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호 현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물산업, 글로벌화·민영화 확산 추세  

수처리 패러다임 멤브레인으로 전환…2016년 303억 달러로 성장
국가가 영위하던 상수·하수 운영사업에도 민간기업 참여 확대


 

   
▲ 유호현 박사
Ⅰ. 물산업이 부상하는 이유

‘블루 골드’ 물이 뜨고 있다. 2000년 5월 미국의 최장수 비즈니스 잡지인 『포춘지(Fortune)』는 특집기사로 21세기 물산업이 20세기 석유 산업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고, 자크 아탈리, 앨빈 토플러 등의 미래 학자들 역시 21세기가 물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많은 기업들이 물산업을 미래 성장 사업으로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자국 물산업 육성을 위해 각국 정부들도 구체적인 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물산업이 21세기에 새롭게 나타난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산업이란 물을 취수하고 정수하여 사용한 다음 하수처리 및 방류하는 일련의 물 순환 과정 속에 참여하는 제조업, 설계 건설업, 운영 관리업을 지칭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상수도 시설 건설업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있었고, 물을 정화하는 시스템은 100년의 역사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오래된 개념이다. 또한 물을 운영하는 사업 역시 우리나라의 수자원공사처럼 근대 국가가 나타난 이래로 존재 해오던 개념이다.

그렇다면 왜 최근 이 시점에서 물산업이 부상하고 주목받고 있을까? 이는 두 가지 요인이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물이 심각하게 부족해 질 것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물산업 구조가 대규모 사업화가 가능하게끔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 20세기 초반 성립된 화학 처리제 중심의 수처리 기술 패러다임이 최근 들어 필터의 미세한 구멍(Pore)을 통해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멤브레인(Membrane)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연구원에 설치된 멤브레인 정수처리 시스템.

지구촌 심각한 물 부족 발생

 
2003년 UN의 『세계 수자원 개발 보고서』는 2025년에 세계 인구의 40%인 약 27억 명이 담수 부족에 직면할 것이고, 전 세계 국가의 1/5이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공급의 감소와 수요의 폭발적 증대가 결합된 결과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14억㎥로 지구 전체 표면을 3천m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이 이용 가능한 담수량이 단 2.5%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빙하를 제외하고 현실적으로 이용 가능한 담수의 양은 0.8%뿐이라는 점이다. 이마저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가뭄 현상이 심화되어, 지하수의 고갈 및 사막화 진행으로 줄어들고 있다.

공급은 줄어드는데 반해 인구 증가 및 인류 식생활의 변화, 산업화 등의 요인으로 물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일인당 최소 연평균 2천L를 소비하는 인류의 인구는 매년 8천만 명씩 증가하여 2025년에는 2000년 대비 30%가 증가한 8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구 증가와 더불어 경제 발전에 따른 육식의 증가 등 생활 양식의 변화가 물 소비를 배증시키고 있다.

밀가루 1kg을 생산하는데 물 1천500L가 필요하지만, 소고기 1kg의 경우는 2만L를 필요로 한다. 산업화 역시 물의 사용량을 배가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 30년간 물 사용량이 300%이상 급증했는데, 그 주요 원인으로 전체 물 사용량의 60%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수요의 급증이 지적된다. 

이처럼 공급 부족과 수요 급증으로 초래될 심각한 물 부족은 물의 경제적 가치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몇몇 미래학자들은 물 부족 현상으로 인해 물 값이 원유 가격만큼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그림 1] 심각해지는 물 부족 현상

 
물산업, 글로벌 대규모 사업화 추세 

현재 물 시장 규모는 조사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음료 시장과 주택용·상업용 시장을 제외하면 약 3천500억 달러 수준이다. GWI(Global Water Intelligence) 보고에 의하면 물산업은 전 세계 GDP 성장률을 상회하는 연평균 4.7%의 성장을 통해 2016년에는 5천3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물 전체 시장 규모와 성장성은 이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들에게 매력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물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진 더 근본적인 이유는 개별 기업 단위로 대규모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기회가 두 가지 측면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과거와 달리 물산업 내에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예전에는 기업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 [그림 2] 물산업 시장 규모(억 달러)

  
20세기 초반에 성립된 화학 처리제 중심의 수처리 기술 패러다임이 최근 들어 필터의 미세한 구멍(Pore)을 통해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멤브레인(Membrane) 방식의 기술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멤브레인의 종류는 구멍의 크기에 따라 마이크로 필터(MF), 울트라 필터(UF), 나노 필터(NF), 역삼투압 필터(RO)로 나뉘어진다. 

