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재근 박사
·본지 회장
·(사)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사)한국수생태복원협회장
서울에서 제주를 가는 비행기를 타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우리 강산이 펼쳐진다. 바다를 끼고서 솟아 오른 산 속에 크고 작은 도시가 여기 저기 펼쳐있고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가 사방으로 뻗어있으며 해안선, 하천도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내륙이나 바닷가나 어디든 사람의 손길이 아니 간 곳이 없다. 그러하지 않고는 좁은 국토에 이 엄청난 인구를, 그리고 세계적인 산업을 어찌 수용할 수 있겠는가? 여름철 우리 강산은 산림이 우거지고 하천에는 물이 많아서 명실 상부한 금수강산이다. 그리고 2만여 개나 되는 호소의 수면에 하늘이 투영되어 고요한 정적이 사랑스러움을 더 해 준다. 조선소나 공장 지붕도 삼림이나 바다 색깔과 잘 어울려 아름답게 보인다. 우리는 산, 하천, 호소, 바다로 이루어진 정원 속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구상에서 물이 있는 싱크대, 저수지, 호소, 하천, 해양에는 생물이 살고 바닥에는 찌꺼기가 쌓인다. 이 바닥에 쌓인 찌꺼기를 퇴적물이라고 부른다. 이 찌꺼기는 싱크대 바닥처럼 세균 덩어리일수도 있으나 저수지, 호수, 하천, 해역에서는 대부분이 토양이고 나머지는 물에 서식하는 생물체의 잔해로 되어있다. 그리고 이들 저수지, 호소, 하천, 해역의 표면으로는 햇빛이 침투해 온다. 그러므로 빛이 투과하는 유광층에 살고 있는 식물은 햇빛을 이용해 유기물을 합성한다. 즉 광합성을 한다.

수중 식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풍부한 물, 그리고 미량으로 물에 녹아 있는 광물질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이루는 유기물과 산소를 생산한다. 부산물로 생긴 산소에 우리를 포함한 모든 동물이 생명을 의지하고 있다. 수저 바닥에도 물고기와 조개, 지렁이 등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유기물을 먹이로 살아간다. 또 갈대나 잘피는 이 퇴적물에 뿌리를 박고 영양물질을 흡수하여 자란다. 그러므로 바닥 퇴적물은 이러한 생물들에게는 서식처가 된다.

외부에서 들어오거나 생성된 입자 물질은 호소, 하천, 해양에 가라앉아 바닥에 계속적으로 쌓이므로 수 미터나 수십, 혹은 수천 미터 이상의 두께를 이룬다. 수저 퇴적물에서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하고 발생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유기물 분해에는 산소가 사용되고, 산소가 고갈되면 질산이온이, 그리고 질산이온이 고갈되면 망간과 철산화물이 산소대신 이용된다. 그리고 다음에는 메탄발효가 일어나서 메탄이 생성된다. 수저 퇴적물 환경은 표면에서 수 센티미터 이내에 산소가 없는 상태이다. 물이 호기성 상태라면 퇴적물은 혐기성 상태이다. 즉 물에는 호기성 생물이 살고 퇴적물에는 혐기성 생물이 살고 있다. 이러한 미생물의 작용으로 지구상에서 탄소와 질소 등 여러 물질이 순환을 한다.

한편, 대부분의 오염물질은 입자에 잘 부착된다. 그러므로 상부 수층은 깨끗하지만 바닥 퇴적물은 오염된 곳이 여기 저기에 존재한다. 입자에 붙은 오염물질은 입자와 함께 바닥에 쌓이고, 바닥에 쌓인 오염물질은 유기물이 분해되면 용출되기도 하고, 퇴적물이 혐기성으로 바뀌면 고체 산화물이 녹아서 금속이온이 용출될 수 있다. 퇴적물이 심하게 오염된 곳은 바닥 퇴적물이 오염원으로 작용한다. 또 수변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면 물 흐름이 바뀌어서 퇴적물이 침식되거나 쌓이는 양상이 바뀌기도 한다. 퇴적물을 서식지로 하는 생물도 이에 따라 변하게 된다. 그러므로 수저퇴적물은 수생태계 관리의 핵심 항목이다.

저수지를 정비하여 저장용량을 복원하거나, 하천을 정비하거나, 항만의 수로를 정비하고 오염수역을 정화하는 과정에서 퇴적물을 준설하게 된다. 이 사업에서 발생한 준설물질의 양은 작은 호소에서도 수백 입방 미터가 넘는다. 이러한 분량의 준설물질은 수생태복원 사업에서 중요한 재료로 사용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저퇴적물의 측량조차 체계적으로 되어있지 않다. 호소, 댐, 저수지와 하천 및 해양의 모든 수저 퇴적물의 분량, 유해물질 함량, 침식과 퇴적 작용에 대한 기초 통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인구 밀도가 높아 전 국토를 아파트와 정원처럼 가꾸어 나가야 하는 우리로서는 수저퇴적물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이제부터 강구해나가야 한다.

[『워터저널』 2011.10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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