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호/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본지 편집자문위원

       선진국, 기후변화 따른 홍수·가뭄 정책 수립 시행        
우리나라도 새로운 물 문제 대비 수자원관리체계 정비 필요

 

   
▲ 이승호 교수
한국은 1960년부터 1980년대 말까지는 용수공급과 홍수관리 등 기본적 물 관리 추진에는 성공했으나 199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의한 극심한 홍수, 가뭄관리, 깨끗한 물의 확보, 쾌적한 물 환경 및 지역, 단체간 분쟁과 갈등을 해소하는데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발생한 남부지역과 강원도 일부 지역의 극심한 가뭄은 물이 부족한 지역에 제때에 적당한 양의 물을 공급할 수 없는 정책, 제도 및 시설구조 상의 문제점을 보여준 사례이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의한 물 부족, 지역 간 물 공급 불균형에 의한 분쟁과 갈등 등을 해결키 위해 다른 국가들의 앞선 경험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우선 첫째 사례로 영국을 들 수 있다. 영국은 지형적으로 완만한 경사의 하천과 자연호수 등이 발달했고, 연중 강우분포가 고르기 때문에 하천유량은 대체로 충분하다. 또한 농업용수의 비중이 전체 물 수요에서 1%에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생활용수, 산업용수 공급이 원활하다고 할 수 있다.

영국, 환경식량농업부서 총괄

   
▲ 영국은 2007년 대홍수와 2008년 남부지역에 극심한 가뭄 등 자연재난에 의한 피해가 계속되자 2008년 3월 영국 총리가 ‘영국국가안보전략’에 기후변화와 홍수를 대비한 정책을 포함시키며 현재까지의 전통적 물 관리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물 관리 방식을 채택했다. 사진은 영국 템즈강 전경.

영국의 물 관리는 형식상 ‘환경식량농업부’가 국가 수자원 정책을 포괄하고 있으나 실질적 물 관리 정책의 주체는 ‘환경청’으로 10개 유역별 통합관리를 하고 있다. 이 기관 이외에 수도요금을 중심으로 한 수도 서비스 질과 경제규제를 담당하는 ‘물 서비스국’, 음용수질을 규제하는 ‘음용수관리과’ 및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한 ‘물소비자위원회’ 등이 있다.

영국은 1989년의 급격한 상하수도 서비스 민영화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고 유역 통합관리를 통한 이수, 치수, 하천환경관리 및 수질관리 능력을 향상시켰으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로 2007년 6월과 7월 영국의 국토 절반 이상이 침수되고 재산피해만 4조 원 가까이 이르는 피해를 입었다.

또한 2008년 남부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도래하여 제한급수를 실시하는 등 자연재난에 의한 피해가 계속되자 2008년 3월 영국 총리가 ‘영국국가안보전략’에 기후변화와 홍수를 대비한 정책을 포함시키며 현재까지의 전통적 물 관리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물 관리 방식을 채택했다. 특히 유럽연합(EU) 중심의 새로운 물 관리체제 연구 및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본, 홍수저감 유역 지정 관리

   
▲ 일본은 홍수대책 마련을 위해 홍수가 빈발하는 강·하천을 ‘다목적 홍수저감 유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 온가강 전경.

둘째, 일본의 물 관리 정책을 살펴보면, 일본은 4개의 큰 섬으로 이뤄져 있고 수자원 여건이 매우 불리한 편인데 그 이유는 지형이 급사면으로 하천 유로가 짧고 연강수량은 1천600㎜ 내외로 많은 편이나 한국과 같이 7∼9월 장마철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 국토의 10% 정도의 하천 범람 구역 내에 인구와 재산이 밀집되어 있어 홍수 발생 시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한다.

‘국토교통성’은 일본 물 관리의 주무 부서로 이수, 치수, 생태환경 업무를 수행하고 ‘환경성’은 수질규제를 책임지고 있다. 이외에 후생노동성’은 상수도 관리를 수행하고 ‘경제산업성’은 공업용수와 수력발전, ‘농림수산성’은 농업용수, 수원 및 산림 정비를 담당한다.

