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호 수질문제 해결 위한 패러다임 전환 필요
취수원, 청평호·충주조정지호 등 한강 상류 이전 신중히 고려해야”

 

팔당호 수질개선 시지프스의 바윗돌

▲ 김동욱 교수
팔당호는 수도권 2천500만 주민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생명의 호소다. 이러한 이유로 팔당호에 대한 수도권 주민의 인식은 ‘신성불가침’의 성역이다.
이와 같은 팔당호의 중요성과 인식 때문에 정부는 팔당호 상수원의 수질보전 내지 개선을 위해 지난 30여 년간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왔으며, 지금도 투입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투입할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팔당호의 수질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팔당호 상류에 인구, 주택, 공장 등 수질오염원이 수질개선 노력과 비슷한 속도로, 아니면 그 이상으로 빠르게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어쩌면 팔당호의 수질개선은 시지프스의 바윗돌처럼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숙제로 남을지도 모른다.

[그림 1]에서와 같이 지난 20년 간 팔당호의 수질은 개선된 것이 거의 없다. 부유물질(SS)이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의 농도는 오히려 약간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팔당호의 수질은 부유물질 Ⅲ등급, 화학적산소요구량 Ⅲ등급, 총인(T-P) Ⅳ등급, 클로로필-에이(Chl-a) Ⅲ등급 등 전반적으로 Ⅲ등급의 수질을 보이고 있다.

 
팔당호 문제 해결 위한 방법 변화 필요

‘신성불가침의 성지’, 팔당호를 지키기 위해 정부는 지난 수십 년 간 수십조 원의 막대한 재원을 투입했고 팔당호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상류 지역의 토지 이용과 시설 설치, 행위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특별대책지역’ 지정, ‘자연보전권역’ 지정 등 2중, 3중의 수질오염방지를 위한 방어벽을 구축해 왔다.

수질오염 방지를 위한 이러한 물리적 장벽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두었다고는 할 수 있지만 팔당호의 수질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팔당호 수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신중히 고려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제정된 「4대강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은 상·하류 주민을 모두 만족시키는, 윈-윈(Win-Win) 전략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는 것이 입법취지였으나 실제로는 상류 주민에게 ‘Win’이 되는 약간의 금전적인 지원을 제외하면 수변구역의 지정, 총량관리의 시행 등 상류 주민에게 ‘Loss가 된 요소들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모두가 이기는 경기를 위한 방법 중 한 가지는 ‘터널효과(Tunnel Effect)’를 이용하는 것이다. 지금 팔당호 문제는 그 해결을 위한 방법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팔당호 문제는 험한 산을 넘어가는 문제에 비유될 수 있다.

산을 넘어 목적지에 가자면 많은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팔당호의 경우 이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장치가 곧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등 규제 장치들이다.

산을 넘어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산을 넘지 않고 터널을 뚫는 방법이 있다. 즉, 낡은 태도와 저항을 뚫는 사회적, 기술적, 또는 과학적,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청평호·충주조정지호 취수하는 방법

팔당호 유역의 오염원 대부분은 북한강 유역은 청평호 하류, 남한강 유역은 충주조정지호 하류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다면 팔당호에서 멀지 않은 청평호와 충주조정지호에서 수도권 상수원수를 취수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림 2]에서와 같이 팔당호에서 청평호와 충주조정지호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팔당호와 청평호 간 거리는 유하거리로 25km이고, 팔당호와 충주조정지호간 거리는 유하거리로 100km이다. 다시 말하면 125km의 도수시설만 설치되면 청평호와 충주조정지호에서 수도권 전역에 공급할 수 있는 상수원수를 취수할 수 있다.

청평호의 수질은 화학적산소요구량 Ⅰb등급, 부유물질 Ⅰb등급, 총인 Ⅱ등급, Chl-aⅠb등급 등을 보이고 있으며, 충주조정지호의 수질은 화학적산소요구량 Ⅰb등급, 부유물질 Ⅱ등급, 총인 Ⅱ등급, Chl-aⅠa등급을 보이고 있어 팔당호의 수질보다는 훨씬 더 좋다.

 
청평호와 충주조정지의 유량이 팔당호 상류 유역 유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수도권 주민을 위한 충분한 수량의 상수원수를 확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한 청평호와 충주조정지호 상류에는 그 하류에 비해 큰 수질오염원이 없고 수질오염물질의 발생량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개발 잠재력도 높지 않아 수질관리가 훨씬 쉽다.

Win-Win하는 상수원의 상류 이전

팔당호의 경우에는 상수원을 상류로 이전하면 추가적인 노력이 없이 이전한 거리만큼 수질이 좋아진다. 수질오염원이 이전거리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북한강의 경우에는 소양호까지, 남한강의 경우에는 충주호까지 상수원을 상류로 이전할 수 있으며, 이전할 경우 수질이 좋아짐은 물론 수량에도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팔당호의 수질관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물은 생활용수뿐만 아니라 공업용수, 농업용수, 유지용수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기 때문에 그 용도에 적합한 수질이 되도록 관리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모든 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물을 Ⅰ등급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만약 수도권 상수원을 상류로 이전하여 팔당호의 물을 상수원수로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경우에는 그 물을 공업용수나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할 수 있고, 그 수질을 그런 용도에 적합하도록 관리하면 된다.

수질을 그 물의 용도에 따라 차등하여 관리하는 것은 국가의 귀중한 자원인 수자원의 효용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귀중한 자원인 토지자원의 효용이나 재정의 효율성을 높여 국가자원 전체의 효용과 효율성의 극대화로 연결된다.

가슴에서 머리로 생각해야

수도권 상수원의 상류 이전에 대한 거부감은 “수도권 상수원은 영원히 팔당호”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그러면 팔당호를 포기하자는 말이냐?”하는 것은 이러한 고정관념이 밖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도권 상수원을 팔당호 상류로 이전하게 되면 팔당호의 수질관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의 용도에 맞는 수질이 될 수 있도록 적정하게 관리하면 된다.

팔당호의 경우 그 수질을 개선, 유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들였지만 아직까지 개선된 것이 별로 없고 앞으로도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팔당호의 수질관리가 그 얼마나 헛된 일인가.

이제 관념 속의 팔당호 상수원을 현실 속의 팔당호 상수원으로 인식할 때가 되었다. 팔당호의 수질관리가 시지프스의 바윗돌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을 가능한 한 빨리 깨닫는 것이 좋다. 

[『워터저널』 2011.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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