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재근 박사
가을철 벼를 수확한 후 논에 겨울철 물대기를 실천하면 5억 톤의 물을 확보할 수 있고 수질 개선 효과도 얻을 수 있어 이러한 운동 전개가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논에 벼를 수확한 후 물을 빼는 이유는 우선 가을철 추수를 위해 농민들은 벼가 더 잘 익고 콤바인이 논에 들어가 수확할 때 논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즉, 추수하는데 더욱 수월할 수 있도록 논에 물을 빼준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유는 추수를 마친 볏짚을 바로 걷어서 소의 먹이로 쓰기엔 너무 축축하고 습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보관 시 썩을 수 있기에 겨울 내내 논에서 자연적으로 말린 후 봄에 걷어서 소의 먹이로 사용해 오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거의 지하수를 사용하여 논에 물을 대고 있기 때문에 그에 소요되는 전력과 지하수의 양이 한정되어 있어 그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전에는 동네 아이들이 놀 곳이 없어서 논에 물을 대어 스케이트나 썰매를 타곤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만을 선호해 밖에서 썰매나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농민들은 겨울에 논에 물을 대지 않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있다.

하지만 벼를 키우기 위해 물을 채워놓은 논은 인공습지로, 여름 내내 습지가 가진 기능이 발휘되고 있다. 올해 겨울부터 물을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면 일부 논에 물을 대는 일을 다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흘러가는 물 사정이 좀 어렵다고 하더라도 겨울 논을 생명의 공간으로 늘릴 여유를 가져볼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 논 면적이 104만5천991㏊(104억6천만㎡)로 그 논에 10㎝로 물을 대면 10억 톤이 되고 5㎝로 물을 대면 5억 톤의 물이 저장되어 내년 봄 가뭄을 해소 될 수 있는 양이라고 본다.

4대강 수질도 개선될 수 있는 물 확보 대책의 한 방안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겨울에 남아도는 물을 논에 댄다면 지하로 흘러가는 물은 늘어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농촌에 말라가는 옛 우물을 되살리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과거처럼 논에 미꾸라지나 드렁허리가 살 수 있는 옛 농촌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어차피 겨울 논은 사람의 눈으로 보면 쉬고 있다. 차가운 논바닥일망정 생명이 숨쉬게 물을 대고 물도 순환시키고 생태계도 살리는 운동을 전개하여 앞으로 전국 논을 인공호수로 활용해 매년 연중행사인 가뭄도 막고 4대강 수질도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겨울철 논에 5억 톤의 물 확보로 우리나라 지천을 살리고, 큰 강도 살리는 운동이 시급하다. 이 운동을 실천하는 데 서로 서로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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