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북해도 앞바다서 잡은 대구에서 방사성 세슘이 ㎏당 90베크렐이 검출됐으나 식품안전기준은 370베크렐이므로 먹어도 안전하다는 언론 발표가 있었다. 또, 주물업계에서 원료로 사용하는 고철이나 폐지는 폐기물이므로, 이를 재활용하는 자는 폐기물 처리 업자가 된다는 언론 발표도 있었다. 이 두 사안은 서로 다른 것 같으나 둘 다 위험평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폐기물이란 소유자가 대기, 육상, 하천, 해양 환경에 버리거나 버리고자 하는 의향을 가진 물건을 말한다. 쓰레기·폐유· 동물의 사체뿐만 아니라 모든 물건이 이에 해당한다. 멀쩡한 책상도 사무실에 있을 때는 책상이나 공지에 버리면 폐기물이 된다. 즉, 폐기물은 환경에 처분하는 상황에서 규정되며 원래부터 폐기물인 것은 없다. 오염물질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환경에 폐기물을 버리면 독성이 없어도 밑에 깔리는 생물은 죽게 되고 서식지가 없어지며, 독성이 있으면 생태계 손상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폐기물을 버리는 행위는 일반 시민을 대신하여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있다. 즉 폐기물의 처분 행위는 공공의 영역이 된다.

물론 의사결정자들은 최신 과학 자료에 근거하여 환경보호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피해 유무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기준 이외의 여건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폐기물의 처분에 따른 환경영향을 미량이다, 상당한 양이다, 독성이 없다, 안전 기준치 미만이다 혹은 안전기준치를 넘는다, 수용할 만한 정도이다 라고 기술하면 당해 위험을 과학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위험평가 접근법은 현재의 과학지식이 환경에 대한 위협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고, 제대로 예측하기만 하면 그 위협을 완화할 기술적 방안이 존재하며, 또 조치할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고, 그러므로 위험평가 접근법이 가장 경제적이라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제 과학적으로 입증해 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해수가 중금속 카드뮴으로 오염된 경우를 보자. 카드뮴 농도가 10ppm인 해수에서 꽃게는 1주일 내에 사망하지 않았고, 2.5ppm 에서 새우는 성장이 감소되지 않았고, 미역은 죽지 않았다. 그러나 플랑크톤인 규조류는 2.5ppm 에서 대부분 죽었다. 이 경우 카드뮴의 안전기준은 얼마인가? 아무도 쉽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1980년대에 영국에서 꽃게의 등에 검은 반점이 생기는 질병이 발생하였다. 검은 반점이 있는 꽃게는 시장에서 팔리지 않았다. 그 때문에 꽃게 수산업자들이 정부에 민원을 제기하였다. 꽃게에 질병이 발생한 이유를 한 무리의 학자들은 어망 어업 작업으로 꽃게 몸체가 어망에 찢겨 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학자들은 꽃게가 너무 오래 살아 늙어서 병이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경우 과학조사의 후원자가 달랐다. 그러나 과학은 원래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진보한다. 그러므로 대체로 과학조사 결과에 전적으로 의존하면 논란이 지속되어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접근방법의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 환경의 취약성과 환경위협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과학의 한계를 인식하고, 덜 해로운 대체 방안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사전방지원칙(豫防원칙)이 1970년대부터 선진국에서 발달하였다. 이 원칙은 1992년 이후에는 국제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사전방지원칙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1998년 윙스프레드 합의문(Wingspread Consensus Statement)에서는 ‘어떤 행위가 인간 건강이나 환경을 위협할 경우, 인과(因果) 관계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더라도 사전방지조치를 취해야 한다.  당해 행위의 제안자는 시민을 대신하여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고, 민주적으로 모든 잠재적 이해당사자들에게 통지하고, 투명하게 집행하는 방식으로 사전 방지 조치를 집행해야 한다. 또한 그 행위를 아니하는 방안을 포함하여 폭넓게 대체 방안을 탐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대체 방안의 개발이다. 대체 방안은 환경행정의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는 점에서 유용한 도구이다. 즉, 사전방지원칙의 적용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게 해준다.

오염된 일본산 대구 대신에 다른 식품을 선택하고, 고철이나 폐지는 소유자가 환경에 처분하는 행위만 행정 관리의 대상으로 삼으면 모든 이해 당사자에게 유리하게 된다. 위험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결정은 금융이나 개인적인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늘 선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환경 관리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워터저널』 2011.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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