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원 네트워크 구축이 행복한 물의 나라로 가는 길”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상수원 네트워크를 구축하자


“상수원 네트워크 구축이
  행복한 물의 나라로 가는 길”
깨끗하고 충분한 상수원 확보 문제 영구적 해결 가능

 

 
지난해 여름은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 전국적으로 거의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가뭄이 계속되었고, 같은 기간 동안 최고기온이 섭씨 30∼37도에 이르는 폭염이 계속되었다. 그 결과 4대강 모두에 녹조가 발생했다.

특히, 한강은 수량이 다른 3대강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하여 평년의 기상조건에서는 심각한 녹조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지난해는 북한강에 유례가 드문 녹조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녹조현상은 팔당호와 같은 한강 유역의 대형 상수원의 수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올해는 한강 유역에 장마전선이 장기간 머무르면서 많은 비가 내렸고 일조시간이 짧고 기온이 낮아 우려할만한 녹조 발생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지난해는 7월말까지 북한강 유역에 560㎜의 비가 내렸으나, 올해는 7월25일까지 1천75㎜가 내려, 지난해에 비해 거의 2배에 가까운 강우량을 보였다.

그러나 한강 유역의 대형 상수원의 수질을 7∼8월에 내리는 강우량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올해는 예외적으로 7월에 많은 비가 내렸지만, 지난해와 같은 기상조건이 되풀이 될 경우 상수원의 수질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강 상수원 상류 이전 가능성 ‘충분’

세계 어느 곳을 보아도 상수원수의 전부를 수질이 불안정하고 수질오염사고에 취약한 하천에서 취수하는 대도시는 없다. 더구나 팔당호는 2천500만 수도권 주민의 유일한 상수원이다. 팔당호는 세계 최대의 단일 상수원이다.


▲ 팔당호 상수원의 문제점은 녹조현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상류의 인구밀집지역, 공업지역, 축산지역, 비점오염원 등 많은 종류의 대형 오염원들이 밀집해 있어 미량유해물질, 환경호르몬 물질 등의 발생 유입 가능성이 높다.

팔당호 상수원의 문제점은 녹조현상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상류의 인구밀집지역, 공업지역, 축산지역, 비점오염원 등 많은 종류의 대형 오염원들이 밀집해 있어 미량유해물질, 환경호르몬 물질 등의 발생, 유입 가능성이 높다. 이들 물질 중에는 현재의 정수기술과 시설로는 완전한 제거가 불가능한 물질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수원(上水源)’은 ‘상류(上流)에 있는 수원(水源)’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생활용수는 상류의 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그러나 팔당호의 상수원으로서의 사용은 이러한 자연의 이치와 평균인의 상식, 세계 공통의 현상에 반하는 것이다.

더구나 한강 유역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수량이 가장 풍부한 지역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상류에는 수질이 좋은 충주호와 소양호라는 대형 댐 외에도 다수의 댐들이 있고, 많은 저수지들이 있다.

수량 또한 수도권 2천500만 주민에게 필요한 상수원수를 공급하는 데는, 극심한 한발 등 극한상황을 제외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충주호와 소양호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들 한강 유역 2대 호소의 연간 생활용수 공급 가능량은 평년의 경우 46억㎥으로 수도권 상수원수 수요량 연간 29억㎥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상수원 네트워크 구축 논의 시작할 때

수질이 좋고 수량이 풍부한 단일의 거대한 상수원이 영원히 존재하는 곳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대량의 상수원수를 필요로 하는 세계의 대도시들은 모두 그 상수원수를 호소수, 지하수, 강변여과수 등 다양한 수원에서 취수하고 수원의 종류뿐만 아니라 각 취수원의 수도 다수를 확보하고 있어, 몇 개소에서부터 수십 개소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뉴욕시의 상수원수는 뉴욕시의 200㎞ 상류 지역에 있는 27개의 댐과 저수지, 20개의 수로와 4개의 송수터널로 구성된 거대한 상수원 네트워크에 의해 공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수원 네트워크는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지역, 호주의 시드니와 멜버른, 독일의 베를린, 영국의 런던, 일본의 동경 등 세계의 대도시들에 모두 예외 없이 구축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금강 유역의 대청호와 용담호, 영산강·섬진강 유역의 주암호, 동복호 등으로 이루어진 상수원 네트워크는 광주시·대전시·청주시·전주시 등 대도시 지역에 상대적으로 안정된 수질의 상수원수를 필요량만큼 공급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수자원이 부족한 울산시의 경우에도 회야호, 대곡댐 등의 호소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낙동강 유역의 부산시나 대구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수원수를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상수원 네트워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대도시는 서울시, 인천시 등 수도권 인구 밀집지역과 낙동강의 부산시와 대구시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이들 대도시의 깨끗하고 충분한 상수원 확보의 영구적인 해결을 위한 상수원 네트워크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전국적·장기적 네트워크 구축 필요

