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길 영/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울산대학교 겸임교수

   
▲ 조길영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울산대학교 겸임교수
지난달 27일 모습을 드러낸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계획을 보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분칠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4대강 개조사업’이다.

애당초 ‘한반도 대운하’가 ‘4대강 정비사업’으로 바뀌고, 이제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또 다른 탈을 쓰고 나타난 것을 보니 한마디로 아연실색(啞然失色)할 뿐이다. 지금 이대로 가면 4대강 ‘살리기’가 아니라 ‘죽이기’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준설시 4대강 수질 오히려 악화

첫째, 정부가 환경 관련법을 철저히 묵살하겠다는 의도를 백일하에 드러냈다. 단군이래 최대 토목사업을 추진하면서, 단 4개월만에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공람 및 의견수렴을 마치고, 오는 9월에 착공하겠다고 했다.

법적으로는 정확한 사업계획을 갖고 최소한 4계절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하고, 주민 공람과 의견수렴 및 관계기관 협의 및 보완을 해야 한다. 스스로 국토를 개조하는 사업 운운하면서, 군사작전식으로 공사를 감행하겠다는 진짜 의도가 과연 무엇인가?
둘째,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보다 ‘양질의 물’을 확보하는 것이다. 썩은 물을 수십억 톤 확보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지만 일단 강을 살리겠다면 ‘4대강 살리기추진본부’의 본부장을 환경부 인사가 맡아야 한다.

그러나 국토해양부가 맡고 있는 것부터 소가 웃을 일이다. 더욱 웃기는 것은 환경부가 7억6천만 톤의 물을 가둘 16개의 보(洑)를 만든다는 사실을 27일에야 통보받았다는 것이다. 정부조직법상 강을 죽이느냐, 살리느냐하는 수질을 책임지는 부서는 환경부인데도, 환경부를 철저히 무시한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셋째, 수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와 국토해양부 사이에 수질을 담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전망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낙동강의 경우 하천 바닥의 경사가 완만한데다가 보(洑)가 8개나 들어설 경우, 각종 유해물질이 바닥에 가라앉으면서 심각한 수질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체 준설량(5천400만 루베)의 80%인 4억2천만 루베(폭 200m와 깊이 4.2m로 총 500km를 파내는 양임)를 파내는 낙동강의 수질은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수질 예측 시뮬레이션 결과, 4대강의 수질은 오히려 악화되는 것으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대강 개조사업’을 조기에 감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잦은 설계변경, 더 많은 예산 들어가

   
▲ 낙동강(사진)의 경우 하천 바닥의 경사가 완만하여 보가 8개나 들어설 경우, 각종 유해물질이 바닥에 가라앉으면서 심각한 수질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넷째, 본류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천과 샛강을 먼저 살려야 하는데, 이를 위한 대책과 예산확보 방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4대강 사업비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약 14조 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는 것으로 설계되었다. 경부고속전철 사업을 비롯한 여러 국책사업에서 보았듯이, 앞으로 잦은 설계변경으로 이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 수도 있다.

환경부가 내놓은 수질개선 대책이란 것은 기존의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정녕 MB 정권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자연의 순리도 모른다는 말인가?    

다섯째, 물 부족과 물난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 효과가 대단히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2011년 8억 톤, 2016년 10억 톤의 물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엉터리 통계를 근거로 했다. 정부의 지하수 사용량 통계가 연간 37억 톤이라고 하지만, 몇몇 지자체의 실제 사용량을 조사한 결과, 이런 정부 통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도 있다.

또한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하겠다는 시화호가 썩어버리자, 단 한마디 사과도 없이 슬그머니 해수호로 정책을 되돌린 것처럼, 강물이 썩어버리면 물 부족에 대비한다는 것은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홍수량 조절도 강물을 비워놓는다면 몰라도, 2002년 8월 5조5천억 원의 재산피해와 180여명의 인명피해를 앗아간 태풍 ‘루사’ 때처럼 2∼3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질 경우, 일시에 밀려오는 첨두유량을 조절하는 효과는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16개 보(洑)의 총 저수량 7억6천만 톤보다 더 많은 8억9천만 톤의 홍수조절능력을 갖게 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TV 화면에 자극적인 홍수사태를 보여주니, 국민들은 강둑을 높이고 보(洑)나 댐을 건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것은 문제 해결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시정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주어 2002년도에 나온 『서울시 상습 침수지역 관리 시스템 구축 방안』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서울시의 도시 홍수 및 침수 피해의 90%는 내수, 즉 하수관 통수 능력 부족, 역류, 노면수(路面水) 침입 등의 피해가 90%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동 보고서는 한강 수위 상승 등에 의한 외수·피해는 10%가 안된다고 주장한다.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불투수층(서울시의 경우 전체 면적의 84%)의 확대로 빗물의 일시적 유입에 따른 첨두유량을 줄이기 위한 시설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  즉, 빗물이용 시설과 도심 곳곳의 저류 및 지하 침투시설 설치에 이번 예산의 5% 만이라도 투자한다면 홍수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은 하늘과 지표와 지하를 순환하는 물질로서,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물 부족과 홍수 예방에 최선이라는 사실을 MB정권은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여섯째, 이번에도 MB정권은 우선 소운하식으로 운영하면서 대운하로 가기 위한 위장전술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사업 계획대로라면 사실상 소운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조금만 사업계획을 변경하거나 보강하면 대운하로 직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상황에서 국민적 의구심을 씻어낼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이 직접 대운하 공약의 포기를 국민 앞에 천명하는 길뿐임을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졸속 추진,  환경재앙 부를 수 있다

홍수를 예방하고, 물 부족에 대비하고, 친환경 복합 레저공간을 만들겠다는 웅장한 국가적 아젠다를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예견될 수 있는 환경적 재앙을 주도면밀하게 살피지 않는 MB정권의 ‘4대강 개조사업’은 천추의 한을 남길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처럼 군사작전 하듯이 무식하게 밀어붙이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4대강 죽이기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한 ‘4대강 개조사업’은 자연의 복원능력을 무시하고 넘어서는 안될 폭발 직전의 임계점을 넘어버리겠다는 인간들의 자연에 대한 무례와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MB정권의 발원지는 청계천이다. 이제 그들은 4대강을 갖고 또 다른 권력 게임을 시작하려고 한다. 이른바 ‘청계천 효과’에 이어 이제는 ‘4대강의 대박’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4대강 공사 로드맵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 이런 의구심을 더욱 짙게 한다. 4대강에 유람선이 떠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고, 내친김에 한반도 대운하까지 추진함으로써 정권의 재창출을 노리는 책략의 일환이라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제2의 MB가 되어보겠다는 군상들은 이제 4대강 개조라는 무모한 도박장을 펼치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스스로를 죽이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대자연의 순리를 거슬러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를 죽이는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와 우리의 후세들은 진정 누구를 믿고 살아나가야 하나.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민의의 전당이라는 대한민국 국회는 이 문제를 놓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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