보통 상·하수 처리 및 담수와 하수 재이용의 전처리(Pre treatment)에 마이크로 필터(MF)와 울트라 필터(UF)가 사용되며, 나노 필터(NF)와 역삼투압 필터(RO)는 담수와 하수 재이용 처리 부분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사실 멤브레인 기술은 이미 20여 년 전에 개발된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터 자체의 높은 가격과 과도한 전기 소모량 등으로 운영 유지 측면에서 경제적 효용이 낮아 시장의 외면을 받아왔다. 하지만 제조 기술의 혁신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존 방식으로 처리하지 못했던 물질들을 걸러낼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됨으로써 빠르게 시장이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담수 분야의 역삼투압 방식(RO) 필터 가격은 10년 전에 비해 1/4으로 하락했고, 전기 소모량도 5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 확보는 시장 확산으로 이어져, 2015년에는 RO 멤브레인을 활용한 담수 방식이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WI(Global Water Intelligence) 보고에 의하면 2007년 멤브레인 시스템 시장은 61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연평균 19.5%로 성장하여 2016년에는 303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산업 전체의 시장 성장률이 같은 기간 연평균 4.7%임을 놓고 본다면 4배 이상 빠른 성장률이다.

반면, 기존의 수처리 방식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화학처리제 관련 시장은 2007년에는 멤브레인의 3배 규모인 180억 달러 규모였으나, 연평균 3.7%의 낮은 성장으로 2016년에는 250억 달러 수준으로 멤브레인 시스템 시장보다 작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멤브레인 기반의 수처리 방식이 주목되는 것은 이 분야가 기술 기반의 경쟁을 한다는 점이다. 기술 기반의 경쟁은 기술이라는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수처리 방식은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방법으로 기술적 차별화가 강조되지 않았다. 기술 장벽이 없었기 때문에 로컬 기업들도 충분히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즉,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많으나 영세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하지만, 멤브레인 방식은 기술 진입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술 차별화를 가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 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멤브레인 시장은 매출 상위 5개 기업의 점유율 합계가 전체 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과점화 됐다. 

기업의 입장에서 물산업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기술 장벽이 존재하는 멤브레인으로 수처리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면서 물산업이 과거 로컬형 영세 사업 구조가 아닌 글로벌 대규모 사업화 된다는 점이다.   
 
   
▲ [그림 3] 멤브레인과 화학처리제 시장 성장성

국가가 주도하는 물산업에서는 상·하수의 운영 관리는 국가가, 시설물 제조 및 건설은 민간 기업들이 행하는 구조다. 여기서 국가가 해왔던 상·하수의 운영 관리를 민간 기업에게 개방하는 민영화가 확산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기업이 보기에 과거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체 물산업에서 운영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반적으로 40% 이상이고, 공공 부문의 경우 전체 지출 중 운영지출비용(OPEX) 비중이 60%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기존 시장과 맞먹는 규모의 새로운 신규 시장이 열리는 효과와 같다.    