상수원 네트워크의 본질은 상수원의 다양화와 풍부성이다. 이것은 마치 생태계의 종다양성(species diversity)과 종풍부도(species richness)에 비유될 수 있다. 상수원의 다양화란 호소수, 지하수, 강변여과수 등 여러 종류의 상수원을 확보하는 것을 말하며, 상수원의 풍부성이란 상수원의 종류별로 가능하면 많은 수와 많은 양의 상수원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생물다양성이 높을수록 생태계의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과 같이 ‘상수원 다양성’이 높을수록 상수원수 공급의 안정성이 높아진다.

상수원 네트워크의 주요 내용 중에는 한강과 낙동강의 경우 대도시 상수원의 상류이전이 포함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예를 들어, 팔당호 상수원을 충주호와 소양호로 이전하는 경우, 이것을 반드시 ‘상수원의 상류 이전’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팔당호 상수원 상류이전은 단지 ‘수도권상수원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팔당호 상수원을 상류로 이전할 경우 기존의 팔당호 상수원과 그 하류의 취수시설 등 현재의 상수도 시설을 폐쇄하거나 철거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 상태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상류의 수량이 부족할 경우, 상류에 수질오염사고 등이 발생했을 경우, 현장의 수질이 계절적으로 개선되어 취수가 가능할 경우 등에 대비하는 것이다.

상수원 네트워크 구상은 장기적이고 전국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장기적이란 철저한 사전조사와 충분한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고, 전국적이란 가능하면 상수원 네트워크, 나아가서는 수자원 네트워크를 전국적인 차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좁은 우리나라의 국토를 최대한 넓게 사용하자는 것이다. 상수원 네트워크는 지역 네트워크에서 시작하여 유역 네트워크와 지역간 네트워크로 확대되고, 최종적으로 이들을 전국적으로 연결하는 전국 네트워크가 되어야 한다.

강변여과수 개발…상수원수로 사용

 
그러나 상수원 네트워크의 추진은 시간적·공간적으로 지극히 현실적이야 한다. 즉, 가능하고 필요하며, 효과적인 것부터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산시의 상수원 네트워크 구축 사업 추진에서 우리나라 상수원 네트워크의 희망적인 미래를 볼 수 있다. 낙동강 하류의 매리와 물금의 하천수를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부산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열악한 상수원을 사용하고 있는, 인구 360만 명의 대도시다.

청정 상수원을 확보하기 위한 부산시의 노력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몇 가지 의미 있는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상류호소의 물을 도수하고, 강변여과수를 개발하여 상수원수로 사용하는 계획으로, 현실적으로 추진이 가능한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이 완성되었을 경우에도 현재의 상수원수 취수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여 비상시 또는 필요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의 이러한 계획이 성과를 거둔다면 낙동강유역의 다른 지역에 대한 영향은 물론 한강 등 전국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다.

약간 각도를 달리하여 대청호의 예도 현실적 상수원 다양화 추진을 위한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청호는 우리나라에서 저수량은 세 번째로 큰 호소이고, 생활용수 등 용수공급량은 연간 17억㎥으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호소다.

대청호 녹조 ‘취수지점 다양화’로 해결

대청호는 대전시, 충청북도 및 충청남도의 용수의 거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상습적인 녹조현상을 겪고 있는 대청호는 올해도 예년과 다르지 않다. 대청호 지역은 지금이 장마철인데도 7월25일까지의 강우량이 680㎜에 불과하고, 수온이 상승하여 7월 25일자로 금강유역환경청은 대청호에 조류주의보를 내렸다.

▲ 대청호의 녹조문제는 장기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대청호의 녹조는 상수원수의 수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해결되어야 한다는 명제가 주어져 있다.

대청호의 녹조문제는 장기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대청호의 녹조는 상수원수의 수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해결되어야 한다는 명제가 주어져 있다.

대청호 녹조문제의 단기적인 해결책의 하나는 ‘취수지점의 다양화’다. 현재 대청호의 취수지점은 추동취수탑과 문의취수탑으로, 대청호 내의  호소 변에 설치되어 있다. 대청호에 녹조현상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대청댐에서 4㎞ 하류에 있는 조정지 부근 지점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면 대청호의 녹조로 인한 상수원수 오염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조정지 부근의 수질은 대청호의 수질과 비교하여 비슷한 수준이다. 취수지점의 다양화는 호소 내의 취수지점의 다양화, 호소와 하천 간 취수지점의 다양화, 하천 내 취수지점의 다양화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제 우리나라를 ‘행복한 물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상수원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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