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인한 도시홍수, 보다 근본적인 대책 필요

 

▲ 본지회장국립한국교통대학교 환경공학과 명예석좌교수 (사)한국수생태복원협회장(전)국립환경연구원장
기후변화로인해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도시홍수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7월에는 104년 만의 폭우(暴雨)로 서울 도심 광화문 광장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2011년 7월26∼29일까지 4일 연속 쏟아진 집중호우로 수도권 지역에 최고 679.5㎜(동두천)의 많은 비가 내렸으며 서울 서초구 우면산, 춘천시 신북면, 포천시, 파주시 등에서 산사태가 잇따랐다. 수도권 곳곳의 하천도 범람해 인명피해, 도로·주택침수 등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74명이 사망하고 1만8천849세대 3만2천48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12만9천872호가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으며 서울, 경기, 부산 일대의 2만4천997세대 상수도가 단수됐다.

이처럼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인 대도시의 배수 시설이 폭우를 감당하지 못해 물에 잠기는 도시홍수(Urban Flooding) 현상은 최근 들어 잦아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호우와 태풍 피해 복구에 약 24조 원을 투입했으며 이 중 도시 지역 복구비가 90%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이미 90%를 넘어섰다. 인구 대다수가 도시에 거주하면서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빗물이 스며들고 저장될 수 있는 공원과 녹지는 줄어들었다. 땅은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여 불투수(不透水)층은 급증했으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성 집중호우와 같은 이상기후는 증가했다.
국립방재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1970년대보다 2.5배나 늘었다. 시간당 50㎜ 이상의 비가 내린 횟수도 1970년대 연평균 5.1회에서 2000년대에는 12.3회로 크게 증가했다. 이렇게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불투수층인 아스팔트 위로 빗물이 급격히 흐르면서 도시 저지대는 물난리를 겪게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보다 근본적인 도시홍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더 이상 ‘기상 관측이래 최고치’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103년 만의 폭우나 101년 만의 폭설 등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어차피 인간의 예측가능 범위를 뛰어넘는 것이다. 도심 전역의 홍수방지 체계를 갖추고 낙후된 방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때이다.  

우선 도시홍수의 원인으로 꼽히는 저지대 배수 불량, 도시화에 따른 불투수면 증가, 도시 물 저장 능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상습 침수구역뿐만 아니라 도심 전체를 아우르는 방재 대책이 필요하다. 하수관거·빗물펌프장·제방 등의 시설을 개선하고 빗물 침투시설이나 저류 시설을 적재적소에 확충해야 한다. 레이더와 같은 첨단 관측장비 이용을 통한 초단기 강우예보로 홍수 대응시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동시에 상습 침수 지역에 대한 토지이용계획과 범람원 관리 규제 등 통합 대책도 필요하다.

기상패턴이 변화함에 따라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치수시설 규모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도 시급하다. 실제로 지역에 따라 배수관로의 설계 빈도는 10년인 데 비해 빗물펌프장 설계 빈도는 30년으로 돼 있거나, 이와는 반대의 경우도 있어 치수시설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시설개선은 물론 첨단화된 종합 방재 시스템 구축과 정기적인 교육·훈련을 통한 관계 공무원의 전문화, 그리고 국민의 방재의식 제고를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이렇게 갈 길은 먼데 물 관련 업무는 각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분산돼 있고, 국가차원의 종합적인 수해 방지 정책을 수립하는 조직은 부재하다. 따라서 이제는 물 관련 행정 업무를 통합해 국가차원의 표준화된 수해 방지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총괄 조직이 구축돼야 할 때이다.

안일한 방재의식과 허술한 재난방지 시스템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에 대처할 수 없음을 우리는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고 깨닫고 있다. 다행히 최근 도시 방재 기능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추진되고 있다. 부디 이러한 대책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폭우에도 안전한 도시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초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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