사실 수처리 민영화는 100여년 전부터 존재해온 방식이다. 긴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민영화율은 미미하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의 일부 국가들에서만 민영화가 활발히 전개되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서유럽과 오세아니아 지역은 민영화율이 40%를 넘는 반면 미주대륙은 15% 수준, 나머지 지역은 5% 수준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민간 기업으로부터 물 관련 서비스를 받는 인구는 9%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물의 효율적 사용이 강조되고, 강화되는 수질 규제와 물 수요 대응을 위해서 민영화가 과거와 달리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한 현재 물산업에서 나타나는 대규모 투자의 필요성은 민간 기업의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선진국 시장은 수처리 시설뿐만 아니라, 수처리 시설과 연계된 배관 장비 등의 노후화로 인해 시설 교체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고, 개발도상국 시장은 국민들의 생활 개선과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신설 자본 투자 부담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민간 기업에 의한 효율적 수처리 자산 운영을 도모하기 위해 민영화가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추세는 민영 상·하수 서비스의 이용 인구를 2015년에 전 세계 인구의 16% 수준인 약 11억 명으로 확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 [그림 4] 글로벌 민간 운영 시장 성장

Ⅱ. 물산업의 미래 전망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된 물산업이 최근에 주목받는 이유는 전지구적인 물 부족 문제의 발생이 예측되며, 무엇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진입 장벽을 통한 멤브레인 시장의 글로벌화, 운영 관리(O&M) 시장의 민영화로 인한 시장 확대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주목하는 멤브레인 부문과 운영 관리(O&M) 사업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현재까지 멤브레인 시스템 시장은 선진국의 산업용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산업 시설에서 배출하는 고농도 폐수 처리의 증가도 시장 확대에 한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산업 활동에 필요한 용수의 품질과 요구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이 핵심 성장 요인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초순수뿐만 아니라, 일반 전자 제품에서도 화학처리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순수한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멤브레인 가격이 높더라도 원활한 사업 활동을 위해서는 멤브레인 처리 시스템이 필요했고, 이러한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멤브레인 기술 발전과 가격 합리화가 진행된 것이다.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 중심 성장
 
하지만 앞으로는 산업 부문 보다 공공 부문이 멤브레인 시장의 성장을 견인 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역별로는 유럽, 일본 등 선진국보다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을 축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수질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일반 공공 부문의 수처리 프로세스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며, 작은 규모로 처리장을 만들 수 있어 도시 시설의 경우 높은 토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나타나는 현상은 공공 부문에 있어 기존 시설의 개선뿐만 아니라 신규 투자의  확대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개발 도상국의 경우 수처리 기본 인프라가 100% 완비되지 못한 지역이 많고, 정부 투자에 의한 기존 시설의 개선보다는 정부 투자 및 민간 자본을 활용한 신규 처리 시설 확충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멤브레인 신규 투자 규모에서 산업용 분야가 50%를 차지하지만, 2016년에는 전체 멤브레인 투자 규모에서 공공용과 산업용 비중이 8대2의 수준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 공급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현재 주목받고 있는 담수와 더불어 하수 재이용(Reuse)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근거는 도시화의 진전, 특히 인구 밀집형 도시의 확산이 빠르게 전개 될 것이기 때문이다. 

   
▲ [그림 5] 멤브레인 시장 구성 변화

메가시티 부상…도시화 가속화
 
2007년은 전 세계 인구 중 도시 거주민이 절반 이상을 넘어서는 역사적인 해였다. UN의 통계에 따르면 1950년 전 세계 도시 인구는 7억3천만 명에 불과 했으나, 50여 년만에 약 3.5배가 증가하여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게 됐고, 2010년에는 34억7천만 명, 2030년경에는 전체 인구의 60%이상인 49억1천만 명으로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날로 가속화되는 도시화 현상에서 주목할 만한 트렌드가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메가 시티(Mega City)의 부상이다. 거대 도시의 출현은 거주 인구의 집중뿐만 아니라 지식, 문화, 산업의 중심지로서의 비중을 더욱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전 세계 10개의 메가 시티에는 1억8천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세계 GDP의 6.7%를 창출하고 있다. 심지어 도쿄 인구는 일본 총 인구의 28%에 해당하나 총 GDP의 40%를 생산하며, 파리는 프랑스 인구의 16%가 거주하나 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 [그림 6] 세계 도시화 추이

물 재이용 시설 투자 폭발적 성장

이처럼 인구 밀집형 도시의 확산으로 나타나게 되는 문제는 한정된 지역에 폭발적인 물 수요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물 가격은 장거리 운송비용을 충당할 정도로 높지 않기 때문에 물이 풍부한 지역에서 부족한 지역으로 운송하기에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

비약적으로 증대된 물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담수 시설뿐만 아니라 하수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재이용 시설이 필요하며, 특히 바다와 접해 있지 않은 도시의 경우에는 재이용 시설 확충이 절대적이다.

