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새 정부의 효율적인 물 관리 체제 방향 / 박성제(미래수자원환경연구소장)

특정 부처 이해 득실 따라 물 관리 체계 도출 말아야  

물 관리 체계, 행정학·수문학 기본원리 입각하여 관리 체계 정립 필요 
효율적인 물 관리 체제 정립 위해서는 입법기관인 국회 역할 매우 중요 

 

   
▲ 박성제 소장(수자원환경연구소)

국제적으로 물과 관련된 대부분의 정책 변화에서 정부는 늘 수동적인 입장이었다. 따라서 물 관리에 대한 이념적 변화는 필연적으로 물관리 체제의 현재 여건과 충돌하게 된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정부의 정책 변경은 자연적·사회적 위기 상황을 자각한 대중적 여론에 의하여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즉, 정부는 정책 형성의 과정에서 사회적 변화와 대중적 요구에 둔감했지만, 결국은 사회적 여건 변화를 인정하고 새로운 물 정책이나 제도를 받아들여야 했다. 새로운 이념을 서둘러 도입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법률이나 제도가 폐기 또는 제정되지 못하는 등의 정책적 난맥상이 표출되기도 한다.

 

 

■  21세기형 물 관리 제도 구축 필요

미국의 사례를 보면 「국가환경정책법(NEPA)」과 「청정수법(CWA)」의 입법, 연방 환경청(EPA)의 설립 등, 물 정책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 제도개선은 언제나 대중의 선도에 따라 이루어졌다.

연방정부는 물 관리 장기계획의 중요성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시로 발생하는 단기적인 현안이 폭증하고 물 정책에 정치논리가 개입됨으로써 연방정부 차원에서 국가의 장기계획을 고민하고 효과적으로 대비할 기회를 놓쳐 버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물 관리에서 정확한 정책 결정은 충분한 기술적 검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으나 이것 또한 막상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각종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말려 공학적인 요인이 진지하게 검토되지 못하는 우(愚)를 범했다.

미국의 물 관리 체계가 오늘날 혼란에 당면한 것은 연방의회와 물 관리 정부조직 모두의 책임이 크다. 물 관리 정부조직은 자신의 조직 확대를 위하여 조직이기주의에 따른 권한다툼에만 몰두했고, 또한 연방의회는 물 관리 기관들 사이에 협력적 연대를 가능하게 하거나 협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물 관리에 대한 이념적 여건 변화를 적기에 반영하지 못하고 대중의 요구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기에 급급했다.

그러면 1960년대 이후에 급변한 미국의 물 정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제일 먼저 물 정책은 사회적 여건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날 미국의 연방정부가 과거의 향수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미국의 물 정책이 한동안 혼란을 겪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사회적·정치적 변화는 21세기적 물 관리 과제의 해결을 담보하는 구조적 차원의 제도 재정립을 요청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물 관리 체계를 정립하고, 이어서 체계를 줄거리로 하여 각 행정 영역이 나누어지고, 각 행정 영역에서는 구체적인 물 관리 사업 내용을 도출하고, 마지막으로는 개별 사업의 실행수단으로 물 관리 계획 수립이라는 논리적 흐름에 입각한 제도정립의 노력이 요청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물 관리 체계가 논리적인 구조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물관리기본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이것은 향후 물 관리 체계를 정립하는 정책적 과정과 선택 결과에 따른 물 관리와 관련된 각 부처의 업무 범위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민감한 이해 관계를 결정하는 부처별 업무 분쟁을 먼저 결정하기 이전에 효율성과 논리성에 기초하여 물 관리 체계를 먼저 정립하는 것이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는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물 관리 체계는 논리적으로 보편 타당해야 하며 가장 효율적이고 공평한 시점에서 도출해야 한다. 따라서 특정 부처의 이해득실에 따라 물 관리 체계를 도출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관련 부처의 논의 과정에서 대부분의 경우 정부조직은 자기 조직의 존립을 위해 수단적 합리성에 의존하게 되면서 사안이 복잡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정통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함양한 인사들로 구성한 전문가그룹에서 합리적인 물 관리 체계를 선행하여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효율적인 물  관리 체계가 구축되면, 물 관리의 정책목적에 알맞은 정책수단을 찾아내야 한다.

   
▲ 물 관리 체계는 논리적으로 보편 타당해야 하며, 가장 효율적이고 공평한 시점에서 도출해야 한다. 따라서 특정 부처의 이해득실에 따라 물 관리 체계를 도출하지 말아야 한다.

 ■  현행 물관리 체계 재정립 시급

기존의 우리나라 물 관리 체계의 구조는 이론적인 배경이나 기준 없이 시대적 필요에 부응하면서 법과 조직을 신설하거나 정비해온 결과이다. 따라서 물 관리의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태도는 2006년 「물관리기본법」(안)의 입법 과정에서도 개선되지 못한 채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의 물 관리 체계는 행정학과 수문학의 기본원리에 입각하여 관리체계를 정립할 것이 요청된다.

국가 물 관리 체계의 구성인자로서 △물 관리 전체를 통할하는 근본 규범 △물 관리의 대상 △물 관리의 행정업무 △물 관리 행정을 담당할 기구의 4가지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들 4가지의 구성인자는 근본 규범의 정립→ 물 관리 대상의 정립→ 물 관리 대상에 대한 행정업무(내용)의 정립→ 해당 행정업무 담당기구 선정 또는 신설의 논리적 흐름을 갖는다.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 말 이후부터 지금까지 논의되어 왔던 물 관리 체계의 기존 개념과 ‘국가 물 관리 체계 개선안’이 내포하는 내용간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존재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기존에는 물 관리 체계를 물 관리 기구의 문제로써 파악하여 주로 기구 체계에 한정하여 다루었고 관리 대상에 대해서는 수량과 수질의 구분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여기에서 ‘국가 물 관리 체계 개선안’은 물 관리 체계를 단순한 기구 체계의 문제에서 벗어나 기구 체계, 대상 체계, 행위 체계로 구분하여 각각의 체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물관리 기구의 문제는 「물관리기본법」(안)에서 규정한 것처럼 ‘국가물관리위원회’ 성격의 기구 체계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위적인 행정 경계를 넘나드는 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기본적 요소는 총체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협력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효율적인 물 관리 체제의 정립을 위한 절차적 차원의 노력은 입법기관의 역할이 긴요하다. 입법기관인 대한민국 국회의 역할은 바로 개별조직이 수단적 합리성에 의존하지 않고 협력적 연대가 가능하면서 협력에 대한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상위의 개념으로 설정된 정책목표는 기본적으로 각기 다른 설립목표와 가치체계를 가진 다수의 조직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물 관리체계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입법기관인 국회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는 바이다.

효율적인 물 관리 체계의 실제적 내용의 방향성은 시대적 변화에 부응해야 할 것이며 예상되는 물 관리 체제의 전개 방향은 대략 △정책 이념이 개발 중심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정책 결정 과정이 폐쇄적에서 개방적으로 △관리 주체가 국가관리에서 공공·민간관리로 △관리 영역이 전역관리에서 지역(유역별)관리로 △정책결정의 중심이 공학전문가에서 정칟경제전문가로 △무게 중심이 생활·공업용수 공급에서 환경·생태용수 보존으로 △관리형태가 물의 용도·기능별 분리관리에서 통합(조정)관리로 △관리 체계가 기술적 관리에서 경제·사회적 관리 등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언제 다가오느냐 하는 시기상의 문제이지 대부분 우리의 물 정책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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