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호 상수원 상류로 이전…추가적인 투자 없이 수질관리 가능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충분한 양·깨끗한 물 확보가 최우선 과제
 
 
상수원수, 상류에서 취수…정수기술 한계 대처·경제성 갖춰
팔당호 상수원 상류로 이전…추가적인 투자 없이 수질관리 가능
   
 
 

충분한 양의 깨끗한 자연수를 확보하는 것이 우리나라 물 관리의 첫째 요건이다. 우리나라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강수량은 1천320㎜이며, 이것은 세계 연평균 강수량인 750㎜의 약 1.8배에 해당되는 양으로 우리나라의 연간 수자원 발생 총량이 세계 평균보다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간 수자원 발생 총량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과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가용 수자원 총량이다. 수자원 발생 총량이 아무리 많아도 강수가 짧은 기간에 집중되어 있거나, 강수의 지하침투량이 적어 그 대부분이 홍수의 형태로 바다로 유출되면 육지에서 사람과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가용 수자원 총량은 줄어들게 된다. 

우리나라는 1945년 8.15 해방 이후 1950년 6.25 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해진 산림과 기후적으로 여름철에 집중되는 강우로 인해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면서 사람과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가용 수자원 총량은 연간 150억㎥ 수준을 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람과 생태계가 연중 사용할 수 있는 가용 수자원 총량을 늘리는 방법은 산림녹화와 댐과 같은 인공 저수시설의 건설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산림녹화에 힘써 온 결과 지금은 전 국토의 약 65%에 해당되는 지역이 녹화됐다. 

현재 산림지역의 산림으로 인한 가용수자원의 양은 연간 약 370억㎥으로 추산되며, 소양강댐 등 1960년대 이후에 건설된 인공 저수시설의 가용 수자원 공급량은 연간 약 140억㎥으로, 산림과 인공 저수시설만으로도 우리나라의 연간 가용수자원의 양은 약 510억㎥에 이른다. 

이러한 가용수자원 양의 획기적인 증가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국민총생산은 1960년 79달러에서 2012년 2만3천700달러로 300배 증가했고, 인구는 1960년 2천500만 명에서 2012년 5천만 명으로 2배 증가했다.  

소규모 인공 저수시설 건설 바람직 

우리나라와 같이 지질학적으로 대수층이 거의 발달되어 있지 않은 경우, 산림은 사람과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많은 양의 깨끗한 자연수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가용 수자원의 저장 매체가 된다. 

댐과 같은 인공 저수시설은 사람과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가용 수자원의 양을 증가시켜 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 산림의 가용 수자원 공급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겨울철과 봄철 기간 중 가용 수자원의 양을 보충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점에서 하천의 상류에 가능하면 많은 인공 저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상류에 건설되는 인공 저수시설은 그 수몰지역의 생태계를 교란, 변경 및 파괴할 수 있고, 상류지역 주민의 이주나 행위의 제한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상류의 인공저수시설은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건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규모 인공 저수시설보다 소규모 인공 저수시설 건설에 우선 순위를 두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공 저수시설 중 하천의 물을 양수하여 저장, 자연 정화하는 저장저수지(storage reservoir)는 중류나 하류에 건설할 수도 있다. 충분한 양의 맑고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것이 물 관리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상수원수는 상류에서 취수해야”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상수원수는 인공적인 오염물질이 섞여있지 않은 상류의 자연수 또는 이에 준하는 물이어야 한다. 상수(上水)는 ‘상류의 물’이라는 뜻으로, 중류나 하류의 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상수원수를 상류에서 취수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상수원수는 사람의 생명과 수명을 좌우한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사람의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난 것은, 그 중 70%가 충분한 양의 맑은 물 공급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맑은 물은 그 자체가 생명을 잉태하고, 잉태된 생명을 건강하게 생육한다. 태아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물에 뜬 상태로 생활하며, 그 95%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신생아의 신체는 80%가 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반평균인의 신체는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고, 인체 중 물의 비중이 60% 이하로 떨어지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사람의 뇌는 85%를 물이 차지하고 있으며, 약간의 탈수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사람은 매일 2.5L의 물을 섭취해야만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사람 신체의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생명유지기능을 수행하는 물에 오염물질이 섞여 있다면 그로 인한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협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발달된 정수기술로 많은 수질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환경호르몬 등 미량유해물질 중에는 현재의 정수기술로는 제거되지 않는 것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공합성 화학물질의 도입과 사용이 증가하고 있어, 정수기술만을 믿기는 매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 소양강댐 등 1960년대 이후에 건설된 인공 저수시설의 가용 수자원 공급량은 연간 약 140억㎥으로, 산림과 인공 저수시설만으로도 우리나라의 연간 가용 수자원의 양은 약 510억㎥에 이른다.