또한 이들 도시 인구는 신흥 개발국보다는 선진국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으며, 신흥국의 경우에도 국가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향유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재이용 시설의 가치에 적합한 보상을 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다. 이처럼 인구 밀집형 도시화의 진전은 재이용 시설 확산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충족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2007년 물산업 관련 신규 프로젝트에서 재이용 시설 투자는 담수 시설 투자에 비해 45.4%에 불과하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2016년에는 담수 시설과 동일한 규모로 신규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평균 성장률로 환산하면 동일 기간 담수 투자 증가는 7.3%이지만 재이용 분야의 투자는 연평균 16.7%로 확대 될 것으로 보인다.

   
▲ [그림 7] 재이용(Reuse) 신규 투자의 성장

 
글로벌 과점 구도에서 다극 경쟁 구도로 
 
수처리 방식이 멤브레인 기술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면서 나타난 글로벌화는 극단적인 과점화의 양상으로 전개됐다. 역삼투압(RO) 멤브레인의 경우 Dow, Nitto Denko, Toray 등 3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74%에 이르며, 저압 멤브레인으로 분류되는 마이크로 필터(MF)와 울트라 필터(UF)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이들 기업들이 기술적 차별화에 성공한 요인도 있지만 다른 경쟁 기업에 비해 풍부한 사업 경험을 확보하고 이를 지렛대로 활용했다는 점도 크다. 

물산업은 일반 제조 사업과 달리 사업의 경험을 요구한다. 정부와 기업 등 시설물 발주자들이 사업의 안정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즉, 국민의 건강 혹은 공장의 생산 품질과 직결되는 수처리 시설에 있어서, 기술만 좋다고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들 기업들은 30여 년 전부터 멤브레인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해온 사업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축적된 사업 경험이 그 동안 발전시킨 기술적 차별화와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양상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큰 방향인 글로벌화는 유지되겠지만, 지금의 과점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멤브레인 시스템이 선진국 중심에서 개발 도상국 등 글로벌 전반으로 확대된다는 점과 점진적 기술 발전이 아닌 와해성 혁신 기술의 개발 가능성에 기인한다.  

하이플럭스, 담수플랜트 급도약
 
앞에서 예측한대로 멤브레인 시장은 산업체 및 선진 시장 중심에서 공공 시장 및 개발국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물산업에 대한 각국 정부의 관심 증대와 국내 수요의 현실적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기술력을 가진 로컬 기업들은 새롭게 부상하는 국내 시장 수요에 대응할 것이며, 정부도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이들 기업의 사업 경험 확보에 인위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싱가폴 기업인 하이플럭스(Hyflux) 성장 사례이다.   

하이플럭스는 1989년에 설립되어 1999년에 자체 고유 기술을 이용해 멤브레인을 개발했다. 자신의 멤브레인을 개발했지만,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사업 경험 미비로 인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이플럭스의 도약은 2003년 당시 세계 최대의 담수 플랜트 사업(Tuas Plant) 참여로부터 시작됐다. 싱가폴 정부는 심각한 물 부족 현상에 대응하고, 자국의 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세계적인 규모의 프로젝트를 계획했고, 여기에 자국 업체인 하이플럭스를 참가시킨 것이다. 자체 개발한 멤브레인을 전처리(Pre-treatment)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운영 사업까지 경험한 하이플럭스는 중동과 중국으로 활발히 사업을 전개해나갔다. 최근에는 멤브레인 기반의 세계 최대 담수 시설인 알제리 막타 50만 톤 담수 플랜트를 GE 컨소시엄 등을 누르고 따낼 정도로 글로벌 담수플랜트 분야의 강자로 발돋움하고 있다. 

