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 감을 수 있는 물’의 수질기준 없어
‘멱 감는 물’의 수질항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 속 병원성 미생물


▲ 김동욱 박사
“미국·EU·호주·캐나다 등 선진국들은 ‘멱 감을 수 있는 물’의 수질기준에 병원성 미생물 반드시 포함시켜”

우리나라 물의 수질목표

미국은 1975년 미국의 물 관리 기본법인 「청정수법(CleanWater Act)」에서 1983년 7월1일까지 미국의 모든 수역에서 “물고기 뛰놀고 멱 감을 수 있는(fishable/swimmable)” 수질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중간목표를 세웠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나라는 2006년 6월에 수립된 ‘물 환경관리 기본계획’에서 2015년까지 우리나라 대부분의 수역의 수질을 ‘좋은 물’ 이상으로 개선하여 물고기가 뛰놀고(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아이들이 멱 감을 수 있는(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물 환경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물고기가 뛰놀고’라는 것은 물 속에 사는 수생생물과 물과 물 속에 사는 수생생물을 섭식(攝食)하는 야생생물에게 유해한 독성물질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수생생물 등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이러한 독성물질이 아직 수질기준에 들어 있지 않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40여 종의 독성물질을, 호주와 캐나다는 90여 종 이상의 독성물질을 생태계 유해물질로 정하여 규제하고 있다.

‘멱 감을 수 있는’이라는 것은 사람이 물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입이나 피부 등을 통해 인체 내로 들어올 수 있는 유해한 오염물질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멱 감는 물의 수질항목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물 속에 있는 병원성 미생물이다.

오염된 하천에는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많은 종류의 원생동물이나 세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 EU, 호주, 캐나다 등 국가들은 병원성 미생물을 반드시 멱 감을 수 있는 물 수질기준에 포함시키고 있다. 호주는 멱 감을 수 있는 물의 수질기준에 병원성 미생물 외에 96종의 독성물질을 포함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질기준에는 인간의 건강보호를 위한 수질기준으로 하천과 호소에 대해 17개 유해물질을 정하고, 생활환경을 위한 수질기준으로 하천과 호소에 대해 각각 8개 및 9개의 수질항목에 대해 수질기준을 정하고 있다. 생활환경 수질항목도 사람의 건강보호를 위한 것이기는 하나 멱 감을 수 있는 물을 보호하기 위한 직접적인 수질기준은 아니다.

한강하류, 병원성 미생물 오염 극심

멱 감는 물의 수질기준 항목 중 가장 중요하고 세계 공통적인 것이 병원성 미생물이다. 물속에 있을 수 있는 병원성 미생물은 그 종류가 많고 측정이 어려운 것들이 많기 때문에 측정이 상대적으로 쉬운 지표생물을 측정하여 병원성 미생물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표미생물 중의 하나가 분원성 대장균군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멱 감을 수 있는 물의 분원성 대장균의 농도는 물 100cc당 분원성 대장균군의 숫자가 200개를 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의 분원성 대장균군의 농도가 이러한 기준 값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먼저 팔당댐 하류의 한강 본류를 보면, 도곡 지점의 2007∼2009년 기간 중 6, 7, 8, 9월의 가장 높은 농도의 평균값으로 본 분원성 대장균군의 농도는 100mL당 520개로 멱 감을 수 있는 기준농도보다 2.6배 높고, 그 바로 하류에 있는 구리 지점의 농도는 3천373개로 기준농도보다 17배 높다.

 
▲ 서울의 양재천과 탄천 등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놀이장이 있어 여름철에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물놀이장의 물은 탄천이나 양재천을 흐르는 하천수가 아닌 정수장에서 공급되는 수돗물이다. 사진은 강남구 양재천변(위)과 성남시 분당 탄천변(아래)에 설치되어 있는 물놀이장.

그것은 상류에서 구리시의 하수가 유입되기 때문이다. 구의와 잠실 지점에서는 자정작용 등으로 그 농도가 낮아지다가 탄천과 탄천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영향을 받는 뚝도 지점의 농도는 5천640개로 크게 높아진다. 보광 지점의 농도는 6천867개로 더 높아지는데 그것은 중랑천과 중랑하수처리장의 방류수의 영향 때문이다.

반포천과 안양천 유입수의 영향을 받는 노량진과 영등포 지점의 분원성 대장균군의 농도는 각각 1만4천413개와 1만1천573개로 높아졌다가 가양 지점에서는 자정작용으로 그 농도가 7천319개로 떨어지지만 난지하수처리장과 서남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영향을 받는 행주 지점의 분원성 대장균군의 농도는 5만1천722개로 기준농도의 259배로 높아진다([그림 1] 참조).

