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기후변화 시대의 물관리 방향


“수재해, 인간활동에 의한 기후변화가 위협 작용 전망”

향후 홍수와 가뭄 극복·대응 측면서 과거 발생하지 않았던 사상 연구 필요
방재관리 실태 개선하고 새로운 기상정보의 활용 및 고도화 전략 마련해야


▲ 권 현 한
세종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Part 02. 기후변화 전망 및 대응방안

기후는 30년간 기상기록 모은 평균

기후 및 기후변화라는 말 이전에 기상과 기후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기상은 흔히 날씨를 일컫는 말로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의 대기상태며, 기후는 약 30년간의 기상 기록을 모은 평균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1년 평균 강수량이 약 1천200㎜고 평균 기온이 12℃다. 이 기준을 벗어났을 때 비로소 ‘기후가 바뀌었다’고 한다.

기후변화는 어떤 장소에서 매년 평균적으로 보이는 기후가 자연적 요인 또는 인위적인 요인으로 점차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적 요인으로는 엘니뇨나 태양의 흑점 변화, 해수면 온도 상승, 화산 분출 등이 해당된다. 인위적인 요인은 삼림 파괴, 산성비와 프레온 가스, 이산화탄소 방출로 인한 대기온도 증가가 있다.

산호나 나이테와 같이 고기후 자료를 기반으로 기후자료를 재구축하면 최근 100년 동안의 기후가 예전과는 많이 다른 패턴임을 알 수 있다. 고기후 자료를 통해 1850년도부터 2020년까지의 기후변화를 살펴보면 1900년대부터 온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해수면 상승도 동일한 양상을 띤다.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 가속화시켜

국제연합(UN)과 세계기상기구(WMO)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1990년도 이후 지구기온은 이미 1℃ 정도 상승한 상태다. 현재 지구 기온을 2℃ 이상 올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 의견이지만, 2016∼2017년에 이미 1.5℃에 다다랐다.

온실가스 중에서도 이산화탄소 방출이 지구 온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CO2)의 50%는 식물과 해양에서 흡수된다. 나머지 50%가 대기 중에 존재하며, 대부분의 이산화탄소는 바다에 저장되어 있다. 지금과 같이 온실가스 배출이 유지되고 저감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2100년 7월, 우리나라 기온은 현재보다 4∼5℃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이나 남극 등 빙하지대까지도 영상 기온을 나타낼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인구부터 시작해 GDP, 물이용, 맥도날드 점포수 등 증가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이산화탄소 증가 트렌드와 거의 맞물려있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경향이 지구 기후와 상당히 연관되는 것으로 보아 인간의 활동이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연구를 방증하는 셈이다.

2008년 11월,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이 발표한 내용을 볼 때 1000년 이전과 1500년 전후로 아시아 지역에 굉장히 큰 가뭄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시아 지역의 장마, 북반구의 온도, 빙하 등은 왕조 번성에 영향을 줬으며, 여름 장마의 악화로 인한 강수 부족, 장기간의 가뭄, 왕조 몰락 순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물론 가뭄이 주원인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기후 및 기후변화는 인간의 삶이나 국가 경영 등 여러 문제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연재난으로 인명·재산피해 꾸준 발생

최근 10년간 우리나라는 자연재난으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꾸준히 발생했다. 2011년 여름에는 100년만의 폭우가 내려 전국 각지에 큰 수재해가 발생했다. 특히 서울에는 우면산 산사태로 강남 일대에 대규모 침수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근 10년만인 올 8월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일어나 사람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치(extreme) 사상의 증가를 나타내는 ‘C-C이론(Clausius-Clapeyron Relation)’을 적용하면 온도가 1℃ 오를 때마다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물의 양이 7%씩 증가한다고 밝혀졌다. 이 결과, 3℃가 증가할 경우 강우량이 20% 넘게 오를 것으로 전망되었다.

반면, 2019년은 연 평균 13.5℃를 기록해 역대 두 번째로 더운 해였다. 평년 기온인 12.5℃보다 1℃가량 올라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했다. 서울을 비롯한 강원 철원, 홍천, 인제는 가뭄이 발생했고 타 지역 대부분은 이상고온을 기록했다. 가뭄의 피해규모를 정량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워 제대로 추정되지 않았지만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가뭄, 홍수 발생해도 나타날 수 있어

한국농어촌공사의 ‘2019년 저수지 수문조사연보’에 따르면 2019년 강수량은 11월을 제외하고는 평년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뭄은 강수 부족으로 인해 나타난다. 2015년과 2016년 또한 심각한 가뭄 피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는 자료, 특히 고기후 자료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받는다. 측우기를 통해 약 200년 이상 강우량을 기록한 자료와 기상청이 100년 넘게 기록한 내용을 종합해본 결과, 2015년 우리나라에 발생한 가뭄은 1700년이나 1900년대에도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르면 가뭄은 100∼200년 간격으로 나타나며, 홍수가 나는 사이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미래 가뭄 전망을 알아보기 위해 과거자료를 토대로 빈도해석을 분석했다. 빈도해석이란 과거 지구의 수문학적 요인을 조사·연구해 미래에 발생할 수문학적 현상 확률을 추측하는 것이다. 가뭄의 심도, 지속시간 등 이변량(二變量)적 특성을 대상으로 기상학적 변동성을 고려한 비정상성 가뭄 빈도해석 절차를 수립했다. 가뭄과 홍수는 번갈아 가며 발생하기 때문에 기후변동성 폭이 커진다. 가뭄 발생률은 강우량이 증가하면 감소하는 게 맞지만, 강우량이 증가했을 때와 감소했을 때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올해 장마, 50일 이상 최장기간 기록

올해 여름에 시작된 장마는 최근 30년 가운데 50일이 넘는 최장 장마기간을 기록했으며, 전국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특히 7월은 과거 30년과 비교하더라도 가장 높은 강우일수와 강우량을 보였다.

