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바이러스, 탄저균, 두창, 페스트 등 인체에 치명적인 세균 및 바이러스를 보관·실험하고 있는 전국 6개 보건환경연구원 연구시설(BSL3, 생물안전밀폐시설)의 대부분이 시설불량으로 인해 세균 및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보건복지위 이성구 의원(한나라당)은 10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를 통해 조류독감, 탄저균, 두창 등 인체에 치명적인 세균 및 바이러스를 보관·실험하고 있는 전국 6개 보건환경연구원 'BSL3' 대부분이 시설불량으로 실험자 및 주변 환경이 이들 세균·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감염 우려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류독감이 '21세기 흑사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실제 조류독감 등 인플루엔자로 인해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탄저균을 이용한 생물테러가 발생하는 등 신종전염병과 생물테러가 발생할 경우 상상할 수도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각국은 신종전염병이나 생물테러를 대비하기 위해 치명적인 세균과 바이러스를 안전하게 실험할 수 있는 실험실을 보유·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현재 질병관리본부와 6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 BSL3급의 생물안전 밀폐시설을 설칟운영 중이다.
'BSL-3(Biological Safety Level 3·위험도 3등급) 실험실'은 심각하고 잠재적으로 치사율이 높은 질병을 발생시킬 수 있는 테러물질이나 병원체로부터 실험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병원체 등이 주변 환경으로 누출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안전시설로, 생물학적 위해수준 1∼4등급 중 3등급 수준(높은 안전 수준)의 실험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설에서는 인체에 치명적인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보관·실험하기 때문에 철저한 안전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올해 제출된 6개 시·도 생물안전밀폐시설 안전성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6개 시설 모두에서 배기장치가 누수되고 있음이 확인돼 공기 중 세균 및 바이러스 노출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전국 대학과 민간연구시설의 경우 자체적으로 BSL 3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SAFE-ROOM(BSL1, BSL2 정도거나 그 이하) 수준으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어떠한 통제도 받고 있지 않아 그 실태조차 파악되고 있지 않다. 한마디로 대학 실험실은 무방비 상태이다.
더구나 미국 CDC(질병관리센터)는 생물테러에 대비해 두창, 탄저, 페스트, 보툴리즘 독소증, 야토병, 출혈열 (에볼라, 마버그 바이러스 등)을 A등급으로 분류해 각 세균 및 바이러스 표본을 보유·연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조류독감 바이러스 샘플의 경우 최근에서야 미국으로부터 입수했다.
또한 조만간 국내에서 발병될 것으로 예상되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에 대해선 입수 계획조차 없어 웨스트나일이 발병할 경우 국내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외국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시설들이 안전성평가에서 부적합으로 나온 것은 당초 엉터리 설계와 관리 부실이 주원인"이라며 "인체에 치명적인 세균과 바이러스가 유출될 수 있는 점을 감안, 이들 시설에 대해 조속히 보수할 것과 함께 대학·군·민간연구소 등의 실험실에 대한 실태조사를 즉각 실시해 실험실 전반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해외에서 유행하고 있는 세균 및 바이러스 표본을 확보해 관련 질병에 대한 연구에 착수하는 한편, 조류독감·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을 포함한 치명적인 세균 및 바이러스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