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복 (주)한국수도경영연구소장


상하수도 사업 발달하거나 구조개편 이루어진 나라일수록
상하수도 통합운영 법적 의무화

국내 상하수도 구조개편, 민영화 논란으로 쉽지 않아


   
▲ 김길복 소장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은 물 순환에 따른 시스템에 의해 생성과 소멸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물 관리 측면에서 볼 때 일원화하여 관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물에 대한 운영관리는 상수도 사업과 하수도 사업으로 분리되어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물에 대한 공공성과 더불어 사업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대에 와서는 상수도와 하수도의 통합관리는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최근의 세계 수도환경 역시 공공 부문이 담당하든, 민간 참여에 의해 운영되든 간에 상하수도 통합관리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구조개편이 이루어진 국가들 대부분이 상하수도 통합관리를 원칙으로 추진되고 있다.

상하수도 통합운영 관리 추세로 점차 변화하고 있는 국내외적인 수도환경을 살펴보고, 상하수도 통합관리의 사례 및 필요성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 국내외 수도환경 변화
 
상하수도 사업은 여전히 공공부문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상하수도 사업은 시설 집약적 분야로 지속적인 개·대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급기반이 붕괴되어 인간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됨과 동시에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나 공공성 측면만으로 상하수도 사업을 바라보게 될 때 수도시설에 대한 재투자는 정부의 재정부담이 매우 큰 분야에 속한다. 따라서 투자 우선 순위에서도 매우 낮은 순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 최근 국내에서도 전반적인 상하수도 사업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물 시장 확대에 따른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국내 전문 물 기업 육성 차원에서 수도사업의 구조개편은 당연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사진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성남정수장 전경.

실제로 이러한 상하수도 시설에 대한 재정부담 문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겪고 있는 문제로, 수도 사업에 대한 구조개편을 실시한 국가들이나 상하수도 인프라를 한창 구축하고 있는 신흥 국가들의 경우들을 살펴볼 때, 이러한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민간 전문 물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하수도 서비스 보급 확대가 우선인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상하수도 운영 분야에 전문 물 기업 참여 확대 비율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결국 상하수도 사업이 발달한 나라나 구조개편이 이루어진 나라일수록 상하수도 통합운영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거나 당연시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전문 물 기업들의 경우도 상하수도 통합운영형태로 참여하는 것이 대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전반적인 상하수도 사업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물 시장 확대에 따른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국내 전문 물 기업 육성 차원에서 수도사업의 구조개편은 당연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예를 들어, 환경부는 「수도사업 경쟁력 강화법」(가칭) 제정 추진, 행정안전부는 ‘수도관리 전문기관 위탁’ 정책추진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상하수도 사업 구조개편 및 물 산업 육성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개편방식에 있어서는 민영화와 관련하여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상하수도 사업의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안정적인 물 공급 및 하수처리를 위한 효율적인 물 관리와 산업경쟁력 확보하기 위한 기본방향으로 상하수도 통합운영을 제시하고 있다.

■ 상하수도 통합 필요성

물은 취수에서 수용가에게 공급하기까지를 상수도, 수용가로부터 나온 물을 처리하여 배출하기까지를 하수도라 부르며, 물 순환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보다 합리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상수도와 하수도간에 관리체계의 일원화 형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 상하수도를 통합하게 되면 사업계획 수립시 일원화를 추구할 수 있어 중복투자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는 장점이 있다. 사진은 남양주시 하수도 통합운영센터.

또한 상수도와 하수도는 네트워크 산업으로 동일한 지역에서 동일한 고객을 상대로 하고 있고, 기능적으로도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어 시설 건설이나 관리를 위한 정보 공유 및 기술적 상호 접목 차원에서도 통합관리가 보다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관리비용 절감 측면에서 볼 때, 상하수도 통합은 분리 운영될 때보다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상수도와 하수도간 분리운영이 이루어지면 사업계획 수립 역시 이원화되어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호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기능과 시설투자에 대한 중복이 발생될 가능성이 크며, 물의 흐름에 따른 체계적이고 일괄적인 사업계획 수립이 어렵게 된다.

