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기후변화 시대의 물관리 방향


“물관리기본계획, 기후위기 대응·유역관리에 중점 둬야”

장기간 기상 변동성 평가·적용하려면 결과적으로 정책적 의지가 가장 중요
민간이 참여하는 물관리 통해 주민에게 혜택 갈 때 제대로된 통합물관리 가능


Part 04. [전문가 토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포함되어야 하는 우리나라 물관리 기본 방향

 
토 론 자
•이상은 국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센터장  
•정세웅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한혜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김이형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국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센터장
“극한 가뭄·홍수 반복…물관리 어려워져”

■ 이상은 센터장  한혜진 박사께서 발제를 통해 「물관리기본법」상 비용부담의 형평성 원칙을 바탕으로 현재 용도별 물 사용료 징수 문제를 검토했다. 상당히 중요한 문제제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라면 반드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전체 용수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농업용수 요금을 징수하는 것에 대해 어떤 접근방법을 고려하고 있는지, 수돗물 수질이 지역별로 큰 차이가 없는데 수도요금은 왜 지역 간 편차가 심한지 궁금하다.

권현한 교수께서는 기후변화와 수자원 관리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을 했다. 우리나라는 계절에 따라 가뭄·홍수에 대비해야 하므로 수자원 관리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최근처럼 극한의 가뭄과 홍수가 반복해서 발생하면 수재해를 완벽하게 방어하기란 더 힘들어진다.

권 교수는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수문 변동성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했는데, 정책적으로 역점을 둬야 할 대책으로 무엇이 있을지 소개해 주시면 좋겠다. 한편 기후변화라는 전망치가 통상 시설물을 설계할 때 쓰는 수문통계와는 다르지만, 지금은 이러한 자료라도 갖고 기후위기에 시급히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궁금하다.

▲ 한 혜 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농업용수 관리, 중장기적으로 풀어야”

■ 한혜진 연구위원  농업용수 사용량이 전체 용수 사용량의 50% 이상이기 때문에 농업용수를 조금만 관리해도 다른 용수에 비해 비용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농업용수는 「민법」상 수리권에 기초하고 있어 비용분담에 관한 문제가 그 가치에 따라 분쟁이 될 수 있다.

농업시설을 보면 노후화된 것들이 상당히 많다. 또한 배수로는 흙으로 만들어진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용량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러한데 시설 개량은 하지 않고 무작정 농업용수에 요금을 매기면 농산물 가격이 이에 비례해 오를 것이고 그 비용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 된다.

따라서 이때까지 농업용수에 요금을 부과하지 못했던 구조적인 문제와 농업용수가 수리권에 기초하고 있어 발생하는 법적인 문제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현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농어촌공사도 참여하고 있어 전문가와 농민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해결전략을 고민하고자 한다.

한편 지역별 수돗물 수질에 차이가 나는 건 각 지자체에서 사용하는 수도관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들어가는 비용도 다르다. 물관리 일원화로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의 통합관리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수도관 규모가 달라도 요금을 표준화하는 식의 적용가능한 방안을 강구 중에 있다.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정책적 의지가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

■ 권현한 교수  강우가 증가하면 가뭄은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데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기후 변동성이라고 한다. 기후 변동성은 모든 시공간 범위의 기후에서 개별 기상현상의 평균 상태와 통계수치가 변동하는 경향을 일컫는다.

이러한 기후 변동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제방을 보강하는 식의 구조물 대책이 원칙적으로 필요하다. 또 한편으로 기후 변동성이 너무나도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계획 수립의 목표연도를 이에 맞춰 앞당길 필요가 있다. 일례로 미국은 5년 단위로 강우량 추이 등을 살피며 구조물의 안정성을 재평가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자료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어떤 계획을 수립하고자 우리가 하는 것들은 모두 전망이고 예측이다. 장기간 기상의 변동성을 평가하고 이것을 수자원 분야에 적용하려면 결과적으로 정책적인 의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최근 10년 동안 홍수를 겪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홍수에 대한 부분을 간과했다. 또 한동안 가뭄에 치우쳐 정책을 수립한 적도 있었다. 따라서 급변하는 기후 변동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계획성에 문제가 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 정 세 웅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각 분야별로 핵심성과지표 제시해야”

■ 정세웅 교수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기후변화와 통합물관리를 담아내는 건 그 중요성을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실 거라 생각한다.  오늘 토론자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건의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

첫 번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상위계획이기 때문에 여기에 모든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을 수는 없다. 한혜진 박사께서 우리나라에 물관리 관련 법령이 84개가 있고 관련 계획은 66개가 있다고 했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이렇게 많은 법령과 그 하위계획들을 수립할 때 필요한 정책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두 번째, 국민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각 분야에서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10년 안에 홍수와 이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표를 얼마만큼 개선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기본계획에서 제시해야 하위계획에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동시에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표를 제시해야 한다. 환경부의 좋은 물 평가기준 중 하나인 BOD를 기준으로 보면 낙동강은 좋은 물 비율이 100%라고 평가된다. 그런데 낙동강은 매년 여름철 녹조가 창궐하고 크고 작은 수질사고가 발생하는 등 위험이 상존한다. 수돗물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낙동강 좋은 물 비율이 100%라고 하면 여기에 공감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보다 구체적인 정책방향 도출 필요”

