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재근 박사
예로부터 겨울에는 추워서 청소를 제대로 못하다가 따뜻한 봄이 오면 집 안팎을 대청소하며 입춘대길(立春大吉)을 기원했다.

그러나 아직 골목골목 집 밖에 있는 맨홀 청소에 대한 인식은 많이 부족한 듯 하다. 일본 사람들은 집 주위 청소를 매일마다 깨끗하게 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지저분한 물건은 집안에 보관하면서 집 앞 청결을 생활화하고 있다.

하천을 살리는 일이 물을 살리며 생태계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안다면, 맨홀 청소와 같은 간단한 하천 살리기를 생활에서 실천해야 한다.

봄철에 비가 많이오면 청소되지 않은 맨홀을 통해 오염된 빗물이 하천에 흐르는데 이로 인해 지천에 살고 있는 물고기의 폐사가 크게 우려되고 있다.

지난 2002년 봄철 중랑천 물고기 폐사 사건이 대표적인 사건이다. 사람들은 오염된 물로 인해 물고기가 죽으면 공장폐수나 유독물질이 원인이라고 생각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 사건의 원인은 겨울철 비점오염원인 도시, 도로, 공장부지, 농지, 산지, 공사장 등으로서 여러 장소에서 불특정하게 수질오염물질이 배출되는 물질에 의해 폐사된 경우였다.

봄철 빗물오염 시 도로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 강우량이 5mm 정도에 이를때까지의 이른바 초기 빗물을 분석해보면, 도로에 쌓인 자동차 배기가스 입자와 염화칼슘, 먼지 등으로 인해 1급수 수질기준보다 1천 배 가까이 오염되어 있는 것을 앟 수 있다.

이런 수치는 물고기를 오염된 물에 넣으면 불과 10여분에 숨질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이런 오염된 물에는 유해 화학물질, 중금속이 섞여 있어 하천에 더욱 유해한 오염원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4대강이 양질의 상수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봄철에 중소도시의 맨홀청소, 아파트 주변청소, 도시 지천청소, 공장주변 청소에 대한 캠페인을 벌이는 등 비가 많이 오기 전에 미리 비점오염원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맨홀청소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누구나 집에서 할 수 있는 청소이다. 우리나라에서 신종인플루엔자를 퇴치하고자 손 씻기 운동을 전개한 결과, 감기발병도 줄고 소화기 질환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이런 파급효과처럼 봄철에 전 국민이 맨홀청소를 철저히 한다면 하천 오염물질 처리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 봄에는 “내 집 앞 맨홀은 내가 청소한다”는 맨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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