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재 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교수


기후변화, 환경-자원-식량 위기로 이어져
최근 31년간 ‘생태 엇박자’ 현상 심화



   
▲ 최재천 교수
식량·에너지·물 부족 심화

환경전문가들은 21세기에 가장 부족해질 자원에 식량(Food), 에너지(Energy), 그리고 물(Water)을 꼽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미래학자들도 공감하는 바이다. 이 셋을 이리저리 나열하다가 이들의 첫 글자를 합쳐보았다.

그 결과, ‘적다’ 혹은 ‘거의 없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Few’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부족한 자원과 무한한 소비 욕망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경제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경제의 실마리는 당연히 이 세 가지 자원에 대한 고찰에서부터 시작돼야한다.

물 값은 아직까지 경제적으로 싼 편에 속한다. 그래서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물 문제가 크게 피부와 와 닿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물 부족의 조짐은 지구촌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물 전쟁은 머지않아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우리는 식량문제의 심각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옥수수 가격이 폭등했고 다른 곡물 가격도 덩달아 급등하면서 수급 불균형과 재고급감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곡물 수출국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출국들은 일단 자기 국민들의 분량의 곡물을 비축해 놓고 수출을 한다. 때문에 부족할 때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수입할 수 없다.

미국은 자동차에 옥수수가 주원료인 에탄올을 섞어 투입하는 등 바이오 에너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 연료 대체효과 5.6%에 불과하다. 미국은 엉뚱한 곳을 두드리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철저하게 계산된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상당수의 골프장이 농경지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쌀만 자급자족으로 해결하고 있을 뿐, 나머지 식량은 상당 부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 25.3%에 불과한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국가 가운데 식량 자급률이 30%에 미치지 못하는 5개 국가 가운데 하나인 국가다. 이 5개 국가에는 우리나라를 비롯, 아이슬란드(0.0%), 포르투갈(27.7%), 일본(22.4%), 네덜란드(21.2%)가 포함돼 있다.

   
▲ 물 전쟁은 머지않아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우리는 식량문제의 심각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옥수수 가격이 폭등했고 다른 곡물 가격도 덩달아 급등하면서 수급 불균형과 재고급감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생태 엇박자’야기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 엇박자(Ecological Mismatch)’현상이 국제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기상청은 최근 31년 간(1978∼2008년) 개나리, 진달래, 벚꽃의 개화시기가 6∼8일 빨라졌다고 밝혔다.

덴마크의 경우, 지난 33년 간 수컷 제비들은 점점 더 일찍 돌아오고 있으나 암컷 제비들은 여전히 느긋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후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데, 자연생물들은 아직 그 리듬에 발맞춰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생태 엇박자’현상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약 600만 개나 되던 미국의 벌통이 2005년에는 240만 개로 감소했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생태계가 파괴돼 4년 안에 인류가 멸종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꿀벌은 중요한 수분 매개체로 꽃가루를 옮겨주는 역할을 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꽃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인류는 바로 식량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세계 식량의 3분의 1이 곤충의 꽃가루받이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그 임무의 80%를 꿀벌이 담당하고 있다.

   
▲ ‘생태 엇박자’현상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꿀벌들은 중요한 수분 매개체로 꽃가루를 옮겨주는 역할을 한다. 꿀벌들이 사라지면 꽃들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인류는 바로 식량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육식, 태아 면역력 절감시켜  

입덧, 그 아름다운 순간이 왜 고통스럽게 그려지고 있을까? 입덧은 임신 시에 일어나는 구역질 현상이다. 이는 구토를 유발하며, 입맛의 변화를 가져온다. 진화생물학자 마지 프로펫(Margie Profet)은 “입덧은 주로 식물 독소와 같은 돌연변이 인자와 기형발생인자를 차단하여 태아를 보호하는 진화적 적응”이라고 주장했다.

성인에게는 해가 되지 않는 자연 식품들이 태아에게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식물은 독을 생성한다. 식물을 섭취하기 위해서 인간은 복잡한 해독 시스템을 발달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도 해로운 화학물질을 완전하게 제거하지는 못한다.