정수기술 한계 대처·경제성 문제 해결 

둘째, 상수원수를 하천의 중류나 하류에서 취수할 경우, 다양한 종류의 많은 수질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고도의 정수처리가 필요하게 된다. 고도정수처리에 의해 모든 수질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한 막대한 처리비용 등 경제성 문제가 발생한다. 즉, 상류의 깨끗한 물을 인공도수로를 건설하여 취수하는 비용과 고도처리비용을 비교할 때, 장기적으로는 고도처리비용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셋째, 우리나라는 모든 지역에서 상수원수를 상류에서 취수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 금강 유역과 영산·섬진강 유역의 주민들은 모두 상류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4대강 유역 중 가장 수량이 풍부하고 상류의 수질이 좋은 한강 유역과 낙동강 유역의 주민들만 중류 또는 하류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고 있다. 

한강유역의 경우에는 한강 상류의 소양강댐·충주댐 등에서 충분한 양의 깨끗한 상수원수를 취수할 수 있고, 낙동강유역의 경우에는 안동댐·임하댐·합천댐·남강댐 등에서 충분한 양의 깨끗한 상수원수를 취수할 수 있다. 

상수원수를 상류에서 취수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것이며, 정수기술의 한계에 대처하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매우 타당한 것으로, 물 관리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용도별 수질관리, 합목적성 원칙 부합 

상수원수를 제외한 물의 용도는 인간용도로 공업용수와 농업용수가 있고, 자연 용도로는 생태계용수가 있다. 공업용수로는 그 사용처에 따라 상수원수, 중류의 하천수, 지하수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업용수의 용수 자체가 제품이 되는 경우는 상수원수 수질과 같은 수준의 용수가 필요할 경우도 있겠지만, 공정용수일 경우에는 중류의 수질 수준으로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공업용수의 수질기준은 Ⅲ등급이고, 농업용수는 Ⅳ등급이다. 공업용수 수질기준인 Ⅲ등급 수질은 생물화학적 산소 요구량(BOD) 5㎎/L,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 7㎎/L, 부유물질량(SS) 25g/L, 용존산소량(DO) 5㎎/L, 총인(T-P) 0.2㎎/L이다. 현재 우리나라 4대강에서 중류 이상의 하천구간 수질은 거의 모두 이러한 수질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 

농업용수 수질기준인 Ⅳ등급 수질은 생물화학적 산소 요구량 8㎎/L, 화학적 산소 요구량 9㎎/L, 부유물질량 100g/L, 용존산소량 2㎎/L, 총인 0.3㎎/L이다. 현재 우리나라 4대강에서 모든 하천구간의 수질은 이러한 수질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현재 하천의 수질은 공업용수와 농업용수 수질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생태계용수의 수질기준을 보면 상류구간은 Ia-Ib등급 수질, 중류구간은 Ⅱ-Ⅲ등급 수질, 하류구간은 Ⅲ-Ⅳ등급 수질이다. 우리나라 4대강의 상류·중류·하류의 수질은 총질소(T-N)와 총인(T-P)을 제외한 항목으로 모두 생태계용수 수질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용도별 수질관리는 수질관리의 합목적성 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물 관리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팔당호 상수원, 상류로 이전 필요 

물의 용도를 생활용수(상수원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및 생태계용수로 구분할 경우, 현재 4대강의 수질은 생활용수를 제외한 모든 용수의 수질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므로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질관리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규 수질오염물질 발생원에 대한 대책만 마련하면 된다. 

예를 들어, 하수도의 경우 공공하수처리시설이나 하수관거 등의 개선을 위한 신규투자의 필요가 없어지고, 경작지 등 비점오염원에 대한 관리도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이것은 수질오염물질 발생원인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 관리를 위한 신규투자 수요를 영(0)으로 함으로써 막대한 재정적인 절약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상수원수의 확보 문제 해결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주민의 상수원인 팔당호의 수질을 Ia등급으로 개선하기 위해 지금까지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여 왔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나, 한강 중류에 위치한 팔당호의 지리적인 여건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수질 목표 달성은 거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팔당호를 포함한 한강 유역의 수질관리의 핵심은 수도권주민의 상수원을 팔당호에서 소양호와 충주호 등 상류로 이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강 유역의 수질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투자 없이 수질관리가 가능해 진다. 

이제 무망한 팔당호 상수원의 Ⅰ등급 수질개선을 위해 귀중한 재원과 인력,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팔당호 상수원을 상류로 이전함으로써 한강 유역에 전체에 대한 수질관리 패러다임 변화가 물 관리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접근방법은 4대강 모두에 적용될 수 있다.  

▲ 우리나라의 4대강 유역 중 가장 수량이 풍부하고 상류의 수질이 좋은 한강 유역과 낙동강 유역의 주민들만 중류 또는 하류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고 있다. 사진은 한강 올림픽대교 상류 쪽에 있는 성남시 취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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