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새 정부의 효율적인 물 관리 체제 방향 / 염형철 처장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본부)

유역 단위 물 관리 체계 확립 시급


물관리위원회의 실질 기구화·유역관리청 집행기능 부여 검토해야 
유역별 지방 상하수도·하천관리 업무 맡을 전문공기업 육성 필요

 

   
▲ 염형철 처장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본부)

물 정책의 개혁을 위해서는 사회적 필요가 다한 기능과 역할을 정비해야 한다. 건설을 목표로 하고, 개발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집단이 물 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물 정책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건교부 수자원의 기능 대부분과 한국수자원공사의 해체는 불가피하다.

지난 시절 한 때 광역상수도, 제방 등이 넘치도록 건설된 마당에 이들 조직은 유지될 이유가 없다. 설혹 일부 건설사업이 필요하더라도 이는 국가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역 혹은 해당 부처에서 감당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일부에서 건설교통부 수자원국을 환경부 등으로 소속을 바꾸는 것을 제안하지만 해법이 아니다. 건설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옮겨온 상하수도국이 과거의 관행을 반복하는 것처럼 예산과 인력을 유지하려는 조직이 남아 있는 한 낭비는 필연이다. 따라서 사회적 수요가 적은 부서를 해체 또는 축소함으로써 타당성이 없는 거대 토목사업들이 추진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  물 정책 중심은 지역이 되어야

전국을 획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침이란 있을 수 없다. 거대 시설 중심의 홍수 대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수해 복구사업 기준이 반환경 비효율의 상징이 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국가적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물 정책의 중심은 지역이 되어야 한다. 물 정책 개혁의 핵심은 ‘건설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업무의 이전’이 아니라 집행 기능의 대부분을 지역으로 이전, 지역의 특성과 경험이 반영되어 지역 주민들의 기대와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경부의 유역환경청, 건설교통부의 국토관리청 하천국, 홍수통제소 등을 통합해 유역관리청으로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유역관리청을 감독하고,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고, 주요 계획을 의결할 수 있는 유역위원회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

이는 다양한 집단의 대표들로 유역위원회(혹은 물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프랑스의 하천관리체계에서 벤치마킹을 할 수 있다.

하나의 부서가 정책을 수립하고 계획을 집행하고, 자체로 평가하는 현재의 정부 구조는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 의회, 청와대, 감사원, 시민사회 등이 관료들을 통제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

각 부처가 「물관리기본법」에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부실하게 집행하고, 문제점을 덮어버리는 형태로 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환경부가 경제와 상생하겠다며 자동차 엔진을 개발하는데 수천억 원을 쓰고, 경기 진작을 위해 하수관거 BTL 사업을 추진하는 것 등은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

따라서 환경부의 본연 임무를 벗어난 업무는 지역이나 타부서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리어 계획의 수립, 평가 감독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위상은 높이되 무게는 가볍게 하는 것이 맞다.

환경부는 건설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또 다른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계획과 국토계획 사이의 연계를 의무화하거나 ‘사전환경성검토제도’ 등을 강화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최선의 안은 최근 환경단체들이 제안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감안한 것이다. 단체들은 건교부의 국토계획 및 관리 기능과 환경부의 환경보전 기능을 통합해 부총리급의 국토환경부를 신설하고 산하에 ‘SOC교통청’,‘주택청’을 둘 것을 제안했다. 이는 국토계획과 환경보전의 상호 소통을 강화해 국토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구조화하고, 개발부서들에겐 입법 발의와 예산 편성 권한을 제한하자는 취지였다.

따라서 이러한 중앙정부의 편재를 고려한다면 국토환경부에 물 정책실을 두고 지역엔 몇 개의 유역청을 두어 유역별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맡기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이 때 국토환경부 물 정책실은 현재의 건설교통부, 환경부, 농림부, 산업자원부, 소방방재청의 업무 전체 혹은 일부를 통합하고, 수량·수질·이수·치수·환경 등을 관통하는 일관성 있고 통합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유역청의 활동 원칙, 방향, 기준을 마련하고 유역 혹은 지역 간 업무를 조정 중재하며 유역청의 활동을 평가하는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 반면, 유역위원회와 유역청은 유역의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되 국토환경부의 지침 속에서 지역의 의견을 반영해 독자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면 된다.

이러한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현재 환경부의 상하수도국은 ‘SOC청’ 혹은 ‘유역청’으로 그 기능의 대부분을 넘기게 된다. 동시에 한국수자원공사 역시 해체하고, 권역별 혹은 유역별로 나눠 지역의 수도와 하천관리 업무를 맡는 전문공기업(공단)으로 육성하면 된다.

 

■  물 관리 일원화 이번에 마무리 해야

이명박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이 건설교통부의 존치를 전제하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꼭 물 정책뿐만 아니라 도로, 주택, 국토계획 등에서도 지나치게 개발과 성장 편향을 보이고 있어 도리어 건설교통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는 크게 우려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 하더라도 물 정책을 건설교통부가 주도할 이유가 없다.

물 정책을 총괄하는 기능은 환경부로 통합하고, 지역 국토관리청의 하천국 업무를 유역청으로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 수자원국의 주요 업무인 댐과 제방의 계획과 건설에 대한 역할이 남아 있지 않은 탓이다.

혹여 운하를 염두에 두고 건설교통부에 수자원국을 남기려 할 수도 있겠지만, 불필요한 댐과 제방 건설을 계속하는 것은 국비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사회갈등을 증폭시키는 원인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물 정책의 개혁, 물 관리의 일원화라는 취지는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건설교통부와 농림부 등의 개발사업들을 사실상 통제하기 어렵고, 형식적인 일원화 조치가 도리어 각 부처 조직들의 존재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도저히 상기의 방법을 수용할 수 없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수준은 시도해야 한다. 즉,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을 강화해 개별부처들의 정책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물관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핵심 구성원들을 외부에서 충원해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건설교통부의 「하천법」에 근거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과 환경부의 ‘물환경기본계획’ 등의 기본이 되는 ‘물정책기본계획’을 작성해 운용해야 한다. 기왕의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와 ‘수질개선기획단’등 총리실 산하에 마련된 기구들이 보여준 무기력한 활동, 또 각 부처에서 파견된 국무조정실 인력들의 폐쇄적인 활동 경험 등을 볼 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보완책이 필수적이다.

현재 물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는 ‘부처들 사이의 업무 분산’과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이 드러난 현장이 ‘건교부 수자원국의 댐과 제방 건설 위주 정책의 낭비와 환경파괴’,‘한국수자원공사의 부당한 생존논리’,‘감시 받지 않았던 환경부 상하수도국의 비효율’이다.

따라서 ‘물 관리 일원화’는 ‘사회적 수요가 줄어든 기능과 부서의 정비’,‘유역 단위 물 관리 체계의 확립’,‘환경부의 정체성 확립’등을 원칙으로 삼아야 하고, 구체적으로 ‘국토환경부 총괄, 유역청에 집행기능 부여’,‘환경부 총괄, 유역청에 집행기능 부여’,‘물관리위원회의 실질 기구화 및 유역청의 집행기능 부여’를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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