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박사

 

소수력 발전으로 수자원 이용과 보전의 신시대 열자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사)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한국환경준설학회 고문
·(사)한국수생태복원협회장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우리는 빗물을 상수원 댐이나 농업용 저수지에 가두었다가 중력을 이용해 정수장이나 농경지에 공급한다. 또 하천 상류에서 중력으로 아래에 위치한 농경지에 물을 대는 관개 설비는 전국 하천에서 볼 수 있다.

취수시설에서는 강이나 저수지 등에서 원수를 끌어서 정수장으로 보내고, 정수시설에서는 물을 사용 목적에 맞게 처리하며, 정수처리한 물은 원거리 및 고지대 배수지를 거쳐 수용가로 보내진다. 물은 하천 상류에서 하류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중력에 의해 흘러간다.

위치에 의한 중력만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가압장을 설치하여 압력을 가한다. 정수량은 고정적이지만 사용량은 늘 변하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설치하는 배수지는 대게 인구밀집 지역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

서울에 소재하는 배수지도 대부분 해발 60∼300m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건물로 끌어들인 물은 압력을 가해, 고층 식당에서 지하 화장실에서나 같은 압력으로 뿜어져 나오게 만든다.

정부는 가정과 사업체에서 발생한 하수를 오수관을 통해 수집하고 공공하수도로 이동시킨다. 경우에 따라서는 펌프장에서 가압하여 하수처리시설로 보내고 그곳에서는 방류수와 슬러지를 생산한다.

방류수는 위치가 낮은 공공수역으로 중력을 이용해 방출하고, 슬러지는 태워서 에너지를 얻은 후 남은 재를 매립장에 처분한다. 우수도 공공수역으로 배출하는 경로에서 펌프로 가압을 하기도 한다.

상수도, 하수도 설비, 관개 등 물 사회기반시설에는 수력발전여력이 잠재되어 있다. 소수력 관련 기술과 장비의 눈부신 발전으로 가정용 수도와 같이 매우 작은 물 사회기반시설에서도, 과량수두압력이 있는 곳은 어디서든지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한 학술지(INTEC, 2012)에 스위스와 리투아니아 학자들이 발간한 논문에서 발췌하여 소개한다.

소수력 발전 잠재력을 상수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상수원에서 수도꼭지로 물을 공급하는 도중에 압력 브레이크를 사용하여 잉여 압력을 소모시키는데, 이때 브레이크 대신에 터빈을 돌려 이 압력의 차이를 발전에 이용할 수 있다. 주어진 여건에 따라 터빈의 종류와 위치를 다르게 바꿔서 최대한의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이를 이용해 현재 90개 상수도에서 17.8㎿를 생산하여 1만7천780가구의 전기 사용량을 충당하고, 9개 하수처리장에서 1.1㎿를 생산하여 310가구의 전기 사용량을 충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반 가정은 스위스 가정 절반 정도의 전기를 사용하므로 가정용 전기를 2배 더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 면적의 70%가 산지이고, 그 사이에서 인구가 밀집된 도시가 발달했다. 산마다 저수지를 만들어 물을 충분히 확보해 소수력 발전을 늘리면 상당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력 발전기의 시장 가격은 100만 원에서 2천만 원 내외이다. 전기 생산지에서 소비자 간의 거리도 짧아져 송전 부담도 거의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야생동식물의 훌륭한 습지생태계도 조성될 것이다.

수자원과 자연 보호 조치의 기본은 과학기술지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은 원자력, 화력발전, 풍력만 있는 것도 아니고, 특정 조직이 전기 생산과 배분을 독점할 이유도 없다.

최근 국내는 전기 부족으로 일상생활에서 조차 불편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전기 부족은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고, 주변에는 새로운 발전의 원천이 있다. 다만 소규모 주체가 제어하기 쉬운 시설에서부터 시도해 보고,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타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전기 부족은 ‘선택과 집중’의 실패이다. 전국 규모로 하나의 획기적인 방안을 강요하는 것은 실패하기 쉽다. 각 지역의 수문학적 특성과 여건을 감안하여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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