국토교통성의 수자원부가 국가 수자원정책의 부처 간 종합조정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하천국 및 하수도부가 하천 유역의 수량, 수질 통합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방의 8개 지방정비국과 일본 수자원기구가 수자원관리의 핵심 집행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은 홍수 대책마련을 위해 추루미강을 ‘다목적 홍수저감 유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결승전이 치뤄진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의 경우,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저류조에 저장해 잔디를 촉촉히 적시거나 화장실 세정수, 청소용수, 조경수 등으로 활용하는 빗물이용시설을 갖추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런 중·대형 규모의 빗물 저장시설을 대형 건물이나 아파트 등에 설치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반면, 가뭄 때를 대비한 비상급수 대책을 위해 2천700㎞ 길이의 초고속광케이블을 설치, 통합수문조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자원 관련 변화를 실시간 감시하고, 데이터를 수집, 구축한다. 또 이외에 비상급수탱크, 이동담수화, 수낭(water bag) 등을 갖추고 있다.

중국, 북부지역 물 부족 해소 주력

   
▲ 중국은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북부지역의 물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남수북조(南水北調) 프로젝트’를 200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는 풍부한 수량의 양쯔강의 물을 점차 수량이 줄어들고 있는 황허강(사진)으로 공급함으로써 북부지역의 물 부족을 해갈하려는 목적이다.

셋째 사례는 중국이다. 중국은 방대한 국토로 인해 지역마다 강한 기후 특성을 갖고 있는데 크게 본다면 북부지역은 평균 500㎜ 정도의 적은 강수량과 황허(黃河), 하이허(海河), 화이허 (淮河) 등의 대하천이 있지만 많은 인구와 대규모 관개농업으로 인해 극심한 물 부족을 겪고 있다.

반면에 남부지역은 평균 1천200∼2천㎜에 이르는 많은 강수량과 양쯔강(揚子江), 을 비롯한 크고 작은 하천이 발달하여 풍부한 가용수자원이 있지만 북부지역과 달리 매년 장마철에 막대한 홍수피해를 겪고 있다.

중국의 물 관리의 핵심부서는 ‘수리부’이다. 수리부는 이수, 치수, 하천환경 관리의 종합적 물관리를 집행하고 있고, 수질규제는 ‘환경보호부’(2008년 3월 이전 국가환경보호총국)가 담당하고 있다.

수리부, 환경보호부와 함께 물 관리의 또 하나 주요부서는 ‘주택도시농촌건설부’로서(2008년 3월 이전 건설부) 도시지역의 상하수도 시설 건설을 책임지고 있으며 1990년대 말부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물 산업 육성의 주도 기관이다. 이외에도 국가개혁개발위원회(대규모 물 사업 승인 및 감시), 농업부(농업용수 공급 및 관리), 위생부(음용수질 관리) 등 여러 부처가 물 관리정책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북부지역의 물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남수북조(南水北調) 프로젝트’를 2003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남수북조 프로젝트’는 풍부한 수량의 양쯔강의 물을 점차 수량이 줄어들고 있는 황허로 공급함으로써 북부지역의 물 부족을 해갈하려는 목적이다.

   
▲ [그림 1] 중국 남수북조 경로

남수북조는 세 갈래의 물길이 있는데 동부선은 중국 동부해안 지역을 따라 난징(南京) 부근에서 시작하여 베이징 부근까지 송나라 시대의 대운하를 이용하여 건설되고 있고, 중부선은 단쟝코 저수지(삼협댐 근처)에서 베이징까지 연결하는 운하가 건설 중에 있다.

두 선 모두 2003년부터 본격적인 건설이 시작됐고, 이미 부분적으로 건설이 완료된 곳이 많으며, 2012년 실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 번째 지선인 서부선은 험난한 지형으로 인해 기술적 어려움과 비용 문제가 예상돼 2010년 이후로만 예정되어 있을 뿐 아직 건설이 시작되지 않았다.

중국은 남수북조를 통해 북부지역의 물 부족을 해결하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한 내수시장 진작, 기후변화로 인한 지역별 물 부족을 새로 건설하는 운하와 기존의 하천을 연결하여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통합 「물관리기본법」 마련 시급

기후변화에 따른 외국의 홍수·가뭄 대비 정책을 영국의 제도적 접근, 일본의 기술적 접근, 중국의 기반시설 접근 사례를 통해 알아봤다. 국내에서도 물 문제에 대비한 새로운 수자원관리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물 부족, 수질문제, 홍수·가뭄 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물 관리, 통합유역관리의 「물관리기본법」이 마련돼야 한다. 또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기술, 기반시설로 통합관리체계를 확대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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