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선진국, 수자원 관리기술을 미래성장동력으로 꼽아

물은 인류생활에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수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는 그 중요성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80여 개국이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20억 명의 인구가 위생적인 상수도 시설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은 늘 설사·주혈흡충병·결막염·기생충·기니벌레병 등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가 식수 정화를 철저히 할 경우 예방될 수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말 미국 서부지역의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지적하고, 부족한 물의 소유와 활용을 둘러싸고 개인과 지방정부, 심지어 미국과 외국간에도 소송과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논평했으며, 물의 가치가 올라가면 물이 국제 상품시장에 원유처럼 거래될 날이 임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미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크레이크 도나휴 CEO는 “존 세계적인 가뭄과 수요증가로 향후 물도 이산화탄소 배출권처럼 거래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물 선물이 도입되면 투자자들은 여름철에 농부들이 물을 더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해 미리 물 선물을 사두어야 하며, 물값 인상을 예견하는 기업들도 자신들이 필요한 만큼 물 선물을 확보해 둬야 할 것이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트븐 추(Chu)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장은 “21세기 후반엔 시에라 네바다 얼음의 최소 30∼70%가 사라져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으며, 콜로라도, 유타, 와이오밍, 뉴멕시코, 애리조나, 네바다, 캘리포니아 등 미 남서부 7개 주의 상수원인 콜로라도 강은 85년만에 가장 얕은 수심을 기록하고 있다.

   
▲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이 심화됨에 따라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로 정수·정화 등 수자원 관리기술을 꼽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치 유전에서 원유를 끌어오듯 산악지대에서 거주지까지 수백km의 물 수송 파이프를 설치하는 것이나 이를 위한 수십 억 달러의 재원을 마련할 수도 없으며, 물 부족 현상이 현실화되기 이전에 완공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수자원 관리의 중요성 부각과 함께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수자원 관리 분야의 기업 실적이 여타 사회간접자본 관련 기업보다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 간 ‘Media General Water Utilities Index’는 133% 성장함으로써 다우존스 유틸리티 인텍스 실적의 두 배에 달했고, 수자원 관리는 인플레이션이나 경기침체, 이자율 심지어는 입맛의 변화에도 영향받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Dickerson과 같은 펀드는 수자원 관리 분야에만 집중해 투자하고 있다.

전 세계 수자원 관리 산업의 규모는 4천500억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매출이 상수도 보급과 관련돼 있었는데, 이중 약 10%에 해당하는 450억 달러정도가 정수와 관련된 산업으로 분류된다.

수자원관리 산업은 대부분 고정요금체계로 규제를 받고 있어 투자가들에게 매력적인 분야로 여겨지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수자원관리의 중요성 부각과 함께 상당히 각광받는 투자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대부분의 정수관련 기술 개발업체들은 자신들을 GE나 3M과 같은 대형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주된 투자자금 회수방법이었지만, 최근 투자가들이 수자원관리 기술에 주목하자 사업분야 매각이 아닌 주식상장을 통해 2∼3배 더 높은 가치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자원 관리만을 사업모델로 하는 벤처기업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들도 늘어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와 같은 지역은 특히 물 공급 부족현상을 오래 전부터 겪고 있어서, 산업용세탁·세차·축산 오폐수 처리와 같은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정화 및 정수와 관련한 신기술 개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50년에는 93억 명 인구 중 약 20억 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며, 모든 대륙의 감수량이 줄어들고, 지하수가 오염되고 있어 수자원 확보를 둘러싼 지역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효과적인 하수처리, 녹지화 작업, 물의 효율적인 저장, 담수화작업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아울러 가정용 및 산업용 오폐수 정수처리 기술도 지속적으로 개발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수자원 관리비용이 높지 않은 관계로 정수·정화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시급하게 느끼지 않고 있으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로 수자원 관리기술을 꼽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자료제공= 이상우 로스엔젤레스 무역관/jeremylee@kotra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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