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폐사 원인,

신속하게 진단해야

 

▲ 류 재 근 박사
매년 연중행사로 홍수 발생 후 미처리된 하수가 강으로 유입되어 물고기를 죽게 한 사례는 국내외적으로 많으며 선진국에서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하수도가 합류식으로 되어 있어 홍수 시 바이패스(bypass)로 생활하수가 강이나 호수로 유입되고, 기온이 상승하면서 조류 및 박테리아의 대량 증식이 이루어져 산소 부족으로 물고기가 폐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의 하천은 하상계수(河狀係數, coefficient of river regime)가 1:300 전후로 국외의 하천에 비해 매우 커 비점오염원으로부터 오염물질의 유출이 증대되기 때문에 국외보다도 더 취약한 상황이라고 본다.

본인이 1980년부터 2000년 8월까지 현장에서 물고기 폐사 원인을 조사했던 바, 폐사의 원인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오래 살아 수명이 다해 죽는 경우이다. 두 번째, 피부 상처나 아가미에 병변 증상이 있는 경우 곰팡이나 세균, 바이러스병에 걸려 죽기도 한다.

세 번째, 갈수기나 홍수에 의한 하천 범람 후 기온 상승으로 수온이 높아지고, 이 때 세균 및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량 증식하면서 DO(용존 산소량)이 3㎎/L 이하로 떨어지면 산소량에 민감한 성어인 누치, 잉어 등이 죽게 된다. 그 사례로 2001년 초기 장마 시 중랑천의 잉어, 붕어 등 산란기의 물고기가 하천의 수량 감소 및 유기성 오염, 온도 상승으로 인한 DO 감소로 죽었다.

1997년 낙동강 하구언 상류에서 발생한 웅어 폐사사건도 장마 시 생활하수로 인해 용존산소량이 감소되어 폐사한 경우이다. 지난 10월 낙동강, 금강에서 발생한 물고기 폐사사건의 원인 역시 장마 후 DO 부족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네 번째, 독성 물질에 의한 폐사이다. 독성 물질에 의한 폐사는 어류, 저서생물 등이 폐사한 지점의 물을 채취해 물벼룩 시험이나 microtox 검사를 해보면 30분 이내에 독성 여부를 알 수 있다. 농약, 독극물, 악성 폐수가 하천으로 유출되면 작은 물고기부터 큰 물고기, 가제, 우렁이, 다슬기까지 모두 죽게 된다.

물고기 폐사사고에 대한 대책을 말하자면 우선, 폐사의 원인을 신속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폐사 직후 물 관련 분야 수석 전문가가 판정할 수 있도록 각 지역별로 ‘물고기 폐사원인 조사단 119’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어류가 죽기 시작하는 곳부터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산소 봄베를 두었다가 폐사되는 지역 수중에 산소를 공급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는 선진국처럼 수중 산소 공급을 통해 죽어가는 물고기를 살리는 운동이 시작돼야 할 것이다.    

[『워터저널』 2012.1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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