   
▲ [그림 8] 역삼투압(RO) 멤브레인 시장 점유율(2007)
   
▲ [그림 9] 2003년 이후 하이플럭스(Hyflux)의 성장

혁신기술 보유 벤처기업 활약 기대
 
혁신기술로 무장한 벤처기업의 활약도 현재의 과도한 과점 체제를 변화시킬 촉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소재에서 탈피한 혁신적인 소재나 코팅 기술을 활용하여 지금보다 투과 효율을 2배 이상으로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추진 중인 벤처기업들이 그 한 예다.

대학이나 기술 벤처 등에서 연구되고 있는 이러한 혁신 기술들은 상용화 단계를 거쳐 한 두 번의 사업 경험을 쌓게 된다면 기존 기술에 특화 시킨 과점 업체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판단되며, 현재 기술 수준에서 2∼3년 내에 상용화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10년 후는 현재 경쟁 구도에 충분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불구 꾸준한 성장 예상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수처리 자산의 민영화는 아시아 및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국민 생활 개선에 필요한 투자 재원이 부족한 국가를 중심으로 민영화가 전개될 것을 가정한 예상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를 뒤흔든 금융 위기는 이러한 예상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의 장기 투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고, 글로벌 금융 기관의 해외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민영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래 민영화를 이끌 지역으로 기대되는 중동·북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의 민영화 방식은 기존 시설을 양도하는 것보다는 신규 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대규모 장기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하지만 수처리 부문이 다른 인프라보다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은 민영화를 위한 투자 재원 확보를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6월 싱가폴 워터위크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도로, 공항, 수처리 시설 인프라 투자 중에서 수처리 투자는 이해관계자총수익(Total returns to stakeholders)이 2007년 1월을 기준으로 2008년 6월에 16% 하락한 반면, 도로와 공항과 관련한 투자는 4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이 기간 수처리 부문이 투자수익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전대미문으로 일컬어지는 금융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결과를 냈다는 것이 주목된다. 이는 다른 인프라와 달리 물 분야는 경기의 위축과 상승에 관계없이 상대적으로 일정하고 꾸준한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물 부족으로 인한 물 값의 상승도 수익성을 받쳐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맥킨지의 분석에 의하면 1991년을 기준으로 프랑스 및 미국의 물 소매가격 상승률이 석탄, 전기, 철강, 쌀, 밀 등의 상품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안정적인 수익 확보 가능성은 장기 투자의 위험에 민감하게 된 금융 기관들이 다른 인프라 대비 수처리 부문 투자를 주목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수처리 부문의 수익 안정성은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일본국제협력기금(JBIC)과 같은 글로벌 공적대부기관의 활동을 유인하고 있다.

이들 공적대부기관은 민·관 금융 합동모델(Public Private Financial Partnership, PPFP)을 제시하면서 수처리 자산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즉, 금융 시장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장기 투자 부문을 이들 공적대부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민영화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일본국제협력기금(JBIC)의 경우는 환경분야에 50억 달러 이상을 2년간 투자 할 것을 천명하면서 에너지와 물 분야에 대한 투자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일련의 금융 자본 움직임으로 볼 때 현재의 금융위기 이후, 장기 투자 안정성 측면에서 돋보이는 수처리 부문에 대한 금융 시장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 [그림 10] 지역별 민영 시장 비중(민간기업 OPEX 투자 기준)

 
민영화, 토탈솔루션 업체가 주도
 
유럽 등 선진국의 민영화는 기존 시설의 운영권을 민간에 이양하거나, 기존 운영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방법을 통해 이루어졌다. 기존의 운영전문 공기업, 외부의 운영 전문 기업 등 운영 분야에 특화된 주체들이 민영 시장을 리드했다.

