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인공저수, 안정적·안전한 용수 공급에 필수”


저수시설 네트워크 구축, 수량 부족·수질오염 등 물 문제 해결책
세계 대도시, 대규모 물 확보 위해 상수원을 인공저수시설에 의존


▲ 김 동 욱

•한국환경평가전략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우리나라의 가용 수자원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1천300억㎥ 수준이다. 그 중 하천유출량은 66%에 해당되는 860억 톤이고, 증발산량은 440억㎥이다. 하천유출량 중 평시유출량은 400억㎥이고, 홍수유출량은 460억㎥이다. 홍수유출량 중 댐 등 인공저수시설에 의해 저수되는 양은 142억㎥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연간 가용수자원의 양은 542억㎥로, 연간 총 강수량의 42%이다.

우리나라의 생활용수, 공업용수 및 농업용수의 3대 용수의 연간 사용량은 각각 70억㎥, 15억㎥, 150억㎥로 총 235억㎥이다. 3대 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댐의 연간저수량은 114억㎥로, 생활용수와 공업용수의 연간 수요량 85억㎥를 공급하고, 나머지 29억㎥는 농업용수 등의 용도로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강수는 여름철 6∼8월에 집중되어 있고, 지하수를 함양할 수 있는 대수층의 발달이 빈약할 뿐만 아니라 급한 경사로 인한 빠른 유속으로 평시유출량의 이용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 강수의 집중현상이 점점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강수의 집중강도가 커지면 같은 양의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더 크고 많은 인공저수시설이 필요하게 된다.

인공저수시설, 수자원 관리 필수요건

댐 등 인공저수시설에 의한 수자원 관리는 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특히, 대도시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경우에는 인공 저수시설은 수량을 확보하고 수질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되고 있다.

미국 뉴욕시의 상수원은 20개의 저수지와 3개 조정지 및 4개 저장저수지로 구성된 총 27개 저수시설과 총 연장 613㎞에 달하는 13개 하천, 7개 도수로 및 4개 도수터널로 구성되어 있다([그림 1] 참조).

 
뉴욕시의 상수원수는 저수지와 조정지 및 저장저수지를 거치면서 충분한 시간 동안 수질오염물질의 침전·분해·휘발 등 자연적인 정화작용에 의해 별도의 정수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수돗물로 시민에게 공급되고 있다. 다만, 뉴욕시는 2년마다 환경보호청의 ‘여과 불필요 결정(NFD, No Filtering Determination)’을 받도록 되어 있다.

LA(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미국 서부지역의 상수원 체제도 인공저수지설 및 도수로로 구성되어 있다. 후버댐의 미드호에서 흘러온 물을 하바수(Havasu) 저수지 등 인공호에 저수한 다음 콜로라도강 대수로 등을 통해 수요처에 공급하고 있다.

▲ LA시를 포함한 미국 서부지역의 상수원 체제는 인공저수지설 및 도수로로 구성되어 있는데, 후버댐(사진)의 미드호에서 흘러온 물을 하바수 저수지 등 인공호에 저수한 다음 콜로라도강 대수로 등을 통해 수요처에 공급하고 있다.
호주 멜버른 시의 상수원 체제도 인공저수시설 및 도수로로 구성되어 있다. 멜버른 시의 상수원은 상류 9개의 호소 군과 중류의 64개의 단기저수기능호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수로 총 연장은 1천300㎞이다([그림 2] 참조).

 
영국 런던 시의 상수원은 테임즈강과 리강에 건설된 인공호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본 동경 시의 경우에도 타마강의 오쿠타마댐, 토네강 나라마타댐 등 6개 댐으로 구성된 상수원에서 하루 440만㎥의 용수를 취수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의 모든 대도시들은 상수원수의 수량과 수질을 확보하기 위해 자연적인 저수시설과 수로를 인공적인 저수시설과 도수시설에 의해 보완·보강하고 있다.

