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 항목 수질기준 설정 따른 문제점 매우 심각

총인·총질소 위주의 수질관리 정책방향으로 전환 필요

 

  ‘BOD 시대’ 막 내려야 


▲ 김동욱 박사
우리나라 BOD의 역사

우리나라 수질관리의 역사는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Biochemical Oxygen Demand)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수질관리의 중심이 된 BOD의 역사적 배경은 197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급격한 산업화와 인구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부실한 하수도 시설에 의한 하천과 호소의 오염으로 봄철 초기 집중 강우 때는 대형 물고기 폐사사건이 전국적으로 연례행사처럼 발생했고, 평상시에는 검은 색깔의 하천에서 나쁜 냄새의 가스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것은 모두 BOD 물질인 유기물질이 물 속에서 분해되면서 물 속의 용존산소(DO, Dissolved Oxygen)를 고갈시켜 수중 생물이 사멸됨으로써 하천의 자정능력이 상실됐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러했기 때문에 당연히 당시 수질관리의 최우선 과제는 BOD 문제의 해결이었다.

 

거울 속의 BOD

BOD 물질인 유기물은 그 자체로서는 오염물질이 아니고 DO와의 관계에서만 의미가 있는 물질이다. 물 속 DO의 포화농도는 수온, 기압 등의 변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수온이 섭씨 0도, 1기압에서 14.2㎎/L, 섭씨 20도, 1기압에서 8.8㎎/L 등으로 측정된다. 우리나라의 수질환경기준 Ⅰa등급의 용존산소 농도는 7.5㎎/L로 설정되어 있다.

4대강 본류의 용존산소 농도는 한강의 최하류 지점인 ‘행주’의 경우 BOD 농도 6.0㎎/L일 때 DO 농도는 7.5㎎/L이고, 낙동강의 최하류 지점인 ‘구포’의 경우 BO D 농도 4.4㎎/L일 때 DO 농도는 9.6㎎/L이다.

또 금강의 최하류 지점인 ‘강경’의 경우 BOD 농도 4.9㎎/L일 때 DO 농도는 8.8㎎/L이고, 영산강의 최하류 지점인 ‘무안2’의 경우 BOD 농도 2.4㎎/L일 때 DO 농도는 10.0㎎/L이다. 이러한 측정결과를 종합하면 BOD 농도가 6.0㎎/L일 때 DO 농도는 Ⅰa등급 수질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현재 BOD Ⅰa등급의 농도를 1.0㎎/L로 설정한 것은 실체가 없는 ‘거울 속의 BOD’에 대해 달성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고 막대한 재원만 낭비되는, 허상을 쫓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BOD 수질기준 설정 문제 심각

BOD 수질기준을 명시적으로 설정한 예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미국의 경우에는 수생태계 보호 수질기준이나 사람건강보호 수질기준에는 BOD 항목이 없고, 유럽 국가들의 경우에는 심미적인 기준으로만 설정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는 수질환경기준의 하나인 ‘생활환경기준’ 중 한 개 항목으로 BOD가 설정되어 있다. 이러한 BOD 항목의 수질기준 설정에 따른 문제점은 매우 심각하다.

첫째, 짧은 기간 안에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목표수질이 전국 대부분의 수역에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팔당호의 경우 BOD 목표수질의 농도가 1.0㎎/L로 되어 있으나 1995년 이후 측정치 중에는 그 수질을 달성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소양호, 충주호 등 상류의 소수의 호소를 제외한 하천수역의 BOD의 농도가 1.0㎎/L인 곳은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지금까지 BOD 수질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투입될 것이라는 점이다. DO 수질을 기준으로 할 때 현재 전국의 수역 중에는 BOD의 농도가 적정 수준인 경우가 있고, 적정 수준 이상으로 낮거나 높은 경우도 있다. 적정 수준 이하로 높은 수역은 목표수질을 달성할 때까지 BOD 삭감대책이 추진되어야 하겠지만 DO 기준 목표수질을 달성한 수역에 대해서는 현상유지만 하면 되고, 그 이상의 BOD 삭감 노력은 낭비일 뿐이다.

셋째, 하천이나 호소 등 수역의 수질등급은 복수의 수질항목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수질환경기준 중 생활환경 기준 항목은 BOD 등 7개 항목으로 되어 있고 수질 Ⅰa등급(매우 좋음)은 그 7개 항목 모두 Ⅰa등급이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의미의 Ⅰa등급 수질을 달성할 수 있는 수역은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BOD 항목 하나만으로 수질등급이 결정된다면 Ⅰa등급 수질을 달성할 수 있는 수역이 얼마간은 있을 것이다.

