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 지탱해주는 생태계…파괴 말아야”

조길영 교수의 녹색칼럼

 

   
▲ 조길영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울산대학교 겸임교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22일 광주광역시 남구 승촌동에서 승촌보 건설현장에서 열린 ‘영산강 살리기 사업’ 기공식에 참석했다. 국민적 동의와 국법 절차를 무시하고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국민적 반대를 의식, 이날 행사에서도 MB는 “정치적 논리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논지의 말씀을 구두선처럼 되풀이했다.

이것을 뒤집어보면, 반대하는 쪽이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씀은 천부당만부당하다. 

누가 그런 논리를 갖고 반대하고 있다는 것인가? 4대강 토목사업을 반대하는 쪽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4대강 살리기가 아닌 죽이기 사업’이며, 다른 하나는 ‘녹색성장이 아닌 미래 성장동력 신장의 기회를 빼앗고 궁극적으로 경제를 망치는 회색 토목사업’이라는 것이다.

정작 정치적 논리보다 더 나쁜 고도의 정략 차원에서 4대강 사업(한반도대운하 사업→4대강 정비사업→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이름을 계속 바꿈)을 서두르고 있는 쪽이 누구인가? 지난 9월 말경에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4대강 토목사업에 대한 당내 일각의 반론을 제압하려는 차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정권 재창출에 절대적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역설한 바 있다. 이 말은 제2의 청계천 효과를 4대강에서 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논리보다 더 나쁜 정략적 산물임을 자복한 결정적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진정한 녹색성장과 신성장동력

최소한의 법적 절차마저 묵살한 채 2012년까지 22조2천억 원(설계변경 등으로 30조 원 이상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음)이 들어가는 초대형 토목사업을 군사작전하듯이 화급하게 감행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한나라당 일부 비주류 의원들도 주장하듯이 4대강을 진정 살리려면 지류부터 하는 것이 순서인데 본류부터 파헤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3년 안에 모든 것을 끝내야하는 무슨 절박한 이유라도 있다는 말인가? 그것은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인 4월 국회의원 선거전에 이용하겠다는 저의가 아니고 무엇인가? 외국 지도자들이 녹색성장과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재정을 어떻게 투입하고 있는가를 진정 모르고 있단 말인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에 아이오와주 풍력발전설비 제조회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국가가 21세기 글로벌 경제를 선도할 것”이라면서 향후 10년간 녹색기술 개발에 1천500억 달러(약 200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천명했다.

며칠 전에는 2010년도에 에너지 절약을 담보할 첨단 융합기술인 스마트 그리드(IT접목 지능형 전력망) 사업에만 81억 달러(약 10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새로운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을 통해서 500만개의 녹색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비전도 발표했다.

어디 미국뿐인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 개도국들도 국가적 명운을 걸고 녹색융합기술 개발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녹색기술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간 불꽃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절박한 시기에 MB정부는 국론분열을 자초하면서 엄청난 국가 재정을 4대강 파헤치기에 쓸어 넣고 있다. 그것도 4대강을 살릴 수 있다는 믿을만한 어떤 검증 결과도 없는데 말이다.     

 4대강은 당대를 살아가는 5천만 국민은 물론 후세들의 생명이며 혼을 지탱해주는 생태계다. 하지만 정말 불행하게도 오늘의 축포는 머지않아 생태계의 죽음을 알리는 조종 소리로 돌변할 것이다.

임계점을 넘는 생태계 파괴는 어떤 항생제도 무용지물로 전락시킬 돌연변이성 바이러스(괴물)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것이 언제 이 땅의 생명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을지도 모른다.

예컨대 담수화를 포기하고 바닷물로 만든 시화호, 또 그럴 운명에 처하게 될 새만금호, 여러 지방 공항들…. 그렇게 해서 가문의 명예를 높였는가는 몰라도 고통은 누가 떠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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