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수 / 서울시 영등포 아리수정수센터

아리수, 해외여행 때마다 필수품
식수 얻기 어려운 중국서 서울의 물맛 느껴    


알량한 중국어 실력을 밑천으로 필자는 지난해 10월 여행 취향이 비슷한 충북의 김 선생과 중국인들이 그토록 아끼고 자랑하고 싶어한다는 평요고성(平遙古城)을 여행했다. 우리는 먼저 북경시내를 여기저기 여행 후 평요(平遙)로 갔다. 북경에서 어렵사리 평요행 열차표를 구해서 금요일 야간열차로 출발했다.

북경서역에서 밤새도록 기차로 12시간을 달려 도착한 평요. 이 곳은 북경에서 서남쪽 산서성(山西省)에 위치한 소도시이다. 중국 지도상에서 보면 북경과 병마용갱(兵馬俑坑, 병사·말 등의 모형이 있는 갱도)으로 유명한 서안(西安)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곳이다.

평요, 중국 유일의 문화도시

   
▲ 중국 평요고성 위에서 ‘시루’를 바라보고 있는 필자 최동수씨(서울시 영등포 아리수정수센터).

이곳은 명나라와 청나라의 고성과 마을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중국 유일의 문화도시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가장 낙후된 곳의 하나였지만, 1997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산서성 제일의 관광도시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배낭족들을 유혹시키는 것은 그대로 보존된 고성 내의 풍경이었다.

중국인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서안에 있는 장안성(長安城)의 경우, 막상 남아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성벽뿐이었지만 이곳은 성벽은 물론이고 거리까지 완벽하게 보존돼 있었다.

그곳에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고 있어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역사박물관처럼 느껴졌다. 우리나라 용인에 있는 민속촌처럼 옛 모습과 실생활을 재연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왔다 갔다 하기만 하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18∼19세기 중국 제일의 금융도시로 이름을 날렸다는 평요, 그러나 서구의 은행이 밀려든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쟁에 뒤쳐진 채 쓸쓸한 황혼을 맞이했다. 이후 70여 년 간 멈춰버린 도시로 전락했으나 우연히 이를 발견한 한 일본 방송팀에 의해 관광도시로서 재발견됐고, 중국정부에서도 재빨리 공식적인 보존에 들어가게 됐다고 한다.

씁쓸한 것은 가옥들 대부분이 가게로 변모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시 전체를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해 도시 미관이 변하는 것을 단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투른 중국어로 배워나간 평요 답사

   
▲ 평요고성(平遙古城)의 내부. 앞에 보이는 것이 유명한 ‘시루’이다.

평요에 도착하자 사전 연락이 된 현지 여행가이드가 우리를 맞이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좀 더 많은 대화를 위해 현지 가이드를 구해 동행하기로 했었다. 이렇게 해서 만난 현지 여행가이드는 다소 자유스럽고 편안한 복장에 편안한 인상을 지닌 상냥한 아가씨였다.

하루 80위엔(1만400원)을 주기로 하고 그녀와 함께 성내 이곳저곳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살펴보기로 했다. 가이드는 지방 방언을 사용했으나 가이드 자격증을 자세히 보니 보통화(표준어)를 사용한다고 표시한 것이 재미있었다.

역사적 설명이 이어졌다. 알아듣지 못할 단어가 수없이 등장해서 우리는 질문을 계속 쏟아냈다. 이해 못하는 단어가 나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 우리의 가이드는 재빨리 메모지에 그 뜻을 써 놓았다. 그러면 바로 우리 둘이서 동시에 사전을 뒤져 그 뜻을 이해하려 애쓰곤 했다.  그 모습이 지금 생각해도 우습기 그지없다.

나의 여행 필수품  ‘아리수’

   
▲ 여행 중 함께 한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

나는 해외여행을 할 때면 필수품으로 서울시에서 생산하는 ‘아리수’ 패트병을 챙겨간다. 현지에서도 생수를 구입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아리수’를 챙겨 가는 이유는 물갈이로 늘 고생을 해왔었기 때문이다. 사실, 식수만큼 우리나라처럼 인심이 좋은 나라는 아마 드물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식당이나 심지어 호텔까지도 수돗물을 그대로 음용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중국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에겐 식수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타지역에서 마신 물로 인해 배탈이 나 고생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장기 여행이 있는 경우 반드시 ‘아리수’를 챙겨가지 않을 수 없다. 아리수는 염소처리가 돼있어 장기간 보관해도 부패 염려가 없다.

이번 여행에서는 열차 안에서 저녁과 아침을 해결해야 했다. 나는 나의 비상식량인 ‘아리수’를 같은 칸 내 현지 사람들에게 권하곤 했다. 비좁은 탁자에 각자 준비한 소박한 저녁 먹거리를 나눠 먹으며 우리는 열차 내에서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열차 내는 꽤나 건조했던 터라 갈증이 많이 났었다. 나는 연거푸 아리수를 들이켰다. 아,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상쾌한 그 맛, 서울시의 물 ‘아리수’의 그 귀함을 해외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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