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환경의날 특집   Ⅱ. [전문가토론]  21대 국회의 물개혁 의제


“4대강 재자연화·유역물관리 체계 안정화 필요”

4대강 복원, 대통령 훈령으로써 진행돼 지지부진…보 처리 관련 법률 절실
유역이 유역 실정에 맞는 자체적인 물관리 추진할 기반 구축하는 것이 중요

 

 [전문가토론]  21대 국회의 물개혁 의제

지난 3월 19일 환경운동연합·물개혁포럼·시민환경연구소·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21대 국회, 물개혁 의제 무엇인가’ 토론회가 있었다. 발제는 오정례 국회물포럼 예산분과위원장과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가 각각 ‘20대 국회의 물정책 평가’와 ‘21대 국회의 물개혁 과제’라는 주제로 했고, 이어 20대 국회의 물정책을 돌아보고 21대 국회의 물개혁 의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토론에는 김승 세계기상기구 수문자문관(물개혁포럼 공동대표)이 사회를 맡고 백경오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 이준경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민경진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금강보관리단장,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 강찬수 중앙일보 기자, 조원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이기영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7명의 전문가가 패널로 참석해 21대 국회가 다뤄야 할 주요 물 관련 의제를 논의했다.

■ 토 론 자
•김 승 세계기상기구 수문자원관(좌장)
•백경오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
•민경진 한국수자원공사 금강보관리단장
•이준경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
•강찬수 중앙일보 기자
•조원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이기영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원
 

▲ 김 승
세계기상기구 수문자문관(좌장)
“20대 국회 성과 많지만 개선점 많아”

■ 김승 수문자문관(좌장) 
21대 국회의 출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서  20대 국회에서 많은 물 관련 성과를 이뤘음에도 21대 국회에서 「물관리기본법」 개정을 비롯해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오늘 토론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백경오 교수, 민경진 단장, 이준경 운영위원장, 염형철 대표, 강찬수 기자, 조원주 부연구위원, 이기영 선임연구원 순서로 토론을 진행하겠다. 



▲ 백 경 오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
“국회, 4대강에 지속적인 관심 가져야”

■ 백경오 교수  19대∼20대 국회에서는 4대강이 가장 큰 이슈였다. 19대 국회의원선거 때에는 4대강사업 국정조사와 청문회 공약을 내건 비례후보가 있었고, 20대 국회의원선거 때에는 「4대강복원특별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있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는 4대강을 떠나 물 관련 공약 자체가 없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20대 국회 전반기에는 4대강 문제에 관심을 많이 쏟았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정부에서 4대강조사·평가위원회(평가위)를 만들어 평가를 진행하면서 4대강 문제가 행정부 소관으로 넘어갔다. 평가위 출범 이후 이상돈 의원이 영주댐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한 것 말고 국회 차원의 토론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개입은 없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20대 국회에서 정부는 평가위를 만들어 4대강 복원·재자연화를 추진했다. 그런데 평가위가 대통령 훈령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보니, 금강과 영산강의 보(洑)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법률적인 힘을 갖고 실행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고 있다. 따라서 21대 국회에서는 이것을 「4대강복원특별법」과 같이 구체적인 법률을 제정해 풀어가야 한다.

“4대강 재자연화 관련 법 제정 급선무”

4대강 문제의 탈정치화로 국회의 관심은 떨어졌지만 국민들은 이것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최동진 대표가 제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국민들은 4대강 보의 존치보다 해체와 개방에 더 많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전히 국민 대다수가 4대강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금강의 경우 해당 유역 주민들은 보를 개방하는 것보다 보를 해체하자는 쪽을 더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나 나머지 유역과 차이를 보였다. 금강 3개 보를 모두 개방함에 따른 재자연화 효과가 눈에 띄게 드러났고, 이것을 유역 주민들도 인식했기 때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한강, 낙동강, 영산·섬진강 유역, 이 중에서도 특히 한강 유역은 보 개방이 거의 안 되고 있는데, 보 개방 후 실질적인 재자연화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면 금강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결국 당장 추진해야 할 일은 일단 닫혀있는 4대강 수문을 열어 재자연화 효과를 확인하고, 보 개방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다. 행정부로 넘어간 4대강 문제가 잘 추진되지 않는다면 그 동력을 21대 국회가 받아 재자연화에 대한 구조적인 틀을 법률로써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된다.

