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준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기고

수돗물 유충 사태로 바라본 상수도 관리 정책


조 원 준
법무법인(유) 율촌 부동산건설부문 변호사

인천에서 발생한 수돗물 유충 사태가 전국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수돗물에 사용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면서 수돗물 필터와 생수가 품귀를 빚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생한 원인은 정수장에 설치된 입상활성탄 여과지에 깔따구 유충 알이 부화하여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하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보다 명확한 원인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물을 깨끗이 정화하는 정수장의 정수 처리 과정에서 도리어 유충이 발생하고 그 유충이 아무런 여과 없이 일반 가정까지 도달하게 된 것을 보면 상수도 관리상의 부실 여부가 또 다시 문제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먹는 물에 대해서는 「먹는물관리법」으로 수돗물과 생수(먹는 샘물, 지하수), 정수기의 생산 유통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생수는 포장재가 햇볕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유해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고, 정수기는 사람에게 유익한 물 속의 미네랄까지 걸러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돗물은 자연의 깨끗한 물을 정수한 물로서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수돗물의 수질도 세계적으로 매우 우수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수돗물 음용률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크게 떨어지는 것은 그만큼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수돗물 유충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활성탄 여과지를 통한 정수방법은 표준처리정수장이 아닌 고도처리정수장에서 사용되는 정수처리 방법이다. 고도처리정수장은 표준처리공정에서 100% 제거하기 어려운 맛, 냄새 물질 및 유기화합물질 등을 제거함으로써 보다 고품질의 수돗물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다.

앞으로 정부는 고도처리정수장의 비율을 계속 늘려갈 예정이라고 한다. 보다 우수한 수돗물을 생산하기 위하여 도입한 고도처리정수장에서 유충이 발생했다는 것은 선진화된 설비 못지 않게 그에 걸맞는 현장 관리와 운영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작년 5월경 인천 서구 등지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건 역시 정수장에 수계를 전환하여 대체 공급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수압을 높여 발생한 인재(人災)로 지적되었다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수도법」 제2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이 질 좋은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상수원 관리를 위한 계획 및 시책을 강구하며 상수원의 관리 등에 노력하여야 할 책무가 있다고 천명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수질·수량·수압 감시 장치와 자동배수설비, 정밀여과장치 등을 관망에 설치해 정수장에서 수도꼭지까지 이르는 상수도 현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이른바 ‘스마트 상수도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나아가 「수도법」이 지난해 11월 26일(법률 제16607호, 2020년 11월 27일 시행)과 올해 3월 31일(법률 제17178호, 2021년 4월 1일 시행) 두 차례에 걸쳐 개정되었다. 일반수도사업자의 지위에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상수도 관망에 대한 유지관리 의무를 법에 명시하고, 수질기준 위반사항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즉시 수질기준 위반항목 및 조치계획 등을 유역(지방)환경청을 거쳐 환경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보고의무를 강화했다. 환경부장관이 수질사고에 대한 신속한 대응 및 상황 관리를 위해 ‘현장수습조정관’을 파견하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되었다.

이러한 환경부의 정책 발표와 그에 뒤이은 「수도법」 개정은 수도사업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상수도 관리 의무를 강화하고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상수도 관리와 수돗물의 수질 개선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고무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와 올해 유충 발생 사고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국가의 이러한 정책적인 노력들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만으로는 충분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그러한 정책과 제도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정책 시행자들의 강력한 ‘의지’와 국민들의 의견을 제도 운영에 반영하기 위한 원활한 ‘소통’이 그것이다.

아울러 상수도 담당자들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제고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금번 수돗물 유충 사태를 계기로 하여 상수도 관리와 수돗물 수질 개선을 위한 정책과 제도 운영이 보다 실질적으로 개선됨으로써 머지 않아 우리나라 수돗물이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문의 = wjcho@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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