국내 도시별 극치 강우량을 비교해보면 2020년 장마기간 동안 전라도 및 남부지역에서 기존 극치강수량 수준을 넘어서는 최대강우량 기록을 남겼다. 극치 강우량은 주어진 기간 동안 특정 지역에 내릴 수 있는 비의 양을 통계적 또는 물리적으로 상한한 양이다. 강우량을 확률 강우 빈도로 환산해보더라도 호남지역은 최근 200년 간 강수 추이를 볼 때 평균 이상의 강우를 기록했다. 강우일수가 긴 것과 더불어 강우량도 많기 때문에 댐 관리 등이 굉장히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 발생 패턴도 중요하다. 사람이 나이를 먹듯이 구조물도 나이를 먹는다. 우리나라 저수지는 총 1만 개 이상이지만 절반 이상이 1950년대 이전에 만들어져 노후화가 상당하다. 앞으로 변화하는 기후에 따라 저수지의 위험도 평가도 굉장히 큰 부분으로 작용할 것이다.

과거 발생하지 않은 사상 연구 필요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자료를 토대로 미래 기후를 예측·평가해야한다. 온실가스, 에어로졸, 토지이용 변화 등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미래에 발생할 기후패턴을 예측하는 것이다. 미래 기후를 평가하는 것은 일종의 시험이다. RCP(대표농도경로, 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에 기반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이산화탄소 농도로 시험해 미래 기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토대로 변동성 평가도 수행할 수 있다. 수행 결과, 홍수량 측면에서는 대부분 유역에서 변동성 증가 경향을 보인다. 증가폭은 대략 10%부터 크게는 30%로 나타났다. 남부지방은 특히 증가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관련된 정책 및 비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과거 가뭄 사상은 현재까지의 수자원 시스템적으로 극복했다. 하지만 최적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가뭄 발생 빈도 결과에서 과거 관측되지 않은 극한 가뭄 사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향후 가뭄 극복 및 대응 측면에서 과거 발생하지 않았던 사상의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기후 토대로 댐 운영기준 변경해야

지금까지의 가뭄, 홍수 등 수재해 위험은 극치사상 홍수 및 가뭄 등 주로 외부적 요인으로 발생했다. 반면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미래 홍수나 가뭄의 등 수재해 위험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현재 기후변화에 대한 조치가 없을 때 지구 기온이 2∼3℃ 가량 증가할 기간이 짧게는 20년 길게는 10년까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안전한 수자원 관리를 위해서는 첫 번째로, 댐 및 하천관리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 여러 가지 물인프라 중에서도 댐은 절대 무너지면 안 될 구조물이다. 때문에 댐은 안전도가 굉장히 높다. 하류는 그만큼 안전도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어 상충된 부분을 완전하게 맞추기는 힘들겠지만, 댐과 하천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논의할 장이 필요하다.

두 번째, 최근 강우 패턴 및 기후변화를 고려해 댐 운영기준을 변경해야 한다. 댐은 목적, 특성 등 설계빈도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가능최대홍수량(PMF)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현행의 하천기본계획은 100∼200년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지방하천의 경우 50∼100년으로 설계되어 큰 홍수가 발생하면 하류부가 피해를 입는다. 댐과 하천의 설계빈도 차이를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국가 단위의 가뭄 비상대처계획 필요

세 번째, 선택적 홍수 방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설계 기준에 상향하며 증가한 강우량에 부합한 수문량을 설계에 반영해야 하지만,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1년 미시시피강 대홍수 때 개인이 집 앞에 제방을 쌓은 경우가 극단적인 선택적 홍수방어의 예다. 우리나라도 중요한 시설물은 안전도를 높이고, 중요도가 낮은 시설은 보험이나 또 다른 정책적 대안으로 홍수를 방어할 수 있는 방안을 적용해야 한다.

네 번째, 새로운 기상정보의 활용 및 고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국토 면적이 상당히 좁은 우리나라는 6시간 간격으로 강수량에 대한 패턴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앞으로 발생되는 강우 경로 양상 등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한 모형 개발이 시급하다. 홍수예보를 목적으로 강우 보정기술 개발 및 강우와 홍수모형 연계 시스템 구축 등도 시행해야 한다.

다섯 번째, 대도시를 비롯한 방재관리 실태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도시 규모에 비해 방재능력이 부족하다. 대응과 복구는 세계적인 수준이나, 예방과 대비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예방 수준이 낮은 것은 방재 분야 예산과 인력 부족에 기인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방제 인력이나 예산이 굉장히 부족한 부분도 해결해야 한다.

끝으로 가뭄에 대한 용수공급능력 평가 기법을 개발해야 한다. 홍수가 지속될 때는 가뭄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가뭄은 기상학적 영향인 강수 부족으로 나타나지만 실질적으로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보다 적은 물이 공급될 경우에 비로소 체감한다. 또한 한 번 발생하면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홍수 대비 비상대처계획(EAP)과 같이 가뭄에 대해서도 국가 단위의 비상대처계획이 필요하다.

[『워터저널』 2020년 10월호에 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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