진화인류학자 다니엘 페슬러(Daniel Fessler)는 ‘산모의 면역억제 가설’을 통해 산모의 면역 능력이 임신 초기엔 억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슬러는 입덧이 기형발생인자를 방지할 뿐 아니라 산모와 태아를 병원균과 독소로부터 보호한다고 밝혔다.

페슬러는 전 세계 78개 문화권에서 어떤 음식이 금기 시 되는지 조사했는데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조사결과, 금지되는 음식의 85% 이상이 육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치는 채소, 곡물 등 다른 음식들을 모두 합친 수치보다 여섯 배 가까이 높았다.

태아의 조직형성이 화학적 파괴에 가장 취약한 시기(6∼18주)에 임산부의 입덧은 최고조에 달한다. 입덧을 하는 임산부는 하지 않는 임산부보다 유산할 가능성이 적다. 구토를 하는 임산부도 구역질만 하는 임산부보다 유산을 적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7개 전통사회의 입덧 조사 결과, 20개 사회에서 입덧 발생이 보고됐다. 보고가 안 된 7개 사회에서는 식물을 주식으로 삼는 경향이 강했다. 이들 사회에선 육류를 주식으로 삼는 비율이 대부분 낮았다.

육식 문화, 환경 파괴 일조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갱의 저자인 랜돌프 네스와 조지 윌리엄스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은 석기시대의 환경 조건에 적응해 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환경 조건은 수천 년 전에 끝났지만, 그 이후의 진화에는 인구 과밀, 현대의 사회 경제 조건, 저조한 육체 활동, 기타 현대 환경을 이루는 많은 새로운 측면들이 인간에게 적응시킬 만한 시간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에 발생하는 인간의 식생활의 문제는 석기 시대에 진화한 미각과 그 미각이 현대에 끼치는 효과 사이의 부조화에서 생겨났다는 것이다. 지방, 설탕 그리고 소금은 우리가 진화해 온 역사에서 항상 부족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대부분 시대의 사람들이 이런 물질을 많이 섭취할수록 더 큰 이득을 얻어왔다. 때문에 그것을 구하려 애쓰고 좀 더 많이 먹으려는 행동은 언제나 본능적으로 이어져왔다고 저자는 언급하고 있다.

우리는 육류를 섭취함으로써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채식을 하면 할수록 경작지나 생태계 파괴가 줄어든다. 한 마리의 돼지와 소를 키우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농작물이 필요하다. 그로 인해 농작지가 늘어나고 온실가스는 증가하게 된다. 육식을 하면 건강과 환경 그리고 생태효율측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미 우리의 식탁은 세계화돼 있다. 포도는 칠레, 파인애플은 필리핀, 오렌지는 미국, 양배추는 오스트레일리아, 연어는 노르웨이 등 우리 식탁의 대부분이 먼 나라에서 수입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이 가격경쟁에서 밀려 수입되고 있지만, 우리 식탁에 올라온 음식들이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해 온 음식들인지 알게 된다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동네 먹거리 운동 보급돼야     

우리에게는 ‘동네 중심의 먹거리(로컬푸드) 운동’이 필요하다. ‘동네 먹거리 운동’은 운송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켜줄 것이다. 방부제 무첨가 음식 섭취가 인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농지 증가로 인해 환경 개선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농업 인구 증가는 도시인구 집중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무엇보다 먹거리 개선으로 국민 건강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이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화학비료와 농약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의 안전성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농촌 인구은 고령화되고 농업 인력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농산물의 국가 경쟁력은 뒤떨어지는데 국제사회로부터 개방 압력은 커져가고 있다.

농민들은 점점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국민들도 정부의 농업정책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FTA를 통해 다른 산업을 발달시켜 농업 위기를 대처하자는 의견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파멸의 악순환을 시작해 놓고 흙에서 손을 털지 못하는 이들의 아픔을 보듬지 않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옳지 못한 일이다.