▲ 민 경 진
한국수자원공사 금강보관리단장
“소유역 통합관리에 제약·장벽 존재”

■  민경진 단장  20대 국회는 물개혁에 있어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유역에는 여전히 많은 제약과 장벽이 존재한다. 한 예로 부여군 자왕뜰은 백제보 개방에 따라 지하수위 저하 현상이 나타나 극렬한 집단민원이 발생했으며 2018년 9월 11일 정부와 관계기관, 주민들 간 ‘백제보 개방 추진 업무협력 협약서’가 체결되어 종료됐다.

수량대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지하수 임시대책은 관정 120공을 설치해 생육용수를 공급하는 것으로 현재 119공이 설치되어 사용 중에 있다. 올해 보 처리방안이 결정되면 지하수 항구대책이 진행될 예정이다. 항구대책으로는 지하수 대체관정을 개발하는 방안과 지표수를 보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소쟁이천과 자왕천은 집적된 시설재배와 축사, 생활하수로 인한 오염이 심해 백제보 녹조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여군은 수질대책의 하나로 총 사업비 87억 원 규모의 소규모 공공하수도 설치사업을 건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량·수질대책은 통합물관리 관점에서 효율성과 효과성이 떨어진다. 수량대책은 농업용수 공급만 고려할 뿐 사용된 용수의 처리와 순환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하수처리사업도 생활용수만 처리해 금강 본류에 흘려보낼 뿐 재이용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이 사업들로는 소유역의 물순환과 생태복원을 달성하기 어렵다.

여기에는 제도적인 장벽이 있다. 농업생산기반 정비사업 시행자는 국가, 지자체, 한국농어촌공사로 국한되어 있고 시설 설치 후 관리는 지자체 등 사업시행자가 할 수 있으나 많은 경우 농어촌공사에게 인수 요청을 한다. 위탁기관도 농어촌공사에 한정되어 있다. 하수도 설치와 운영사업은 지자체가 담당한다.

“제도·거버넌스·재정·기술 혁신 필요”

소쟁이천, 자왕천과 같은 소유역의 통합물관리를 위해 필요한 제도혁신은 설계단계부터 통합유역관리를 고려하는 것이다. 소유역 통합관리를 위한 제도혁신방안을 단계별로 제안하면 첫째, 계획을 혁신해야 한다. 농업용수 사용, 비점오염원 관리, 하수처리장 설치, 생태하천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소하천 유역통합관리계획’이 각각의 개별사업계획에 선행되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설치 및 운영관리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다만 어느 수준으로 통합관리를 시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가령, 지자체,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등과 같은 기관들이 수량·수질·수생태를 포괄해 사업을 시행할 건지, 설치와 운영 모두 각 기능별 기관이 수행하되 정보 모니터링과 분석을 하나의 기관이 담당하고 그 정보를 각 기관에게 공급해 적절히 조치하는 식으로 할 것인지 등과 같은 것이다. 

셋째, 거버넌스 혁신이 필요하다. 유역통합관리 계획이 마련되고 각 시설이 통합관리라는 목적에 맞게 설치 또는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유역민들의 참여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넷째, 재정 혁신이 필요하다. 재정의 혁신은 제도의 혁신을 뒷받침한다. 소유역의 수량·수질·수생태사업은 규모가 작아 단위당 설치비와 운영비가 많이 들고, 많은 경우 적절한 비용을 확보하지 못한다. 따라서 물이용부담금, 하천수 사용료, 하천점용료, 하수도요금, 농업용수 이용료 등 하천 재정체계 혁신을 통해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기술 혁신이다. 기술 혁신은 제도적 장벽을 낮추고 분산된 시설을 통합관리해 거둔 비용 절감으로 재정 혁신까지 달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실현할 수 있게 한다.