따라서 상하수도를 통합하게 되면 사업계획 수립 시 일원화를 추구할 수 있어 중복투자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는 장점이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 따로 수립되고 있는 수도정비계획과 하수도정비계획의 경우 계획 수립에도 예산이 따로 책정되고, 관거 공사의 경우에도 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중굴착으로 인한 환경적 피해 및 비용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나 상하수도를 통합하게 되면 관거 정비를 위한 이중굴착 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으며, 상하수도 계획의 동시 수립에 따른 예산절감 효과를 추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상수도와 하수도는 각각 공급과 처리를 담당하기 때문에 시설간의 교차통합은 불가능하지만 업무관리 측면에서는 유사하게 이루어지므로 관리조직의 통합에 따른 고정비적 성격의 지출을 줄일 수 있어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상하수도 사업간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운영업무상의 통합효과가 적지 않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상하수도 분리에 따른 각종 민원들을 통합서비스센터에서 One-Stop으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민 입장에서 볼 때 상하수도 통합은 주민 만족도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볼 때 상하수도 통합은 사업 규모의 확대를 가져오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효과를 추구하는데 유리하게 되는데, 특히 개별 지자체 단위가 아닌 물 순환 원리에 의해 일정 권역에 따른 적정 규모로의 통합은 광역화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효과와 더불어 범위의 경제효과까지 추구할 수 있어 비즈니스상의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상하수도 광역화가 되면 상수도 공급과 하수도 처리 계통의 조정을 통해 상수도 시설과 하수도 시설의 각각의 통합운영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져 수자원의 수량·수질관리 등 물관리 일원화를 확립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광역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가 작용하여 경영수지가 흑자로 전환이 되게 되면 현재 상하수도 요금뿐만 아니라 상하수도 사업의 재정적자에 따른 국민의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

특히 환경적인 측면에서 볼 때 권역에 따른 상하수도 통합은 효율적인 상수원 수질관리를 가능하게 해준다. 왜냐하면 현재의 상수원 관리 체계는 개별 지자체별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상류 지역의 하수 배출 하천과 하류 지역의 취수 하천이 동일한 경우 하수를 배출하는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오염원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하류 지역의 경우 상수원의 수질관리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상하수도 통합은 개별 지자체들의 오염총량제 목표 달성이 용이하고, 상수원으로 유입되는 하수의 적정한 관리를 통해 하천 수질의 안전성을 확보, 깨끗한 상수원수를 공급하게 되므로 수돗물에 대한 질적 만족도 증대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 해외 상하수도 통합사례
 
상하수도는 국민의 생활에 필수적인 재화(財貨)이며, 대체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효용보다는 사회적 효용에 더 역점을 두고 운영되므로 사업자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분야로 일컬어진다.

   
▲ 영국, 이탈리아 등과 같이 국가 전체적인 측면에서 구조개편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상하수도 통합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거나 일본, 독일 등과 같이 개별 지자체 단위로 사업 효율화를 추구하는 경우 상하수도 통합을 통해 사업의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상하수도 사업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구조개편이나 운영방식 변경 등과 같은 독자적인 정책을 마련하여 비효율성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영국, 이탈리아 등과 같이 국가 전체적인 측면에서 구조개편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상하수도 통합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거나 일본, 독일 등과 같이 개별 지자체 단위로 사업 효율화를 추구하는 경우 상하수도 통합을 통해 사업의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다.

국가 전체적인 측면에서 구조개편이 이루어진 국가들 중 영국은 1973년 「Water Act」를 시행하여 1천400여 개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던 상하수도 사업에 대해 유역을 기준으로 규모의 경제 확보 및 하수처리 시설에 대한 투자계획의 개선목적으로 10개 광역 물관리공사를 설치했는데, 이 때 유역 내에서는 통합 수자원관리 달성을 위해 상하수도 통합운영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이탈리아의 경우는 1994년 「갈리법」을 제정하여 규모의 경제 확보 차원에서 1만3천여 개의 상하수도 사업이 91개의 수도사업자로 광역화하는 구조개편이 추진되었다. 이 때 광역화는 전체 물 순환 전반의 통합관리를 위해 상하수도의 수직적 통합, 지자체 간의 수평적 통합형태로 이루어지도록 법적으로 강제되었다.