쿠바의 ‘녹색혁명’ 주목해야  

우리는 쿠바의 ‘녹색혁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쿠바는 미국의 봉쇄정책 강화와 구 소련의 붕괴로 극심한 경제위기에 쫓기며 친환경농법을 시작했다. 혁명 이후 많은 농민들이 도시로 몰려나와 전문직 종사자로 탈바꿈한 탓에 쿠바 인구의 80%는 도시에 살게 되었다. 경제위기에 봉착한 도시민들은 소수 농민의 생산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살기 위해 농업을 도시로 가져와야 했다.

쿠바는 생존을 위해 유기농의 핵심이 된 ‘도시농업’을 시작하게 됐다. 도시에 사는 쿠바인들은 발코니와 집 텃밭, 인근 공터와 쓰레기 매립장 등 도시의 비어 있는 땅에 곡류와 채소를 심어 기른다. 콩과 양상추, 토마토, 옥수수 등을 키워 먹을거리를 해결한 것이다. 그것도 화학비료와 농약 없이 퇴비와 바이오 기술을 이용한 100%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

쿠바인들은 화학 농법 대신, 환경생태계도 살리고 증산도 이루는 ‘21세기형 신 유기농 운동’을 성공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시작된 유기농 운동이 쿠바의 녹색혁명이라는 큰 선물을 가져다 준 것이다.

쿠바는 해당 지역 음식을 소비하게 되면서 인구 평균 수명률이 증가하게 됐다.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은 미국의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의 1/8수준을 기록하는 등 에너지 절감효과도 톡톡히 누리게 됐다. 쿠바는 현재 유기농법과 로컬푸드의 선도국으로 크게 이름을 높여가고 있다. 

미래 식량위기 대처 시급     

현대 도시민의 삶은 자연으로부터 분리돼 있다. 도시라는 인공적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오염물질의 정화는 도시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 결과 도시는 더 이상 자립할 수 있는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도시민의 삶의 질은 저하되고 있다. 

최근 30∼40층의 초고층 빌딩에서 농사를 지어 미래의 식량위기와 환경파괴를 피하자는 일명 ‘수직농법’이 과학자들과 건축가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계단식 농법처럼 물을 위에서 흘러보내는 이 경작법은 층수를 높일수록 그만큼 땅을 더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대도시에 몰아닥치는 태풍과 홍수, 가뭄 속에서도 작물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다. 건물 안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병충해 유입을 차단하기도 쉽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천 송도시에서 건설 추진이 고려되고 있다.

기술만 강조된 녹색성장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은 매우 바람직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녹색기술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어 걱정스럽다.  전 세계 생태학자들이 180개 국가를 대상으로 각 국의 생태계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생태복지’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최하위권인 162위에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기존의 세계복지는 인간복지만 강조됐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생태복지가 강조되고 있다. 인간복지가 후대응 복지였다면, 생태복지는 선대응 복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환경에 대한 기술만 강조해나간다면 세계는 우리를 비웃을 것이다.

삽으로 땅을 뒤엎는 것만이 결코 녹색성장이라 말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환경이 녹색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개발 위주의 성장 정책은 문제가 있다. 이젠 정부가 환경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 소비자가 바뀌어야 기후변화도 막을 수 있다. 그 변화의 시작을 ‘밥상’에서 찾아야 한다. 근본적인 변화를 밥상에서부터 출발하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어둡고 불투명해질 것이다.
밥상에서 변화 바람 일어야  

기후변화센터 해외자문위원이자 『희망의 밥상』의 저자인 제인 구달 박사는 이 책을 통해 소비자의 권리를 강조했다. “소비자가 세상을 바꾼다. 소비자가 원하면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 상업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과 농업도 변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소비자가 바뀌어야 상업이 바뀐다. 소비자가 바뀌어야 기후변화도 막을 수 있다. 그 변화의 시작을 ‘밥상’에서 찾아야 한다. 밥상의 변화는 상업의 변화와 농업과 제조업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를 밥상에서부터 출발하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어둡고 불투명해질 것이다. 

본 Specialist Report는 지난 4월 16일 환경재단‘136 환경포럼’이 최재천 교수를 초빙,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매화홀서 열린 ‘기후변화대응, 밥상에서부터’라는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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