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철 민  편집국장

물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결정적 역할을 한다. 물은 환경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가난과 굶주림의 고통을 덜어준다. 또한, 인간 건강과 복지 향상을 위한 필수불가결의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 세계는 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상이변에 따른 가뭄과 홍수, 해일(쓰나미)이 빈발하고, 물 부족과 수질오염으로 고통받는 인구가 늘어만 가고 있다.  이는 지난 세기 세계 인구는 두 배로 증가했지만 물 사용량은 6배나 늘었고, 도시화로 인한 인구 집중, 이상 기후에 따른 가뭄이 물 부족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은 오는 2025년이 되면 약 30억 명 이상이 식수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10억 명 이상의 인구가 하루 5L 이하의 물로 살아가고 있다. 5L는 화장실 변기 물을 한 번 내리는 양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물 문제에 안전하지 못하다. 국내 연평균 강수량은 1천245㎜로 세계 평균의 1.4배이고, 수자원부존량(연평균 강수량×국토 면적)은 연간 1천240억㎥이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1인당 부존량(강수총량)은 2천591㎥로 세계 평균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물 수급 전망도 어둡다. K-water(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2016년이 되면 전국적으로 9억7천500만㎥의 물 부족이 예상된다. 빈번한 가뭄으로 물 공급의 안정성이 저하되고 하천 수질 악화가 심각한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기후변화 등으로 홍수피해도 커지고 있다. 연간 홍수피해액은 1970년대 1천700억 원 수준에서 2000년대 들어서는 5년간 2조7천억 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물론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완료되면 준설 및 다기능 보 16개 설치로 4대강에서만 8억㎥의 용수 확보 및 농업용 저수지 96개에서 2억5천만㎥, 영주댐 등 신규 댐 설치로 2억5천만㎥ 등 모두 13억㎥의 물이 추가로 확보돼 물 부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 부족 문제는 새로운 산업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영국의 물 전문 리서치 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는 상하수도 중심의 물산업 규모를 2007년 3천620억 달러에서 2025년 8천65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모는 반도체 산업(2천800억 달러)이나 조선산업(2천500억 달러)보다 크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국가는 물산업을 권역별로 광역화 및 통합 물관리 사업에서 새로운 대안과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프랑스는 3만6천여 개의 전문기업 80%를 3개 전문기업에서 위탁 운영 중이고, 이탈리아도 「물산업법」을 제정해 광역화하고 있으며, 영국도 광역화를 이뤄 민영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아시아 및 세계 물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상대인 이스라엘, 싱가포르, 일본 등은 물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물산업 클러스터 구축, 선도사업 수행, 해외시장 개척지원 등의 정책을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수자원공사인 메코로트(Mekorot) 산하에 메코로트 와테크(Watech)를 설립, 물 관련 제조·건설기업과 적극적으로 협업함으로써 2005년 이후 연평균 26%의 수출 증가를 실현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200억 달러의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수원의 50% 이상을 의존하는 싱가포르는 정부 산하의 수자원공사(PUB)를 통해 다양한 최첨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 같은 프로젝트에 자국 업체들을 참여시키고, 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외국계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물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의 경우 경제산업성 산하에 산업혁신기구를 설립하고 정부펀드를 조성한 후 해외 물 기업과 M&A를 통한 직접 투자자로 참여함으로서 단기간 내에 해외 물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2010년에 이미 호주 2위 물기업과 칠레의 3위 물기업을 인수해 해외 물 시장에서의 거점을 마련한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 물산업은 낙후된 산업구조로 인해 건설·제조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해수담수화 플랜트 세계 1위 기업으로 해외 물 시장 진출을 견인하고 있을 뿐,  관련 기업간 협력에 의한 해외진출도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게다가 국내 상하수도산업 시장 규모는 13조여 원으로, 세계 10권 이내 수준이나 세계 시장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더욱이 우리나라 상하수도는 2006년을 기점으로 건설시대에서 유지관리시대로 전환되어 시장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과거 상하수도 서비스 위주의 물산업을 수자원 개발, 수력에너지 등의 이수(利水), 홍수방어 등을 포함한 치수(治水), 생태 및 수질관리 등 생태환경, 하천공간의 활용 등 친수 물순환 전체를 통합해 물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물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한 시점이다.

[『워터저널』 2012.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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