이러한 구조개편에 의해 이탈리아 최대 물 기업으로 등장한 기업이 로마시 지방공사인 아체아(ACEA)이며, 자국내 확고한 사업기반을 바탕으로 해외 물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여 세계 10위권의 물 기업으로 성장했다.

개별 지자체 단위로 사업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일본의 상하수도 사업의 규모는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일본의 상하수도 사업에 대한 인식은 행정서비스 성격이 보다 강하기 때문에 개별 지자체가 직접 공급책임을 지고 있으며, 일부 시설 또는 민간위탁이 가능한 경우 외에는 민간참여를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상하수도 사업 또한 재정적자가 상당한 편이며, 구조개편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의 상하수도 사업에 대한 효율화는 시정촌의 행정적 합병에 따라 수도사업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추진되었으며, 수도통합이 추진되는 지자체들의 경우에는 2006년까지 한정적으로 재정지원을 함으로써 수도통합을 유도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2006년까지는 수도통합이 활발히 추진되기도 했다.

그러나 수도통합에 따른 조직의 비대화는 급수량의 감소, 시설노후화에 따른 교체시기 도래 등 수도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오히려 사업적인 측면이나 재정적인 측면에서 비효율이 초래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상하수도 사업의 통합에 따른 조직 슬림화를 추구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 규모를 자랑하는 지자체들부터 분리되어 있던 상수도 사업과 하수도 사업을 통합해 나가기 시작했으며, 상하수도 통합에 따라 관리비용의 절감, 통합 서비스센터 운영에 따른 민원처리의 일원화 및 주민만족도 향상, 물 순환 시스템에 의한 관리체계의 최적화를 추구할 수 있었다.

독일의 상하수도 사업은 유럽에서는 최대이며 상하수도 기술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자랑한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도 상하수도 사업은 지자체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상수도 사업과 하수도 사업으로 서로 분리·운영되고 있어 사업적인 기반이 매우 약한 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독일 최대의 도시 베를린의 경우 각각 운영되고 있던 상수도 사업과 하수도 사업을 1988년 하나의 조직이 물 순환 전반을 담당하게 하여 책임성을 높이고, 상하수도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두 사업을 통합했으며, 1990년 동·서독의 통일로 인해 동베를린의 상하수도 사업 책무까지 떠 안음으로써 베를린 전역의 상하수도 사업을 담당하는 거대 수도사업자인 ‘베를린워터’로 탄생되었다.

베를린워터는 처음에는 직영기업으로 시작하여 1994년 공법상의 법인인 지방공사로 전환하여 베를린시로부터 독립했으며, 1999년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지분 일부매각을 통하여 부분민영화가 이루어졌다.

또한 함부르크시의 수도 사업 역시 상수도 사업은 ‘함부르크상수도주식회사’가, 하수도 사업은 ‘함부르크하수도공사’가 각각 담당하고 있었는데 2005년 물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두 공기업의 통합을 추진, 2006년 1월 ‘함부르크워터’라는 지분 100%를 공공 부문이 소유하는 독일 최대 순수 공공 부문 물 기업으로 탄생되어 상하수도 통합조직과 선진화된 기업체제 구축을 통해 국내외 물 시장에서 사업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 제 언

해외 사례들을 살펴보면, 상수도와 하수도는 공급과 처리를 담당하기 때문에 시스템적인 교차통합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운영관리 측면에서 볼 때 상하수도 통합은 분리되어 운영될 때보다 경제적·환경적 측면에서 보다 효율적인 가치를 가지게 된다.

특히 통합 수자원 관리,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강조되는 있는 시점에서 상하수도 통합은 물 순환 시스템의 최적 관리를 통해 수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사업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때도 규모의 경제실현을 통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어 요금을 지불하는 주민, 재정지원을 담당하는 정부에 이르기까지 비용부담이 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 상하수도 사업에 대한 정책 추진에 있어 구조개편 논의는 당연시하면서도 민영화논란으로 인해 정책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그러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그와 별개로 수평적·수직적 분절 구조형태에 따른 관리조직의 분산, 시설투자의 중복에 따른 비용낭비, 물 순환구조에 대한 고려 미흡으로 인한 수자원의 효율적 활용 저해 등 국내 상하수도 사업의 근시안적인 문제 극복과 더불어 경쟁력 있는 전문 물 기업의 출현 및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미래 수도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상하수도 통합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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