세 번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국토부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과 환경부의 국가물환경기본계획을 통합하는 것인데, 단순히 산술적인 결합에 그치지 말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계획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전국에 댐 1만8천 개, 보(洑)가 3만3천 개가 있고, 홍수를 방어하기 위해 제방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동시에 자연을 해치고 있어 홍수와 이수를 보장하면서 자연성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 어떤 지표를 가지고 어떻게 자연성이 회복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논의가 보다 전문적으로 이뤄져야 정책 결정이 될 수 있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환경부 혼자 수립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부처, 지자체, 시민사회, 전문가가 같이 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정책방향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중에서도 특히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시면 좋겠다.

“국민체감 지표 도출 위해 고민 거듭”

■ 한혜진 연구위원  정책목표를 구체화하기 위해 전략에 이행지표와 목표지표를 나눠 지표들을 구하고 있다. 그리고 물환경, 물안전, 그리고 물이용 부문에서 국가 과제 또는 정량적 목표를 갖기 위해 전문가들과 고민하고 모델링 해가며 목표지표를 고민하고 있다.

자연성 회복과 같이 통합물관리적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전문적인 데이터와 유역 주민들의 의견 등을 모두 수렴해야 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기보다는 유역물관리종합계획에 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속가능성이 좋아지고 물순환 건전성도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연구원 전문가들끼리 지속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표가 무엇일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들의 체감지표는 국민들이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 권현한 교수  국민이 바라는 홍수의 안전도와 실제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안전도 간 개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안전율에 근거한 보다 섬세하고 고도화된 홍수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기후변화가 점차 심화됨에 따라 안전도 확보가 요구되는 부분이 많은 연구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국가가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평가하고 국가가 감당하지 못할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비구조적인 대책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 정책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신 재 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충남, 20년간 지방상수원 40개 줄어”

■ 신재은 국장  많은 이들이 체감하듯 기후위기는 물문제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2015년 가뭄, 그리고 올해 장마가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문제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기후위기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한편 댐에 물이 많이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비가 덜 오더라도 물을 다른 데서 충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지방상수원이다. 그런데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지방상수원은 2002년 369곳에서 2018년 296곳으로 20%가량 줄었다. 특히 2015년 극심한 가뭄을 겪은 충남은 1999년 48곳에서 2018년 6곳으로 줄었다.

“홍수터 설치 등 비구조적 대책도 필요”

지방상수원이 이토록 준 데에는 지역에서 사유재산 침해를 당한 토지주나 지역주민이 이것을 해제해 달라거나 개발해 달라는 민원이 많은 선출직 정치인들에게 연결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사유재산 침해를 당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침해 당하라고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수원 보전·복원을 보다 적극 추진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서비스 공급자인 지역주민과의 상생방안이 필요하다. 최근의 재난지원금과 같이 녹색유공자 혹은 녹색연금 개념으로 지불했으면 한다. 동시에 이러한 내용을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담을 수 있는 방안도 모색했으면 한다.

한편 유역 범위에서 홍수관리를 해야 하지만 지금은 댐과 제방인 일차원적인 구조적 대책에만 머물러 있다. 홍수터를 만들거나 도시 투수율을 높이는 식의 비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 2012년 서울연구원이 내놓은 결과를 보면,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과다 포장된 곳에서 주로 침수피해를 입었다.

녹지축을 지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폭염피해 방지, 미세먼지 저감, 홍수 방지, 수질 개선 등 여러 면에서 녹지축이 중요한 건 사실이나, 한편으로는 도시공원이 일몰되거나 그린벨트를 해제해 아파트를 짓는 식의 직접적인 개발과도 맞닿은 문제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연자원총량제를 어떻게 국민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제도화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든다.

▲ 김 이 형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통합물관리 위해 민간 참여 필수적”

■ 한혜진 연구위원  물 자급률은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립 연구단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 특히 물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해 관련 전략을 수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도는 현행 물이용부담금이라는 큰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물이용부담금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지자체 주민지원사업 외에도 더 반영할 수 있는 전략이 있는지 고민해 계획에 담도록 하겠다.

■ 권현한 교수  홍수와 가뭄을 방지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앞서 여러 전문가들께서 말씀하셨듯이 홍수 문제도 유역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홍수 발생 패턴을 보면 일반적인 홍수 상황에서 해야하는 행동과 극한 홍수가 발생했을 때 해야하는 행동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 김이형 교수  유역에 있는 토지의 80% 이상이 민간 용지다.  민간의 참여 없이 통합물관리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간 부문을 물관리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관련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주민이 적극 참여하는 방향으로 물관리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현재 다양한 전문가, 정책입안자들이 주민을 참여시키는 여러 제도와 정책을 개발하고 있고 그 중 많은 부분이 「물환경보전법」이나 지자체 조례에 반영될 예정이다.

[『워터저널』 2020년 10월호에 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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