21대 국회에서는 이와 같은 제도혁신을 추진하고, 현장에서는 시범사업을 시행해 소하천 유역 통합관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 이 준 경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물개혁 미흡…국민 체감성과 필요”

■ 이준경 운영위원장  앞선 발제에서 최동진 대표가 제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문가들 사이에서 물관리 여건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은 2016년 78%에서 2019년 56%로 줄고 같은 기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은 7.3%에서 25.3%로 늘었다. 또한 전문가 25.3%가 개선될 것이라고 답한 데 비해 국민은 14%만 낙관했다. 국민들이 법·제도보다 녹조 문제의 체감 성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볼 수 있고 정권 초기에 물개혁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같은 조사에서 21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안전한 수돗물, 강·하천 자연성 회복, 물재해 극복(녹조 포함), 법·제도 및 거버넌스로 총 4개가 나왔다.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인식이 전문가와 시민 모두에게서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20대 국회의 아쉬웠던 정책 중 하나가 4대강 재자연화인데 이번 설문에서도 나타났다. 안전한 수돗물 분야에서 ‘4대강 녹조 등 본류 수질개선’이 1순위로 나왔고 ‘4대강 보 개방과 해체 문제 해결’이 2순위로 나왔다. 법·제도 거버넌스 부문에서는 「4대강 자연성 회복 및 보 해체 특별법」과 같은 법률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4대강 문제 해결이 결국 21대 국회의 주요 과제가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고려 물관리 방안 고민해야”

안전한 수돗물 분야에서 ‘물이용부담금제도의 개선’이 4위에 오른 것이 다소 아쉽다. 전문가들이 4대강 문제와 녹조 등 원수수질 문제를 워낙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어 이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순위권에서 밀려났다고 생각한다. 21대 국회에서는 4대강 재자연화를 마무리하는 대로 물 공공성, 물이용부담금제도 개선 문제를 부각시켜 공론화하고 관련 제도 개선도 진행해야 한다.

강·하천 자연성 회복 분야에서 영주댐이나 석포제련소와 같은 낙동강 현안이 3위에 오른 것은 중요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해당 설문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이 4대강 유역에 골고루 퍼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축산폐수 등 비점오염 수질 개선’이 4위에 올랐다. 농업 부문에서 벼농사 비율이 15%로 축소되고 축산의 비율이 40%에 가까워지는 현 상황에서 축산폐수를 포함한 농업용수의 통합관리를 시범으로라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물재해 극복 분야에서는 ‘강하천 유해화학물질 유입 원천 차단’과 ‘홍수와 가뭄 등 기후위기 영향 적응 및 대응’이 1, 2위에 올랐는데, 개인적으로 물재이용, 물순환, 물이용과 관련된 항목이 부각되지 않아 아쉽다. 미래에는 물재이용을 통해 물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법·제도 및 거버넌스 분야 과제로 ‘하천관리의 통합 개편’이 4위에 올랐다. 이는 국토부에 남아 있는 하천 업무가 하루빨리 환경부로 넘어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후순위지만 기후변화, 기후위기와 관련해 수자원과 물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21대 국회가 고심해 줬으면 한다.

▲ 염 형 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
“물관리위원회, 법·계획 정비에 중점”

■ 염형철 대표  20대 국회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국가물관리위원회 출범이 거론되는데 정작 국가물관리위원회가 한 일은 별로 없어 죄송스럽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 2019년 8월 27일에 출범했으나 지원조직을 구성하는 데 애를 먹었고 사무국에 준하는 지원단을 올 2월에 겨우 구성했다. 그 이후로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활동을 못했다.

4대강 보 처리 문제가 아직 본격적인 활동에조차 나서지 못한 국가물관리위원회 소관으로 넘어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위원회 내에서도 분야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해서 전문가들끼리 논의 중인데, 분야별 전문가팀 간에 팀워크를 맞추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당초 올 2월까지 마련하기로 한 4대강 보 처리방안의 도출시기도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이 외에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주요 업무는 2021년까지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일이다. 「물관리기본법」 제27조에 따르면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환경부장관이 수립해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최종 심의·의결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국가물관리위원회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환경부 용역을 받아 만들고 있는 계획의 개념(컨셉)에 대해 여러 차례 보고 받고 있으며, 계획이 법의 정신에 기초해 합당하게 수립되도록 토론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현재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큰 관심을 갖고 논의하고 있는 것이 법률과 계획의 정비다. 물 관련 법률이 85개 정도고 물 관련 계획은 65개 정도 된다고 하는데, 그 계획이 각 권역, 지자체 차원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1천300여 개가 넘어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렇게 파편화된 계획들을 통폐합하고 정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수리권 정립할 원칙과 방향 설정 필요”

21대 국회에서는 오직 국회만이 할 수 있는 법제와 계획의 정비가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리권과 관련한 논의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도 해보려고 하고 있지만 단독으로 진행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어 국회와 협력해 수리권 정립의 원칙과 방향성 설정부터 추진하고자 한다. 

