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200호 특집②  . 통합물관리 예산 편성 진단과 대책


“중복된 통합물관리 사업·예산 통합 필요”

통합물관리 주도할 물관리위원회 위상에 걸맞은 예산 책정 필요
환경부 물 관련 3국의 총괄·조정 기능 담당할 조직 신설 시급

 

▲ 독 고 석
국회물포럼 기획운영위원장
(단국대 교수)
Part 02. 2021년 통합물관리 예산, 이대로 좋은가

지난 한 달간 국회물포럼은 예산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올해 통합물관리 예산 검토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박사, 김익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 박제량 홍익대 교수,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박사 등으로 구성했고, 하승재 국회물포럼 사무총장의 자문을 거쳤다.

연구진은 「물관리기본법」의 주요 내용인 물관리 12대 기본원칙을 기준으로 예산을 검토했다. 크게 ‘통합물관리’와 ‘유역별 물관리’라는 두 가지 기본원칙을 핵심원칙으로 삼고 물의배분, 물수요관리, 수생태 환경 보전, 협력과 연계 관리, 물관리 정책 참여, 기후변화 대응, 물의 공공성, 그리고 최상위 개념인 건전한 물순환 등 나머지 열 가지 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3개 부처 물 관련 예산, 7조원 달해

올해 물 관련 주요 부처의 통합물관리 예산을 보면, 먼저 환경부의 물 관련 예산은 약 5조2천억 원으로 환경부 전체 예산의 47%를 차지한다. 물통합, 물환경 및 수자원 부문 예산으로 4조2천758억 원, 수계기금은 9천823억 원이 책정되어 있다. 물 관련 국 별로 보면 물환경정책국 예산이 2조1억557억 원으로 가장 많고 물통합정책국(1조5천959억 원), 수자원정책국(3천865억 원) 순이다.

국토부의 물 관련 예산은 하천관리 예산으로 올해까지만 국토부에서 집행하고 환경부로 이관될 예정이다.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약 46.9% 증액된 8천126억 원이며, 지난 여름 홍수피해를 감안해 호안, 배수시설 등 치수시설 관리를 위한 국가하천 유지보수 사업에 전체 예산의 절반이 넘는 4천138억 원이 편성됐다. 하천정비사업의 선행단계인 하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치수연구개발비로는 415억 원이 반영됐다. 국토부가 관리하는 국가하천과 달리 지방하천의 경우 2020년부터 지자체로 관리 권한이 이양됨에 따라 예산과 사업의 모니터링이 어려워져 향후 환경부에서 관리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농식품부의 물 관련 예산은 농식품부 전체 예산 약 16조 원 가운데 1조 원 정도다. 우선 농촌용수 관리에 947억 원이 책정되어 있다. 세부 사업별로 보면 농업용수 관리 자동화 부문 예산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증액됐다. 수질자동측정망 부문과 농업용수 통합물관리 구축 부문에는 각각 155억 원과 26억2천800만 원이 편성됐다. 다만 이 두 부문은 통합물관리를 위한 정보화 측면에서 하나의 사업으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농업용 수리시설 개·보수에는 6천364억 원이 편성됐다. 겉보기에 예산규모가 커 보이지만 국토 전체 물 사용량 중 농업용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60% 이상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관리재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재원조달을 위해서는 물값을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배수개선에 전년대비 12.3% 증액된 3천245억1천만 원, 가뭄대비 용수개발에 전년 대비 61.6% 증액된 118억 원이 편성됐다.

물관리위원회 관련 예산 증액해야

통합물관리 예산 검토는 크게 △「물관리기본법」에 근거한 물관리위원회·지원단 예산 검토 및 물 관련 법정계획 예산 검토 △물관리 데이터 및 정보표준화 차원 예산 검토 △그린뉴딜(Green New Deal) 분야 검토 △연구사업(R&D) 분야 검토 등 네 개 분야를 기준으로 진행했다.

먼저 물관리위원회의 대표사업인 물오염관리 프로그램(물통합정책국) 내 국가·유역 물관리체계 구축사업에 약 95억8천만 원이 책정됐는데, 이는 대통령 직속기구로서 통합물관리를 주도하고 관련 정책을 개발하는 물관리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에 맞지 않는 예산편성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유역물관리종합계획 수립 예산은 하천유역수자원계획이나 특정하천유역치수계획의 예산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적은 규모로 책정되어 재검토가 필요하다.

 
「물관리기본법」에 명시된 물관리 기본원칙의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은 유역물관리이다. 그런데 유역물관리 생태계를 조성해 거버넌스(governance)를 실현하고 지역문제를 연구·관리하기 위한 ‘통합물관리 체계 조기 안정화방안 연구’에 올해 예산은 전혀 책정되지 않았다. 2020년에는 그나마 10억 원의 예산이라도 편성되었는데 올해에는 이마저도 사라져 원활한 유역물관리를 위해서는 관련 예산이 편성되어야 한다.