▲ [그림 1] 한강하류 주요지점 분원성 대장균군의 농도(기준농도: 200개/100mL)

멱 감을 수 있는 도시하천 거의 없어

서울의 양재천과 탄천(성남시 분당 구간) 등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놀이장이 있어 여름철에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적은 돈을 들여 가까운 곳에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열린 공간이 도시하천이다.

그러나 그러한 물놀이장의 물은 탄천이나 양재천을 흐르는 하천수가 아닌 정수장에서 공급되는 수돗물이다. 하천수를 탄천과 양재천의 물놀이장의 물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그 수질이 너무 나쁘기 때문이다.

▲ 탄천의 경우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측정지점에 따라 분원성 대장균의 농도가 최저 6천593개에서부터 최고 3만3천858개까지로 기준치의 33배에서 169배나 된다. 사진은 성남시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된 하수가 탄천으로 유입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사람이 물과 전신 접촉을 하는 경우 수인성 질병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병원성 미생물의 지표인 분원성대장균군의 농도가 100mL당 200개 이하이어야 한다.

그러나 탄천의 경우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측정지점에 따라 분원성 대장균의 농도가 최저 6천593개에서부터 최고 3만3천858개까지로 기준치의 33배에서 169배나 되고 양재천의 경우에는 지난 5년간 연평균 5천389개로서 기준치의 27배나 된다.


“사람이 물과 전신 접촉을 하는 경우 수인성 질병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병원성 미생물의 지표인 분원성 대장균군의 농도가 100mL당 200개 이하이어야 하지만, 우리나라 도시하천 중에 멱 감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어”


‘물놀이 물’ 수질기준 설정 시급

우리나라의 수질보전 목표는 탄천과 양재천과 같은 하천에서도 온갖 종류의 많은 물고기가 뛰놀고 누구나 안심하고 멱 감을 수 있는 맑은 물을 만드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여름철에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거나 할 수 있는 곳의 ‘물놀이 물’에 적용할 수질기준을 만드는 것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물놀이 물의 수질기준은 수인성 질병과 관련된 병원성 미생물에 대한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부유물질 등 수질기준을 정해야 할 여러 가지 항목이 있다. 미국, EU, 호주 등 국가들은 물놀이 물의 안전을 위해 1970년대부터 많은 수질기준 항목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정해 시행하고 있다.

생활하수·하수관거 월류수가 오염원

우리나라 하천의 수질오염원은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생활하수처리장의 방류수와 하수관거의 월류수 및 부실 하수관거의 누출수이다.

우리나라 하천은 4대강 본류이든 그 지천이든 도시지역을 끼고 있거나 그 하류의 하천은 예외 없이 생활하수의 주요 구성성분인 병원성 미생물과 총인 등 오염물질로 심하게 오염되어 있다.

▲ 우리나라 하천은 4대강 본류이든 그 지천이든 도시지역을 끼고 있거나 그 하류의 하천은 예외 없이 생활하수의 주요 구성성분인 병원성 미생물과 총인 등 오염물질로 심하게 오염되어 있다. 사진은 탄천과 한강이 합류하는 지점.

그 첫째 이유는 생활하수 처리수의 오염물질의 농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좋은 물’ 수질기준의 총대장균군의 농도가 100mL당 500개인데 반해 방류수 수질기준은 10만 개 내지 30만 개로 수용하천의 수질기준의 200∼600배에 달한다.

이것은 수용하천의 유량이 생활하수 방류량의 200∼600배가 되어야 수질기준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하천의 대부분은 유량의 변화가 심하고 평균유량이 적어 이와 같은 기준을 달성할 수 없다.

따라서 미생물의 하천 수질을 좋은 물로 하기 위해서는 생활하수 처리수 중의 총대장균군의 농도를 100mL당 500개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사람과 하천과의 접촉이 적은 계절에는 현재와 같은 수준의 미생물 처리를 해도 무방하다는 점이다.

생활하수로 인한 하천오염의 둘째 이유는 생활하수를 모아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하수관거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합류식 하수관거는 구조적으로 강우 시 생활하수 월류수로 인해 하천을 오염시키지만 분류식 하수관거도 파손 등 유지관리의 소홀로 생활하수가 하천으로 누출될 수 있다.

하수관거로 인한 구조적, 관리적 문제는 하수관거 체제의 개선노력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 하수관거에 대한 기술개발 또한 하수관거 문제의 해결을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물고기 뛰놀고 멱 감을 수 있는 물’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1975년 「청정수법」을 개정하여 1985년 7월1일까지 미국의 모든 물에 물고기가 번성하고 사람이 수영해도 안전한 물을 만들겠다는 야심적인 목표를 세웠으나 실패했다. 그것은 그만큼 수질개선 문제가 어느 나라나 쉬운 과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까지 우리나라 물의 85%를 좋은 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제 5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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