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새 정부의 효율적인 물 관리 체제 방향 / 최충식 물포럼 코리아 사무처장

물 정책 수립과정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단절 


홍수·가뭄 방지 위한 댐·하천정비 과정서 갈등 지속 발생 
중장기적으로 물 관리 기구 통합할 ‘물관리청’ 신설 필요 

 

   
▲ 최충식 물포럼 코리아 사무처장
우리나라 사회갈등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분야가 환경일 것이다. 많은 사회학자들이 갈등과 분쟁의 사례를 분석하고 합리적 거버넌스(governance) 모델, 사회통합의 모델의 예를 드는 것이 주로 환경 분쟁의 사례이다. 또, 최근 10여 년간 발생한 환경 분쟁 중에서 가장 많은 갈등의 사례는 물 분쟁과 물 갈등이다.

 

■  끊임없이 발생하는 물 갈등

물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과 지역사회 갈등은 전통적으로 공동체 생활을 유지해온 우리 사회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쳤다. 물 갈등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또, 그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고, 긴 시간이 소요되었거나 해결되지 못하는 것도 있다. 이러한 물 갈등의 사례를 분석하면서 한가지 중요하게 느낀 것은 조정자의 역할이 미비했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생산은 중앙정부에서, 갈등은 지역사회에서 발생이 되면서 중앙정부와 지역사회 모두 상처만 안은 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물 분쟁의 유형과 갈등 사례를 분석하면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이수(利水)·치수(治水) 관련 분쟁이다. 물의 관리나 이용에 있어서, 이수·치수 분쟁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물을 더 많이 이용하기 위해서, 물을 활용하여 사업체의 수익을 얻기 위해서, 홍수와 가뭄을 방지하기 위해 댐과 하천정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둘째, 물의 생태와 수질문제로 인한 갈등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하천의 이수·치수와 수생태  보전을 함께 고려하여 계획을 세우지만 여전히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상수원과 하천의 수질보전을 요구하는 집단과 물의 관리를 안전하고 합의적으로 해야 한다는 집단과의 갈등이 발생되고 있다.

셋째, 일반적인 물 환경분쟁이다. 소양강 댐 탁수 유입, 이천 하이닉스반도체 증설 논란, 하천복원을 위한 이해 당사자 간 협의체 활동 등에서 물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전국의 물 분쟁이 발생한 지역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뇌물 비리사건으로 인한 각종 고소·고발, 행정처분, 집단행동 등을 유발시키면서 행정집행의 난맥은 물론 예산낭비, 공동체 붕괴 등이 다반사다.

이러한 원인을 분석해 보면,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정부에서 물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물에 대한 여러 가치를 종합하여 수립하기보다는 정책을 수립하는 집단의 특성에 맞는 내용으로 수립, 타 기관이나 이해당사자로부터 동의를 구하지 못해 행정 집행에 난맥을 겪는 것이다.

둘째, 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정기관이 없거나, 일부 있다 하더라도 그 권한이 제대로 부여되지 않고, 갈등을 조정해 본 적이 없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셋째, 정책 수립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단절이다. 지역사회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중앙정부의 정책은 정책집행 시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고, 지방정부의 입장에서 보다 많은 예산확보와 하천을 활용한 시민 편익시설을 주장하다보면, 이를 그대로 받아드릴 수 없는 중앙정부와 갈등이 발생되기 마련이다.

넷째, 물 이해 당사자 간 협의체 부실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물 정책을 수립하거나 물 분쟁이 발생할 때, 행정이나 NGO에서 거버넌스 방법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이해 당사자끼리 약속일 뿐, 구속력이 없고 서로의 입장차이가 나면 언제나 해소될 수 있는 임시적인 것이다.

 

■  물 정책, 한 부처에서 관장해야

   
▲ 우리나라 물 분쟁의 중심에 있는 NGO가 소모적인 논쟁과 현안 대응을 줄이기 위해서는 예방적인 물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물 문제에 있어서 대표적인 비판적 시각이 건설교통부와 환경부의 물 이원화 정책이다. 그러나 전국의 물 문제를 분석해 보면, 물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물 관리를 일원화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두 기관의 업무가 조정이 된다면 많은 부분 기여할 수 있겠으나 이 외에도 물 관리 체계 개선 방법으로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

‘수자원 장기종합계획’, ‘물 환경관리 기본계획’, 홍수 재난관리 정책 등은 5대강 유역이나 광역 행정 권역별로 각 유역 특색에 맞는 안을 건의하여 중앙정부에서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실질적인 계획은 유역에서 수립해야 한다.

유역을 구성하는 집단은 각 중앙정부의 지방청과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집단이나 NGO 등이 참여한 유역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 또한,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물기본법」,「물관리기본법」제정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수자원 장기종합계획’, ‘물 환경관리 기본계획’, 홍수 재난관리 정책 등은 건설교통부, 환경부, 행정자치부로 구분되어 있다. 물 관리 및 보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 정책은 반드시 하나의 부서에서 관장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 부처의 체계로 볼 때 세 가지 주요 정책을 담당하기에는 특정 부서의 하중이 너무 클 수 있다.

