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에 대량으로 살포했던 고엽제를 주한 미군이 1978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소재 ‘캠프 캐럴’ 내에 5만여 리터(드럼통 250개 분량)를 매립했다는 스티브 하우스 씨 등 퇴역 미군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일명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라고 부르는 고엽제는 ‘2,4,5-T(2,4,5-tri-chlorophenoxy 초산)’라는 성분과 ‘2,4-D(2,4-dichlorophenoxy 초산)’ 성분이 반반씩 섞인 맹독성 혼합제초제로 살포 후 몇 시간만 지나도 잎이 타 들어갈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인체뿐 아니라 토양, 지하수 등 주변 생태환경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일단 고엽제가 살포되면 다양하고 심각한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인체가 직접 노출될 경우 고통스러운 후유증이 수십 년간 이어진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은 월맹군의 은거지가 되는 밀림을 고사(枯死) 시키기 위해 1962년부터 1972년까지 10년간 1천900만 갤런(1갤런은 약 3.8리터)의 고엽제를 살포했다. 그런데 베트남 전쟁에 파병됐던 국군 출신 중 후유증 환자가 지난해 말 현재 3만5천여 명, 후유의증(의심스런 증상) 환자가 9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2차 오염 피해도 엄청나다. 일례로 토양이 오염되면 농작물을 통해 서서히 인체에 발암물질이 축적된다. 그렇게 체내에 들어온 다이옥신 등은 20∼30년 후 폐암, 전립선암 같은 치명적 질병을 일으킨다고 한다. 이처럼 고엽제는 인체에 암 등 치명적 부작용을 일으켜 지금은 사용이 금지된 화학물질이다.

특히 미군은 6.25 전쟁 휴전 후 DMZ(비무장지대) 등 북한 접경 지역에도 고엽제를 살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주한 미8군사령부는 왜관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 사건에 대해 “1978년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 기지 ‘캠프 캐럴’ 내에 화학물질, 살충제, 제초제, 솔벤트 용액이 담긴 많은 양의 드럼통을 매립했으며, 1979∼1980년에 오염된 토양 등 40∼60㎥을 파내 다른 지역으로 옮긴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 5월23일 밝혔다.

아울러 2004년 ‘캠프 캐럴’ 내 13곳의 토양시료를 검사한 결과 1곳에서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미량이지만 고엽제의 주성분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했다.

주한 미군의 발표는 “고엽제 드럼통을 수백 통 묻었다”는 전 주한 미군 병사 스티브 하우스 씨가 증언한 내용과 시기 등이 거의 일치하지만, 이 화학물질을 어디로 옮겨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왜관 ‘캠프 캐럴’ 지하에 고엽제가 묻혀 있다면 이미 환경오염이 상당히 진행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33년 간 땅 속에 묻혀 있을 경우 드럼통의 부식으로 고엽제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유출된 고엽제는 우기 때 빗물에 섞여 지하수로 스며들었을 수도 있다.

특히 ‘캠프 캐럴 ’인근에는 낙동강이 있어 고엽제 오염수가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낙동강까지 오염됐다면 낙동강 물을 식수원으로 쓰는 1천만 영남권 주민들은 이미 직·간접적 피해에 노출됐을 공산이 크다.

물론 한국과 미군은 이번 미군 기지 고엽제 매립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공동조사단을 구성했다.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주한 미군, 민간 전문가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한·미 공동조사단은 지난 5월31일 고엽제 매몰 의심 지역으로 지목된 ‘캠프 캐럴’ 헬기장 용지와 인접한 곳에서 시추기를 이용해 토양시료 채취 및 기지 인근 동정천과 낙동강, 기지 밖 배수로 등 6곳의 하천 물도 채취해, 전문기관에 다이옥신 등 독성물질 함유 여부를 의뢰했다. 결과는 2주일 후에 나온다.

만일 고엽제 매립이 사실로 드러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즉각 제거하고 해독 조치와 함께 오염 확산 방지책을 강구해야 하며, 피해에 대한 응분의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누가, 왜 고엽제를 매립했는지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나아가 이번 기회에 전국 모든 주한 미군 기지에 대해 환경오염 사례가 없는 지도 조사해야 한다.

[『워터저널』 2011.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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