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도산업 미래전망 어둡다

30일 열린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한국수자원공사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이상 기후에 따른 댐 건설 및 관리, 장래 수도사업, 수돗물 불신 대책, 지하수 문제, 수자원공사의 방만 운영 등을 집중 따졌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베올리아, 수에즈 등 수도관련 다국적 기업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 수도산업이 머지 않은 장래에 외국기업에 잠식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수자원공사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수공 국감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는 곽결호 사장
수자원공사가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베올리아는 이미 지난 2000년 현대석유화학 대산공장과 하이닉스 이천공장의 공업용수 시설에 대해 20년간 장기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던 하수처리 사업 분야에도 진출했다. 베올리아는 2002년 인천 송도 만수 하수처리 시설 사업에도 진출, 삼성엔지니어링과 합작해 삼성베올리아인천환경주식회사를 세웠다. 삼성엔지니어링이 19.9%, 베올리아가 80.1%의 지분을 갖고 있다. 베올리아가 20년 간 운영권을 행사하는 조건이다.


또한 세계 2위 물 기업인 수에즈 역시 매출액 10조원으로 물 사업 분야에서 13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한국에 진출한 수에즈의 자회사 온데오는 2001년 한화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기도 양주군 신천.장흥.곡릉 하수처리장 건설사업에 진출했다. 하수처리장이 완성되면 소유권은 정부로 이관하지만 20년간 운영권을 행사한다.


2001년 3월 개정된 「수도법」에는 "지방자치단체인 수도사업자는 수도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문기관에 수도시설을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한국도 외국계 기업을 비롯한 민간기업이 상하수도 사업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20~30년 간 장기위탁경영 방식으로 진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베올리아와 수에즈는 해외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리스크가 큰 개발도상국이 아닌 중국.한국.일본을 타켓 시장으로 삼고 있다. 또한 이 회사들은 2006년 말 타결 목표인 WTO 도하개발 아젠다의 시장개방과 2007년 7월 발간 예정인 ISO의 서비스 표준화를 계기로 국내 상하수도 시장에 대한 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선교 의원은 "이렇듯 수도 사업은 글로벌기업의 공격적 마케팅 상대가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수자원공사는 베올리아의 마산에서의 실패를 예시로 들며 지자체는 수돗물공급의 공익성 확보와 기존 공무원 인력의 원만한 고용승계 차원에서 다국적 기업보다는 수자원공사와 같은 공기업을 선호하고 있다며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또 "21세기는 물이 석유보다 비싼 '블루 골드(Blue Gold)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수도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자원공사는 더욱 분발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하댐 홍수에 취약---항구적 조치 필요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은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임하댐 상류 홍수피해

▲ 김태환 의원
원인조사보고서>를 근거로 "임하댐이 홍수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정부 차원의 항구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임하댐의 상류하천은 경사가 급하고 하천 폭이 좁을 뿐 아니라 물이 잘 흐르는 암반으로 구성돼 홍수 전달 속도가 매우 빠른 반면 하류 지역은 유속이 느려지면서 홍수위를 상승시키고 오래도록 물을 가둬두게 돼 홍수에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희수 의원(한나라당) 은 "최근 이상 기후에 따라 댐 안정성이 큰 위협을 받고 있지만 공사 측의 '댐 붕괴에 따른 비상 계획'은 지자체와의 협조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국적으로 다목적 댐 상류의 하수처리율이 평균 41.8%에 불과하다"며 "국민 식수에 오물이 정화되지 않고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 빨리 하수처리시설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의 수돗물 불신 갈수록 심각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한국수자원공사 국정감사에서 "수질개선을 위해 국가가 많

▲ 안상수 의원
은 예산을 들이고 있으나 수돗물에 대한 국민 불신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국민의 수돗물 이용 실태는 지난 2000년 61.6%에서 03년 45.8, 올 7월 44.0%로 지속적인 감소 추이를 보였다. 반면 정수기 이용은 같은 기간 13.7%에서 33.6%, 올 7월 38.9%로 상승세를 보였다.


또 환경부가 각 지역별 수돗물 이용 실태에 대해 지난 7월 국정홍보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먼저 수돗물을 끓여서 마신다는 응답은 전북(61.5%)이 가장 높았으며, 뒤를 이어 전남(61.0%), 광주(57.5%), 대구(55.5%), 제주(53.0%) 순으로 나타났다. '수돗물 음용이 저조한 이유'로는 '막연히 불안해서'란 답이 43.9%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냄새가 나서'(26.3%), '녹물 등'으로 집계됐다.
안 의원은 "국가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수질개선 사업을 벌이고 수자원보호를 위해 엄청난 규제를 하고 있음에도 국민적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며 "정수기 이용이 늘면서 정수기 구매비용과 유지관리 비용 등 국민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이 이어 "수돗물 먹기가 불안하다는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냄새가 나거나 녹물이 나오는 데는 10~20년 된 노후한 배관을 통해 흘러나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808건의 지하수 수질을 검사한 결과 64건이 기준을 초과했다"며 "이 중 대구 비산, 군위 의흥, 봉화 명호, 포항 연일 등은 4년 이상 수질 기준이 초과했다"고 밝혔다.

 수공, 생산 수돗물 '물사랑' 과대 광고 지적 
 

▲ 안홍준 의원
수자원공사가 생산해 공급하는 '물사랑'이 과대광고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은 "소비자들은 250개 항목에 대한 수질검사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것이 뻔하다"며 "허위.과대 광고에 해당되는 만큼 이를 즉각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수자원공사가 정수장 원수를 담아 생산.공급하는 물통(비매품)에는 국제수돗물검사센터는 기관명과 함께 250개(WTO 121개, 미국 102개) 항목의 수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안심하고 드시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원수생산 과정에서 50여개 항목에 대해서만 매월 수질검사를 하고 있고 250개 항목은 분기마다 검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만한 조직운영과 예산지출 질타

▲ 윤호중 의원
열린우리당 윤호중 의원은 "수자원공사의 2004년 임금 총액 증가율은 20%로 정부 지침 인상분을 5배나 초과했고, 해외연수를 가는 직원들도 매년 150명씩에 이른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또 "올 상반기에만 파면 3명, 해임 1명 등 임직원 15명이 징계를 당해 도덕성 해이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은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자원공사 감사에 수자원 업무와 무관한 국정원 출신 인사가 낙하산으로 임명됐고, 지난해에는 민간기업 출신 감사가 임명됐으나 분식회계 문제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최근 3년 동안의  비상임이사 11명 또한 정부부처나 대통령 인수위원회 출신이거나 전직 언론인, 법조인, 건축사 등으로 수자원 관리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 9월 30일 대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열린 건설교통위원회의 한국수자원공사 국감 장면.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지난 2001년에 수공직원 4명이 승진 시험을 치르면서 토익 성적표를 위.변조하거나 대리시험을 봐 적발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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