가 기대된다.

새로운 물 재이용 기술 적용을 위해 용도별 맞춤형 물 재이용 시스템을 개발하고, 선도형 녹색 원천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IT 융복합 사업과 연계한 스마트 물 재이용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분리막 제조 및 모듈화 기술, 최적화 시스템 개발 등에 대한 R&D 강화 및 원천기술 확보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물 재이용 기술개발을 위한 범정부적 지원도 강화된다. 개발 기술의 실용화 장려를 위한 테스트베드(Test Bed)가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초광역적·범정부적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시행으로 물 재이용 분야의 전문적인 산업기술 인력의 확충과 기술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물 재이용 기술인력에 대한 자격 및 교육프로그램 역시 미흡하다. 이에 물 재이용 산업기술 인력 전문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 IT 융복합 사업과 연계한 스마트 물 재이용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분리막 제조 및 모듈화 기술, 최적화 시스템 개발 등에 대한 R&D 강화 및 원천기술 확보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사진은 제주시 하수처리장(왼쪽) 및 광주과학기술원(오른쪽)에 설치된 물 재이용 멤브레인 장치.

[『워터저널』 2014.4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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