현재 금액 기준으로 전 세계 민영 시장의 73%가 서유럽과 북미 지역임을 고려할 때, 물산업 전체로 봐도 운영 전문 업체들을 중심으로 민영화가 진행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 역시 바뀔 것으로 판단된다. 제조 업체나, 건설·엔지니어링 업체가 운영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여 민영 사업의 주체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영화가 아시아 및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확장하면서 민영 대상 수처리 시설도 기존 시설에서 신규 시설로 전환되고 있다. 즉 BOT(건설운영후 양도, Build Operate Transfer) 방식처럼 민간 자본으로 수처리 시설을 짓고, 수 십년의 계약 기간 동안 민간 기업이 운영을 통해 초기 자본 투자를 회수해나가는 방식이 민영화의 주된 방법으로 부상할 것이다. 실제로 2007년에서 2016년까지 예상 BOT 계약 금액의 81%가 아시아, 중동·북아프리카에 몰려있다.

이는 민영 사업의 주체가 다양해짐을 의미한다. 과거 운영 전문 업체 중심의 민영 사업에서, 건설 업체 혹은 핵심 기자재 제조 업체들의 참여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게 될 것이다. 특히 운영 사업이 이들 기업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장점을 주기 때문에 건설 업체 및 핵심 기자재 제조 업체들이 운영 영역으로 사업 확장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것으로 보인다. 

   
▲ [그림 11] BOT 발주 물량의 지역별 구성(2007∼2016년 BOT 신규 투자 총 누적 금액 중)

핵심 기자재 제조 기업은 운영 사업을 통해 수처리 시설 운영 기간 동안 기자재 교체를 자사 제품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운영 기간의 유지·보수 서비스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건설 기업은 운영 경험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수질의 물을 정화시킬 수 있는 프로세스 엔지니어링 개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운영 사업은 실패를 최소화한다면, 안정적으로 일정한 대규모의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운영 사업 경험을 활용하여 자신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수익 확대를 꾀하는 것이다. 이는 선순환 작용을 하여 궁극적으로 투자 자산의 총비용을 줄여 준다. 결과적으로 운영 역량을 갖춘 건설 기업 또는 핵심 기자재 업체가 민영 수처리 신규 건설 사업의 주계약자로 등극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되며, 운영 사업의 민영화의 경쟁 주체는 전문 운영 업체에서 토탈솔루션 제공 업체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Ⅲ. 글로벌화·민영화 대비 시급

인류의 당면 과제로 등장한 물 부족 문제, 수처리 방식이 멤브레인 기반으로 전환됨으로써 발생한 글로벌화, 국가 영역인 운영 관리의 민영화는 21세기 물산업의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화와 민영화는 기업에게 대규모 비즈니스의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 글로벌화와 민영화의 전개가 지금까지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앞으로는 개발 도상국이 많은 아시아 및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글로벌화와 민영화의 전개가 지금까지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앞으로는 개발 도상국 중심으로, 아시아 및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멤브레인 관련 사업의 경우 로컬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초기 과점 시장 구도를 깨고 자신의 사업을 해외로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고, 민영화는 전문 운영 업체에 의해 주도되기보다는 건설 기업 혹은 핵심 기자재 제조 기업이 시장을 이끌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멤브레인 기반의 업체들은 기본적인 기술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며, 무엇보다 정부가 이들의 노력이 세계 시장에 빛을 발할 수 있는 랜드마크성 프로젝트를 개발해야 한다. 즉, 로컬 기업 스스로의 기술 역량과 로컬 정부의 프로젝트 개발 지원이 합하여 새로운 글로벌 강자로 발돋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중동 및 아시아의 민영사업에 대응하기 위해 로컬 건설 기업이나 핵심 기자재 제조 기업들이 운영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이는 운영 전문성보다는 토탈솔루션 역량이 강조되는 민영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현재 운영 전문 업체는 건설 엔지니어링 부문으로 사업 역량을 넓혀가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문의= (02) 3777-0533 / 이메일: hhyon@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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