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 직/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논 용수 손실량 30∼45% 달해
손실저감 위한 국가차원 적극적 투자 확대 필요 
수로 관수로화·구조물화·시설물 현대화도 시급

 

   
▲ 이용직 박사
20세기 국가간 분쟁의 원인이 석유에 있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로 될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물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부터 지역간, 부문간 물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23년간 인구수는 30% 증가했으나, 물 사용량은 12%가 증가 했을 정도로 급속하게 확대되었다. 그 결과 수자원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공급주도형 관리와 신규 수자원 확보로 대표되던 국가 수자원정책의 기조가 수요관리와 기왕에 확보한 수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더욱 강조되기에 이르렀다. 



농업용수, 수자원 이용량의 47%

우리나라 수자원 이용량 337억㎥ 중에서 47%에 달하는 160억㎥이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중 83%에 달하는 132억㎥가 논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논용수의 효율적 활용여부가 국가수자원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할 수 있다.

논에 용수를 공급해주는 수리시설물은 매우 열악한 형편에 있다. 84만8천ha의 수리답에 물을 공급해주기 위한 수원공은 6만8천523개소나 되어 시설 1개소 당 평균 관개면적이 12ha에 불과하며, 주된 수원공인 저수지의 경우도 평균 27ha를 관개하는데 그칠 정도로 소규모인 곳이 많다.

또한 오래된 시설물이 많아 36년 이상 된 수리시설수가 전체의 43%를 차지하며, 특히 저수지의 경우는 1945년 이전에 준공한 것이 53%에 달할 정도이므로 노후가 심각한 형편이다. 84만8천ha의 수리답에 물을 공급하고 빼주는 시설인 용·배수로는 18만3천286㎞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지만, 용수로의 경우 흙수로의 비율이 54%에 달할 정도여서 관리가 어렵고 손실도 많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수리답에 물을 공급하고 빼주는 시설인 용·배수로는 18만3천286㎞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지만 용수로의 경우 흙수로의 비율이 54%에 달할 정도여서 관리가 어렵고 손실도 많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개·보수비 ㎞당 155만원 불과

이와 같이 오래되고, 소규모이며 낡은 형태의 수원공과 용·배수로를 개·보수하는데 투입되는 사업비는 연간 4천900억 원 정도로 수원공의 경우 개소당 294만 원, 용수배수로의 경우 ㎞당 155만 원에 불과하고 있는 형편이다.

수리시설물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투입되는 물 관리 인력과 수리시설 관리원의 경우도 해마다 그 수가 줄어감에 따라 시설물 관리에 대한 집중도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따라서 적극적인 물 관리가 어려워 강우가 없으면 지속적으로 수문을 열어 필요량 이상으로 용수가 공급되기도 하는 등 물의 낭비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시설적 특성과 관리인력의 부족 등으로 인해 논용수의 손실량이 30∼4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손실량을 줄이는 것이 국가 수자원 관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수문 등 수로시설물 현대화 시급

   
▲ 콘크리트 수로화도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보다 친환경적인 구조로 구조물화를 서둘러야 한다.
논용수의 손실량 저감을 위한 방안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크게 시설의 개선을 통한 물리적 수단과 관리의 체계화를 통한 관리적 수단이 있을 수 있다. 물리적 수단으로는 용수로의 관수로화, 흙수로의 구조물화, 조절지를 활용한 연계운영체계 구축, 수로시설물의 현대화 등이 있다.

수로의 관수로화는 친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농업용수로가 생태계 단절의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 하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인 동시에 수로손실을 포함한 관리손실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인 반면에 많은 사업비를 필요로 하는 사업이다.

한편, 흙 수로의 경우 수로에서의 손실도 콘크리트 수로보다 10%정도 많은데다가 수초발생 등 관리손실을 크게 증가시키는 유발요인이 많아 시급히 정비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콘크리트 수로화도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보다 친환경적인 구조로 구조물화를 서둘러야 한다.

이외에도 관리손실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조절지를 이용한 용수 공급 시기와 양의 조절, 논에서의 손실 감소를 위한 자동물꼬의 개발, 관리 효율 개선을 위한 수문 등 수로시설물의 현대화가 시급하다.

관리적 수단으로서는 점차 심각해지는 관리인력의 감소와 고령화 등에 대비해 보다 효과적으로 수리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동화 시설과 물 관리를 합리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의사결정 프로그램의 보급 등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적 물관리 위한 연구비 확대 필요

수로의 손실량 저감 방안들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제도와 예산 등이 적기에 적량이 뒷받침 돼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리시설 개·보수사업의 대폭 확장 △이미 준공된 대단위 농업개발사업지구의 재정비사업 △용수체계 재편사업의 확대 △물 관리 자동화사업의 지속적 추진 △물 관리 관련 연구사업의 활성화 등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미래 농업에 있어서 필수적인 물 관리의 자동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물 관리의 효율화를 위한 연구도 확대돼야만 한다.

   
▲ 우리나라 수자원에서 논용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용수를 확보하고 공급하는 수리시설물의 여건이 매우 열악하여 30∼40%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수로시설물의 현대화가 시급하다. 사진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리시설물.
우리나라 수자원에서 논용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용수를 확보하고 공급하는 수리시설물의 여건이 매우 열악하여 30∼40%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논용수에 대한 시설 개선 및 관리개선에 투자하여 10%만 절감한다 해도 13억㎥의 신규 수자원을 창출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논용수의 손실 저감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이러한 투자는 지금까지 농업, 특히 쌀농사에 대한 지원으로만 여겨져 예산이나 사업 확대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논용수에서 절감되는 용수를 소하천 및 농촌지역의 환경용수 공급 확대 등에 활용할 수 있고 결국은 국가 수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접근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논용수의 손실 저감을 위한 투자는 환경개선을 위한 투자이므로 일개 부처의 차원이 아닌 범정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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