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1일 일본 동부 센다이 외해 태평양에서 발생한 토후쿠 대지진은 리히터 규모 9.0으로 현재까지 기록되지 않은 리히터 규모 10보다 10배 작은, 그러나 지난 2월22일 발생한 뉴질랜드 지진 6.3보다는 1천 배, 20만 명 이상이 사망한 아이티 지진 7.0의 100배나 되는 엄청난 지진이었다. 이로 인해 지난 4월25일 기준, 사망자 1만4천133명, 실종자 1만3천346명으로 사망자는 2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지역의 조속한 수습을 기원한다.

초기에는 아무도 이러한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본에서 사용되는 지진 재해도(災害圖)는 최근 400년의 지진 기록에 의거해 작성된 것으로, 이 정보에 의해 7.5∼7.8정도의 지진이 향후 30년 내에 일어날 확률은 99%라고 일본당국은 예측했다. 즉, 규모 9.0의 지진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추론되었다. 그러나 역사서인  『일본삼대실록』(日本三代實錄)에 의하면 지금부터 약 1000년 전인 869년에 센다이 외해에서 8.3의 지진이 발생했고, 그 결과 발생한 지진해일(쓰나미, tsunami)이 내륙 4㎞까지 덮쳐 1천 명 이상이 사망한 사실이 전설처럼 기록돼있다. 이를 ‘조간 산리쿠’대지진이라 한다.

한편, 지금부터 10년 전인 2001년에 도호쿠 대학의 고지 미노우라(Koji Minoura)란 지질학자와 그의 동료들은 역사서를 검토한 후 1000년 전의 센다이 지진해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들은 센다이 평야의 논을 2m 이상 시추해 퇴적층을 분석한 결과, 지하 50㎝, 100㎝, 150㎝에서 모래층을 발견했고, 이 모래는 지진 해일로 바다에서 육지로 이동된 것임을 밝혔다. 또 각각의 모래층을 탄소-14로 연대측정을 한 결과 각 모래층은 AD 870, AD 50, BC 910년경에 형성된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모래층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진도 8.0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수 미터 이상의 쓰나미가 발생했음에 틀림없다는 모형을 개발했다. 이들은 이러한 대지진이 과거 3000년 동안 3차례씩 1000년 간격으로 발생했고, 최근의 ‘조간 대지진’일어난 후 거의 1000년이 경과하고 있으므로 2000년대 초반에 이러한 규모의 대지진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음을 예측했다. 이러한 연구는 1990년대 후반에서야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고 여전히 첨단 연구에 속한다.

1970년대에 토목공사에서 지진대비에 대한 지질학적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으나 토목공사의 의사결정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제1원자로는 1971년 당시 지진 재해도자료에 근거해 5.7m 높이의 쓰나미에 견디도록 건설됐다. 그러나 지난 3월11일의 쓰나미는 14m였다. 2008년 후쿠시마 원전의 지진안전성을 검토하는 회의에서 ‘조간’ 대지진의 재림을 참석자가 보고했으나 회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당시에 ‘고지 미노우라’의 학설을 받아들여 준비를 했다면 현재의 후쿠시마 참사는 피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과학적 발견은 일본 사회의 환경관리체제에 입력되지 못했다.

이 토호쿠 대지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도시나 대규모 공장은 최근 수백 년의 기상·지진자료에 입각해 설계된다는 점이고, 환경과학은 주위 환경에 대한 진정한 호기심에 근거하여 조사 연구해야 환경지식이 진보하며, 또한 환경과학의 진보는 도시나 공장의 건설을 심의하는 의사결정에 접목돼야 자연재해를 최대한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의 진보를 즉각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여겨, 그렇지 않게 보이는 환경과학은 사회에서 소외되는 듯해 심히 염려된다. ‘조간’ 지진을 연구하는 학자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을 염두에 두고 그런 연구를 수행할 수는 없다. 학자의 호기심을 존중하고 그 호기심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를 용인하며, 그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연구비를 지급할 수 있고, 그 연구 성과를 적절히 필요한 분야에서 이용할 수 있는 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이다. 자기가 의지해 살고 있는 하늘, 땅, 바다의 상태와 변화를 모른다면 인간 문명을 조성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구표면은 자연적으로도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열심히 조사하고 연구해야 한다. 환경과학 지식은 지속성장사회의 중요한 요소로서 포함되어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환경과학에 좀 더 애정을 가져야 할 것이다.

<본지 회장>

 [『워터저널』 2011.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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