중복성 줄인 통합 법정계획 수립 필요

환경부 물 관련 주요 법정계획 현황을 보면 최상위 법정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는 10억 원이, 유역물관리종합계획(4대 유역)에는 40억 원이 책정되어 있다. 그런데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의 경우 이수·치수·환경·기후변화·물문화 등 타 계획에 비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이 편성되어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법정계획 정비 작업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계속해서 지연되다 보니 각 국별 및 담당부서별로 예산이 동시 집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대권역물관리계획, 중권역물환경관리계획, 소권역물환경관리계획이 유역물관리종합계획에 통합되지 못하고 각각 예산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중복 집행에 따른 예산 낭비가 심각한 실정으로 법정계획의 조속한 통합이 필요한 상황이다.

환경부에서는 이 문제를 내년부터 본격 관리한다고 하지만 가능한 한 올해 집행분부터 적용해야 한다. 일례로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은 「물관리기본법」에 근거하고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과 특정하천유역치수계획은 「수자원조사법」에 근거한다. 「수자원조사법」이 「물관리기본법」보다 2년 앞선 2017년에 발효되었음에도 유사한 계획에 예산이 중복 책정되어 있는 것이다.

각 계획의 주요 내용으로 이수 부문을 보면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의 이수 부문에 ‘유역수자원 개발, 보존, 다변화와 물공급 이용 배분’이 명시되어 있고,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의 이수 부문에도 같은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치수 부문 또한 각 계획별로 중복 책정되어 있다. 따라서 환경부는 하루빨리 계획의 중복성을 줄이고 통합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물관리 정보 통합 규정 조속히 마련돼야

「물관리기본법」 제41조(물관리 자료의 정보화 등)에는 국가와 지자체는 물관리에 필요한 각종 자료 및 정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물관리 자료 정보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국가와 지자체는 물관리 자료와 정보를 체계적으로 통합·관리하여 누구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에도 불구하고 물관리일원화 이후 지금까지 약 2년 반 동안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물관리 자료나 정보 부문의 성과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수자원(수자원정보 구축 및 운영), 물환경(물환경정보시스템 구축), 상하수도(상하수도정보화시스템 구축) 분야별 정보화사업 예산은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증액되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형태로 관리되다 보니 디지털 뉴딜(Digital New Deal)과 데이터 거버넌스(Data Governance)에 치명적인 단순 원자료(Raw Data) 형태로 생성되어 통합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정보화 시대에 물관리 정보의 통합관리 없이 진정한 의미의 통합물관리를 기대할 수 없다. 법정계획에 정보통합 관련 규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나아가 각각 관리되는 정보를 하나로 모으는 통합·조정 기능을 가진 ‘통합물관리정보센터(가칭)’를 신설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데이터 기반의 물관리계획 수립·평가 및 물정책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물관리 그린뉴딜 예산 재책정 필요

그린뉴딜 예산 총 73조 원 중 ‘깨끗하고 안전한 물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예산은 6조3천억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집행된 환경부 그린뉴딜 예산은 1조2천842억 원이며, 이는 환경부 물관리 예산 총 4조6천억 원의 28%에 해당한다.

그런데 정부가 그린뉴딜의 일환으로 예산을 편성한 사업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기존에 진행되던 사업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기존 사업에 ‘스마트(Smart)’라는 용어만 붙였을 뿐 상수도, 하수도, 먹는물 관리 기술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물관리기본법」이 명시한 물관리 기본원칙의 최상위 개념인 도시 물순환 및 유역 기반의 물관리를 염두에 두고 재책정이 요구된다.

R&D 사업, 추진 목표부터 재설정해야

올해 R&D 관련 분야 예산으로는 11개 사업에 총 1천26억 원이 집행되고 있다. 통합물관리가 시작단계에 있기 때문에 기존 1〜2년 단위 연구사업이 5년 단위 연속 사업으로 발주됐다. 올해에 8개의 R&D 사업이 진행되고 내년에는 △가뭄대응 물관리 혁신기술 개발사업 △기후위기대응 홍수방어능력 혁신기술 개발사업 △자원·에너지 회수형 하·폐수처리 공정기술개발사업 등 신규사업 3개를 포함해 총 11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연구내용을 검토한 결과 기존에 해왔던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구란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즉 연구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R&D 예산편성 사업으로는 정부가 지향하는 통합물관리를 달성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산이 많고 적음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R&D 사업을 추진하는 목표부터 다시 설정되어야 한다.

 
이에 국회물포럼 연구진이 설정한 통합물관리를 위한 R&D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이수·치수·생태·물순환·물문화를 유역 중심으로 통합한 R&D 기획이다. 두 번째는 탄소중립(Net-Zero) 및 그린뉴딜 추진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통합물관리 R&D 기획이다. 세 번째는 유역 기반의, 즉 유역 내 주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전제로 한 지역물문제 해결형 R&D 기획이다. 이를 통해 통합물관리의 성공적인 정착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끝으로 통합물관리 예산편성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환경부 내 물관리 3국을 총괄·조정할 조직을 설치하는 일이다. 이러한 조직이 없다면 올해 예산 집행은 물론이고 내년 예산책정 때 또 다시 혼선을 빚게 될 것이 자명하다. 환경부는 ‘3국의 총괄실(가칭)’과 같은 조직을 조속히 설치해 물관리 사업 및 예산 조정·관리를 담당토록 해야 한다.

[『워터저널』 2021년 4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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