‘물관리청’과 같은 부서를 신설하여 우리나라 물 관리 전반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각 유역위원회와 협의하여 정책을 집행하면 물 관리 체계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정책을 바람직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 관리·감독 부서를 신설하거나 기존 부처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면 좋을 것이다.

4대강 유역위원회의 역할은 주요한 물 정책을 수립하는 것 외에도 물 분쟁에 대한 조정자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제대로 된 물 정책이 수립되면, 그만큼 물 분쟁은 줄어 들 수 있으나 우리 사회에서 물 분쟁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소모적인 논쟁과 예산낭비, 지역공동체 붕괴를 막기 위해서 제도적 권한이 있는 유역위원회에서 물 분쟁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 동안 ‘물 관리 일원화’와 물 관리 체계 개선에 대한 논의는 수년간 이뤄져 왔다. 결국, 참여정부에 들어서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환경부와 건설교통부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물관리기본법」(안)을 작성하고, 환경부와 건교부가 공동으로 입법예고했지만, 법안은 심사소위원회에서도 심의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현재 제시된 「물관리기본법」(안)이 물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법안심사소위원회 일부 위원들의 판단과 환경단체들의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관리기본법」은 한편으로는 물 관리 일원화의 차선책으로 판단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별개의 내용으로도 볼 수 있다.

‘물 관리 일원화’는 환경부와 건교부의 물 관련 주요업무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나 「물관리기본법」은 물 관련 정책사안을 조직적으로 통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물관리위원회’와 같은 기능적 통합을 통해서라도 물 관리 체계를 개선을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될 경우, 물 문제의 핵심적 열쇠인 ‘물 관리 일원화’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고, ‘물관리위원회’가 이전의 국무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이를 반대하는 집단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물관리기본법」의 또 다른 의미는 유역위원회의 신설이다. 물 관련 정책 권한을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유역의 차원에서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될 수 있다. 현재 입법예고된 「물관리기본법」(안)에는 유역위원회의 신설과 운영에 대해서 개선할 부분이 있지만, 유역위원회의 신설과 운영은 물 관리 체계 개선을 위해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물 관련 기관과 단체, 전문가들이 수년간 논의되었던, ‘물 관리 개선문제’를 참여정부에서 제시한 안이 국회에서 사장될 경우 차기 정부에서 물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거나 보다 개선된 「물관리기본법」을 제정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 자원 장기종합계획, 홍수 재난관리 정책 등은 5대강 유역이나 광역 행정 권역별로 각 유역 특색에 맞는 안을 건의하여 중앙정부에서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실질적인 계획은 유역에서 수립해야 한다.

■  물 관리 개선 위한 T/F팀 구성 시급

또다시, 물 관리 개선을 두고 환경부와 건설교통부, 행자부 간 논의를 해야 하고, 물 관련 전문가와 단체들의 설전을 반복하기가 두렵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단기적인 성과라도 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흡하지만 현재 입법예고된 「물관리기본법」은 제정해야 하고 더불어 새 정부는 통합된 물 관리 기구의 상을 위한 T/F팀을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한반도 대운하’ T/F팀을 운영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도 같고, 21세기 물 전쟁시대를 대비한 물 관리 개선 방안에 대한 T/F팀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4대강을 비롯한 하천, 호소, 지하수 등 물 관리는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청에서 관장해야 함에도 정부 정책에 따라 정부 예산을 교부 받아 사업을 집행하는 것이 전부이다.

「4대강특별법」에 근거하여 수계관리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을 뿐 다른 권한은 없다고 하지만 이는 매우 수동적 발상이다. 각 4대강 유역을 두고 주요정책을 논의 할 수 있는 협의기구를 결성하고, 유역위원회를 둘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 내부도 마찬가지이다. 환경과, 건설방재과, 수질관리과, 농림과 등으로 나뉘어 있는 지자체 내부의 물 관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충청남도의 경우 ‘물 통합관리본부’를 결성하여 여러 부서가 협력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이러한 시도는 매우 높게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대외적 명분만 갖춘 채 실질적인 운영이 미비하고, 부서간 협력이 되지 않고 있어 이를 뒷받침할 법이나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

물 보전과 관리에 있어 NGO와 전문가의 역할은 매우 비중이 높다. 물 보전활동에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거나 정부의 일부 정책에 대해서 근거 있는 비판제기를 통해 합리적 정책수립에 기여한 부분도 적지 않다. 물 관리 개선에 대한 주장을 공론화 시킨 집단도 NGO와 전문가들이다.

그러나 물 관리 체계 개선안을 두고도 각 집단간 의견이 충분히 모아지지 않은 맹점과 또한 물 보전 실천 활동에 비해 각 집단간 의견을 모으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적다. 국가 정책수립이야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NGO가 물 보전과 관리에 있어 한국사회에서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정책수립 제안에 책임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 물 분쟁의 중심에 있는 NGO가 소모적인 논쟁과 현안 대응을 줄이기 위해서는 예방적인 물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물 관리 체계 개선을 위한 NGO의 역할은 냉소적 비판자가 아닌 실질적 해결을 위한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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