21대 국회가 4년의 임기 동안 가장 관심을 쏟아야 할 문제는 유역물관리 체계의 안정화다. 지금까지 매체와 부처 중심으로만 관리되던 것을 유역 차원으로 확장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러한 시도조차 이뤄진 적이 없다보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산강·섬진강 유역의 경우 영산강, 섬진강, 제주도, 남경강 등은 완전히 유역이 갈리기 때문에 서로 협력할 것이 없는 상태로 묶여 있는데, 이러한 유역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강을 하나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강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논의했으면 한다. 강을 잘 가꾸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강의 효능을 느껴야 강을 지키려는 인식을 하고 중요성에 공감할 수 있다. 「물관리기본법」에도 들어가 있고 여러 계획들에도 점차 반영되고 있는 강 문화 육성이나 강의 활용방안 등을 21대 국회에서 진취적으로 고민해주길 바란다.

▲ 강 찬 수
중앙일보 기자
“20대 국회 물 관련 전반 계획 미흡”

■ 강찬수 기자  20대 국회에서 「물관리기본법」 제정 등을 비롯해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물 관련 계획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고 판단된다. 앞서 오정례 위원장이 제시한 20대 국회의 물 관련 공약과 성과를 비교해 봐도 이와 같은 판단이 가능하다. 4대강이 대표적인 예다.

20대 국회에서는 4대강과 관련한 굵직한 정책이 없었다. 좋게 이야기하면 4대강 사업의 논의가 탈정치화 되었기 때문이고, 나쁘게는 여당과 야당이 바뀌면서 사업 자체가 정치공방 재료로서 가치를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 측면으로 봐도 4대강 사업에는 그랜드 비전(Grand Vision)이 없었다. 나아가 하천의 역할, 물의 비전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그리고 강 생태계를 복원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복원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앞선 발제에 따르면 일반시민과 전문가, NGO 활동가 간 4대강 인식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것이 정확한 내용 전달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4대강 사업으로 기득권층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4대강 관련 정책이 없었던 것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정부재원 부족, 과학적 뒷받침 부족 등을 그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짧은 연구결과를 갖고서 국민들을 설득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물 철학·개념 정립 후 법 제정해야”

정부는 지금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물관리를 일임하고 뒤로 한발 빠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것을 현 정부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모습은 물 분야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분야에서도 나타나는데, 정부의 이러한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물관리에 엇박자가 발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관리 일원화는 국토부와 환경부 사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되어 입법이 이뤄진 것 같다. 또한 환경부로 물관리가 일원화된 지 어언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환경부 내에서 여전히 수자원과 생태, 수질, 치수, 자연생태 부문 등이 잘 융합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환경부만의 장기적 목표가 없고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21대 국회는 어떻게 할 것인가’다. 이 문제를 푸는 데에는 물의 철학과 개념을 다시 한 번 정립할 필요가 있다. 오정례 위원장이 언급한 ‘순환하는 물’과 같이 물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정립하고 나서 법을 만들고 선거공약을 내거는 것이 순서 상 옳다. 그리고 물관리 그랜드 비전을 제시할 땐 그린뉴딜, 지속가능 발전, 도시가스 감축 등과 같은 분야를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들을 국회에서 감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부처 간 갈등을 조정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을 중재하는 것이 곧 국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국회가 얼마나 잘 활동하는지 국민과 시민단체, NGO, 언론 등에서 감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지난 3월 19일 ‘21대 국회, 물개혁 의제 무엇인가’ 토론회가 환경운동연합·물개혁포럼·시민환경연구소·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20대 국회의 물 정책을 돌아보고 21대 국회가 다뤄야 할 주요 물 관련 의제를 논의했다.

