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길 영 / 강원대학교 초빙교수, 울산대학교 겸임교수,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물과 에너지는 인간에게 필수재이다. 하지만 이 둘은 근본적인 차이점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석유와 석탄 그리고 원자력 등은 에너지 믹스를 통해서 서로 보완·대체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의 추세로 볼 때, 신재생에너지가 기존의 낡은 에너지 시스템을 대체할 날도 머지 않았다.

물은 대체재가 없는 생명자원

그런데 물은 필수재이면서 대체재가 없는 소중한 생명자원이다. 바로 이런 사실 때문에 물을 확보하기 위한 지역간·국가간 분쟁은 앞으로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이스마일 세라겔딘은 지난 20세기 말에 “20세기의 전쟁이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21세기는 물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될 것이다”고 예측하면서 물안보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실제로 물은 지구촌 곳곳에서 이미 ‘전쟁의 화약고’가 되어가고 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가속화는 세계 모든 나라의 치수와 이수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는 계층간·지역간·국가간의 물 분쟁과 전쟁의 화약고에 불을 당기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기에, 지구촌은 앞으로 심각한 물안보의 위협에 직면할 것은 자명하다. 때문에 세계 모든 국가들은 에너지와 함께 안전한 물을 확보하려는 정책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심각한 용수 부족으로 고통을 당하는 지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01년 가뭄 때는 86개군 9만3천615세대 30만4천815명과 2002년 가뭄 때는 23개군 2만7천678세대 9만2천838명에게 각각 제한급수를 실시하기도 했다.

금년 봄 가뭄의 장기화로 태백시를 비롯한 여러 지역이 영업 제한까지 당하는 등 극심한 물고통을 겪기도 했다. 가믐 시즌이 닥쳐오면 또 어느 지역이 얼마만큼의 고통을 당할 지 모를 일이다.

기후변화시대 물관리의 중요성

우리나라는 21세기에 접어들어 기후변화의 심화로 강수량은 늘어나지만 비가 내리는 일수는 줄어드는 등, 한반도를 축으로 한 극동아시아의 강우 패턴에도 심각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물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게다가 과거 댐 위주의 개발주도형 수자원 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더욱 거세지고 있고, 지역간에 수리권을 둘러싼 분쟁도 점차 격화되고 있다.

이런 물환경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대체 수자원으로서의 지하수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져 왔다. 이에 정부는 1993년 12월 제정된 지하수법에 의해 1996년에 최초로 국가 ‘지하수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였고, 2007년에 ‘지하수관리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한 바 있다. 지하수법도 1997년 1월에 처음 개정한 이래 2008년 2월까지  모두 다섯 차례의 개정을 통해서 지하수 관리를 위한 법적 체계를 대폭 강화해왔다.

특히 3차 개정을 통해서는 시(특별시 및 광역시)·도 차원에서 ‘지역지하수관리계획’ 수립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4차 개정에서는 시·군·구(광역시 이상의 자치구) 차원에서도 ‘지역지하수관리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고, 지하수에 대한 공적 자원으로서의 개념을 명확히 규정했으며, 지하수 이용부담금 부과와 지하수관리특별회계 설치를 위한 규정도 신설했다.

국가는 「지하수법」에 의해 전국의 5대강 유역별 및 시촵군 지역의 지하수 기초조사 사업을 수행하였고, 전국의 모든 리·동별 및 용도별 지하수 이용 실태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이를 토대로 전국의 지하수에 관한 조사 자료를 종합하여 『지하수조사연보』를 발행하고 있다.

국가는 지하수의 지속가능한 이용 및 관리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자료 확보를 위해 국가 예산을 투입하여 ‘지하수기초조사’, ‘지역지하수관리계획’, ‘지하수관리기본계획’, 『지하수조사연보』 발행 등 법적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하수 이용실태 통계자료 중요성

하지만 필자가 지하수법에 의해 수행한 각종 법정 조사와 연구 성과물을 검토하면서, 이들의 신뢰도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특히 지속가능한 지하수 이용 및 관리를 위한 필수 기초자료인 이용량 통계를 산정하는 방법이 지자체별로 상이하고, 국가의 각종 법정 보고서마다 상이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것의 궁극적 문제는 이런 엉터리 통계 자료가 국가의 지하수에 대한 최상의 계획인 ‘지하수관리기본계획’과 국가의 물에 대한 최상위 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와 같은 엉터리 지하수 이용량 통계를 가지고서는 지속가능한 지하수의 개발·이용 및 보전·관리를 위한 정책수립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신뢰도 높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 수립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국가는 지하수 관정의 수, 개발가능량, 이용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자료 확보를 위한 종합대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확한 기초자료만이 기후변화시대, 물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