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재근 박사
·본지 회장
·(사)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사)한국수생태복원협회장
지난 7월23일은 환경부가 폐기물 처분(處分, disposal)의 개념을 「폐기물관리법」에 도입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처리’란 폐기물의 수집, 운반, 보관, 재활용, 처분을 말하며, ‘처분’이란 폐기물의 소각·중화·파쇄·고형화 등의 중간처분과 매립하거나 해역으로 배출하는 등의 최종처분을 말한다.

즉, 처리(處理, treatment) 행위와 소각, 매립과 해양투기의 처분 행위를 법적으로 분리한 것이다. 이로써 최종 처리로 정의돼 환경보호에 걸림돌이 됐던 소각, 매립, 해양투기 행위의 관리행정이 제자리를 찾게 됐으며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적인 환경보호 정책이 힘을 받게 됐다.

환경 오염이나 생태계 훼손은 폐기물이나 기타 물질을 자연에 버리기(처분) 때문에 일어나므로 자연보호는 폐기물 처분의 허가행정 조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폐기물관리법」에서는 폐기물관리의 기본 원칙(제3조의 2)으로 폐기물 발생 억제, 폐기물 재활용 및 유해성 저감, 폐기물로 인한 환경 훼손 복원에 따른 비용 부담 등의 시행을 의무로 정했다.
이는 1972년 폐기물 및 기타 물질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협약의 1996년 의정서(런던의정서) 부속서 2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며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1월에 이 의정서에 가입했다.


장마철에는 많은 강수로 불어난 물에 표토가 쓸려내려 매립된 폐기물이 바깥으로 노출되거나 지하수면 상승으로 지하수 오염이 쉽게 발견된다. 이에 따라 매년 장마철이면 거의 어김없이 불법으로 매립된 폐기물이 노출돼, 관련 위법자를 찾는다는 내용의 단골 환경기사가 등장한다.

올해는 인천 강화군의 해안가 농지에 폐주물사가, 포천시 농지에 음식물류폐기물이 불법 매립됐다.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는 것은 오염자 부담원칙이 법에 명확하게 명시되어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서 오염자 부담원칙(Polluter Pay Principle)이란 오염의 비용을 내부화해 최종 제품가격이나 서비스 가격에 반영하는 일반환경경제 원칙으로, 지난 199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공식 출현한 개념이다. 이 원칙은 ‘차세대의 수요를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현 세대의 수요를 충족하는 개발을 허용하는 지속가능 개발을 인류 문명 진보의 규범’으로 정한 1987년의 유엔 지속가능 개발 선언문의 개념에도 포함된다.

우리나라에서 폐기물을 처분하고자 하는 자는 폐기물처리비용을 처리업자에게 지불한다. 즉 폐기물 처리 및 처분은 사적인 영업 행위이다. 그러므로 오염자 부담 원칙은 폐기물 처분 시장에서 잘 작용될 수 있다. 오염자 부담 원칙을 간단히 표현하면, 오염과 폐기물을 생산한 자가 이를 완전히 환경으로부터 봉쇄하거나, 회피하거나 감소하는 비용(외부비용)을 부담한다는 원칙이다. 오염을 정화하거나 환경을 원래 상태로 복원하고 보수할 수 없는 손해, 즉, 생물의 사망, 생태계 구조와 기능에 대한 손해에 대해 돈으로 배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오염자 부담원칙은 비용 할당의 경제적인 규칙이라 할 수 있다. 오염으로 발생한 외부 비용에 대해 해당 오염을 시킨 자에게 책임을 지움으로써, 그 비용을 할당하는 것이다. 오염자는 이 외부 비용을 사업의 비용으로 내부화해야 한다. 내부화는 오염자가 오염으로 발생한 모든 비용을 감당할 때 완성되며, 그 비용 중의 일부가 국민 전체에게 전가될 때에는 불완전하다.

이 오염자 부담원칙은 자연환경에 대한 소유권이 누구에게 속하는지를 보여준다. 즉, 오염자 부담 원칙 하에서는 국민이 자연 환경을 효과적으로 소유하고, 손해를 입힌 자에게 그 대가를 지불하도록 강제한다. 만약 국민이 오염자에게 돈을 지불한다면, 그 의미는 오염자가 환경을 소유한 것이고 이를 오염시키는 행위에 대해 형사 책임을 면제받는 셈이다. 이는 지속 가능 개발의 원칙에 어긋난다.

오염자 부담원칙은 오염이 일어날 경우, 오염을 방지하고 오염된 부지를 복원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개발로 인한 혹은 부지 이용으로부터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오염을 방지하거나 제어하는 책임을 행위자에게 지우는 것을 정당화함으로써 오염을 방지해 준다. 이것은 당해 사업의 허가증을 발급할 때 허가 조건에 이를 부과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행위자가 오염이 발생할 때 오염의 봉쇄, 회피, 감소에 대해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향후 오염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막대한 복원 비용을 부담하기보다는 사전방지(예방)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폐기물관리법」에서 오염자 부담 원칙 위반 시의 벌칙이 형사처벌 위주로 되어있으나, 향후 수정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다시 한번 폐기물의 처분 개념 도입 1주기를 맞아 환경 관련 담당부서에 축하를 드린다.

[『워터저널』 2011.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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