“데이터 확보 위한 시설 투자 선행돼야”

■ 조원주 부연구위원  2019년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물개혁포럼 조사에 따르면 농업용수의 과학적 관리가 21대 국회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평가됐다. 현재 농업용수의 과학적 관리를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농업용수와 관련된 신뢰성 있는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농업용 수리시설이 1970∼1980년대 이전에 만들어졌고 이후 유지보수 위주로만 시설 투자가 진행되었다. 또한 농업용수 공급이 개수로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농업용수와 관련된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시설에 투자하는 일이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업계뿐만 아니라 환경계에서도 농업용수와 관련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염형철 대표의 의견에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농업계·환경계 시너지 방안 강구해야”

통합물관리가 진행되면 농업계에서는 농업용수와 타 용수 간 갈등이 빚어질 확률이 높다고 우려한다. 외부에서는 경지면적이 점점 줄고 있으니 농업용수의 여유 수량을 하천유지용수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있다. 농업용수 공급원을 보면 저수지에서 가져오는 것이 70%, 양수장과 보에서 취수하는 것이 30%가량 된다. 그런데 경지면적이 줄어드는 땅을 들여다보면 중산간지역, 쉽게 말해 농업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농경지들이다. 이 경지들은 대부분 농업용 저수지를 용수 공급원으로 삼고 있어 사실상 하천과의 연계성이 떨어진다.

반면 평야부에 위치한 농경지들은 주로 양수장이나 보에서 농업용수를 끌어 오기 때문에 하천과의 연계성이 높다. 그런데 이 농경지들은 대부분 농업 진흥지역인 경우가 많다. 이 부분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 나갈지 농업계와 환경계가 같이 고민해야 한다.

한편 유역물관리 측면에서 농업계와 환경계 모두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은 도랑살리기 사업이다. 도랑살리기 사업은 환경부와 농식품부가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인 동시에 함께 진행해야만 하는 사업이다. 도랑을 살리는 일은 해당 지역에 사는 농촌주민들의 협조 없이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계와 농업계는 함께 도랑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예를 들면,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에서 소하천 정비를 위한 시설물 확충 등과 같은 하드웨어 사업을 진행하고, 농식품부는 농촌 주민들이 공익형직불제나 농업환경보전플랜과 같은 사업인 이른바 소프트웨어 사업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 이 기 영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개발사업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

■ 이기영 선임연구위원  앞서 최동진 대표께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셨다. “1980년대에 한강종합계획, 1990년대에 물관리종합계획을 추진해 온 우리나라의 21세기 물관리 시대정신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21세기에는 중앙정부가 통합물관리를 이행하는 중심이 되어 외연을 확장했으면 한다. 2016년 물개혁포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일 큰 물문제가 ‘하천생태계를 훼손하는 과도한 개발사업’이다. 개발사업을 진행할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잘못 추진한 개발사업이 치수, 수질, 이수, 생태 전반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개발사업 하나 잘 관리하는 것이 결국 통합물관리를 잘 행하는 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물산업 종사자들은 예를 들어, 신도시를 짓거나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할 때 관련 분야에서 상하수도를 만들어주고 하천사업을 해주는 식으로 단순히 ‘지원’만 해줬다. 이제는 단순히 지원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리에 나섰으면 한다.

지난해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가 출범했다. 앞으로 계획에 없던 대규모 국책사업이 진행될 때 이들 위원회에서 통합물관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제도적으로 점검하는 절차를 만들어 시행했으면 한다. 

“유역 자체적 물관리 기반 구축 필요”

두 번째, 유역이 유역의 실정에 맞게 자체적인 물관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으면 한다.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앙정부가 중심이 되어 기본적인 틀을 다 잡아줬던 반면 지금은 유역에서도 자체적 물관리를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이나 여건을 갖추고 있다. 농업용수, 공공하수처리시설, 도랑살리기와 같은 것들이 여기에 모두 포함되는 내용이다.

이제 「물관리기본법」이 만들어졌으니 앞으로 통합물관리예산을 만들어 유역별로 배분했으면 한다. 가령 4대강 유역별로 연간 1천억 원씩 예산을 배정하고 유역의 물문제, 예를 들면 소쟁이천과 관련된 문제를 전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다. 또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소쟁이천을 비롯한 여러 개별 계획을 상정하면 최종적으로 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금강에 가장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지 정하고 예산을 지원해주는 식의 단계를 밟아 나가자는 것이다.

 [『워터저널』 2020년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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