▲ 팔당호의 경우 BOD 목표수질 농도가 1.0㎎/L로 되어 있으나 1995년 이후 측정치 중에는 그 수질을 달성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여름 팔당호에 발생한 녹조현상.
 

이제 BOD 허상 걷을 때

이제 BOD의 허상을 걷을 때다. DO를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 전 수역에서 BOD 문제는 이제 거의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간 우리나라 수질관리의 대명사처럼 된 BOD를 하루아침에 수질관리 무대의 중앙에서 변두리로 밀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우리나라 수역에서는 아직 BOD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주장도 일면의 타당성을 가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평가단을 만들어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사실여부를 판단하면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주장은 BOD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할지라도 BOD 대책의 추진 결과 총인, 유해물질 등의 삭감과 같은 부수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주(主)된 것과 종(從)된 것을 혼동한 것으로, 정책의 효율성이나 효과성에 큰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정책전환의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지금까지 BOD 수질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시간과 인력, 재원을 투입해 왔고, 2005년부터 추진되어온 수질오염총량관리의 대상이 유일하게 BOD인 점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갑작스러운 정책전환에 대한 설명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BOD 정책의 전환은 언젠가는 결정되어야 할 문제이고, 그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부영양화도 수질오염문제 중 하나

현재 우리나라의 심각한 수질오염문제 중 하나는 부영양화다. 부영양화의 인위적인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총인(T-P), 총질소(T-N) 등 영양염류의 공공수역 유입이다. 부영양화는 주로 정체수역인 호소에서 발생되는 수질오염현상이다. 하천과 같은 유속이 큰 유수수역에서는 부영양화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천의 유속이 감소하면 그만큼 부영양화 현상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천의 곳곳에 댐이나 보가 건설되면서 유속이 감소하여 하천에서도 부영양화 현상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중랑천의 경우 BOD의 농도가 5.8∼11㎎/L의 범위고 DO의 농도는 8∼11㎎/L의 범위로, DO 기준으로 Ⅰa등급 수질이지만 T-P의 농도는 0.6∼1.4㎎/L의 범위로 Ⅵ등급 수질이다.

중랑천의 바닥에 혐오성 조류가 자라고 물이 흐린 것은 높은 총인 농도, 완만한 유속, 그리고 부유물질이 침전하면서 부착 조류를 덮기 때문이다. 중랑천의 부유물질의 농도는 11∼13㎎/L의 범위다([그림 1] 참조).

탄천의 경우에도 BOD의 농도가 6.5∼21㎎/L의 범위고 DO의 농도는 7.3∼9.9㎎/L의 범위로, DO 기준으로 Ⅰa등급 수질이지만 총인의 농도는 0.5∼1.0㎎/L의 범위로 Ⅵ등급 수질이다. 탄천의 수중생태계는 중랑천의 수중생태계와 유사하다. 탄천의 부유물질 농도는 17∼54㎎/L의 범위다([그림 2] 참조).

이와 같이 도시하천뿐만 아니라 4대강 본류도 과거에 비해 녹조류의 발생빈도가 훨씬 높아지고 그 정도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호소나 하천의 부영양화 원인은 총인 농도의 상승 외에도 수온, 일조시간 등 주요 변수들이 있지만 단기적인 대책으로는 공공수역에 유입되는 총인의 양을 줄이는 길밖에 없다.

▲ [그림 1] 중랑천의 녹조
▲ [그림 2] 탄천의 녹조

 

묘두현령(猫頭懸鈴)

묘두현령(猫頭懸鈴)은 매우 좋은 방법이지만 그 실행이 어렵다. BOD 시대의 막을 내리고 총인 시대를 여는 것이 현재 수질관리정책의 절대적인 명제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현실정책으로 결정하여 추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먼저, 맑은 물의 수요자인 국민의 수질관리정책에 대한 신뢰가 문제가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수질환경기준에서 BOD 항목이 사라지고 총인을 수질관리의 제1의 대상 오염물질로 할 경우 전국의 많은 하천과 호소의 수질이 갑자기 Ⅲ, Ⅳ등급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BOD 기준으로 전국의 하천과 호소의 하천 등급을 평가했던 지금까지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다. 물론 과학적인 사실 등을 근거로 국민을 이해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총인(T-P) 위주의 수질관리정책 전환은 총인 관리에 대한 충분한 환경적, 과학기술적, 경제적인 타당성 분석과 그것을 근거로 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의 개발과 선택을 거친 대책들이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총인으로 인한 호소와 하천의 오염은 다른 오염물질이나 요인에 의한 복합적인 오염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요인 통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험난한 앞길을 예상하면서도 총인 위주 수질관리정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치밀한 과학적 분석과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책,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용기와 굳건한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워터저널』 2012.1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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