저장저수지 건설로 수량·수질 확보

저장저수지(Storage Reservoir)란 흐르는 강물을 양수하여 저장하는 저수지를 말한다. 저장저수지의 저수시설로서의 특성 중 하나는 집수유역이 없기 때문에 수질오염원이 없는 저수시설이라는 점이다. 저장저수지에 저장된 물은 체류기간 동안 자연적인 침전·분해·휘발 등의 작용에 의해 정화된다.

이와 같이 저장저수지에 의해 흘러가는 강물을 양수·저수함으로써 가용 수자원의 양을 늘릴 뿐만 아니라 자정능력에 의한 수질개선 및 수질오염사고 방지 등 2중, 3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구광역시의 경우 매곡취수장과 문산취수장에서 양수한 하루 약 50만㎥의 상수원수를 기존의 운문댐이나, 저수량을 늘린 공산저수지 또는 가창저수지에 저장하여 저수용량에 따라 일정기간 자연정화한 후 사용하면 수질오염사고에 안전할 뿐만 아니라 현재보다는 훨씬 좋고, 안정된 수질의 상수원수를 확보할 수 있다.

상수원수 문제 해결할 수 있는 방법

공산저수지나 가창저수지, 운문댐과 같은 기존 저수시설의 용량을 늘리거나, 거리 등 기술적·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경우에는 적지를 찾아 새로운 저장저수지를 건설할 수 있다. 이것은 대구광역시가 수질오염사고에 안전하고, 좋은 수질의 상수원수를 얻기 위해 한강유역의 충주호 등의 물을 구걸하지 않고 상수원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500만㎥ 규모의 저장저수지가 있을 경우 대구광역시는 10일간 자연 정화된 상수원수를 매일 50만㎥씩 공급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예는 부산광역시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부산광역시는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에 무방비 상태인 낙동강의 표류 수에 상수원수의 90%를 의존하고 있다. 이것은 대구광역시 등을 포함한, 낙동강 유역의 주민 1천200만 명이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에 항시 노출되어 있는 상수원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저장저수지의 건설은 한강유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한강유역의 경우 팔당호의 수질은 영원히 1등급으로 개선될 수 없고, 개선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원 낭비와 사회적인 갈등 등의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현재의 팔당상수원을 충주호와 소양호로 이전하는 방안이 있고, 그와 병행하거나 대체하는 방안으로 적정한 위치에 저장저수지를 건설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중·하류의 수질이 좋지 않은 금강과 영산강의 경우에도 저장저수지의 건설은 충분한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

▲ 대구광역시의 경우 매곡취수장과 문산취수장에서 양수한 하루 약 50만㎥의 상수원수를 기존의 운문댐(사진) 등 저수용량에 따라 일정기간 자연정화한 후 사용하면 수질오염사고에 안전할 뿐만 아니라 현재보다는 훨씬 좋고, 안정된 수질의 상수원수를 확보할 수 있다.
저수시설의 네트워크 구축 필요

우리나라는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의 위험성이 큰 중·하류 하천에서 대량의 상수원수를 취수하는 세계 유일의 나라다.

세계 주요 대도시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대량의 깨끗하고 안전한 상수원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연적인 저수시설 외에 인공저수시설에 의한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보완기능은 저수시설의 네트워크에 의해 완성된다.

저수시설의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수량부족과 수질오염, 수질오염사고 등 주요 물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저수시설의 네트워크를 통해 자연 호소, 인공 댐이나 저수지, 하천 등 어느 곳에서나 취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각 저수시설의 수량과 수질 상황에 따라 적정량을 배분하여 취수함으로써 수량과 수질 문제가 최적해(最適解)의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

우리나라 물 관리는 △중·하류 하천에서 상수원수의 대량 취수 △댐 등 기존 저수시설의 활용 미흡 △저장저수지 등 필수 인공저수시설의 부족 △저수시설 네트워크의 부재 등으로 기본적인 틀이 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나라의 물 관리의 기본 틀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야 한다.

[『워터저널』 2014.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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