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20대 국회의 물정책 평가와 21대 국회의 물정책 과제


“21대 국회, 강과 하천 자연성 회복이 최우선 과제”

물개혁포럼 설문 결과 20대 국회서 ‘4대강 재자연화 추진’이 가장 미흡
세부과제로 본류수질 개선·4대강 보 문제·낙동강 상류문제 해결 등 꼽혀


국토환경연구원 대표
Part 02. 21대 국회의 물정책 과제

2016년, 물정책 공약 많이 나온 시기

오늘 발표할 주제는 ‘21대 국회의 물정책 과제’다. 20대 국회 때 물개혁포럼이 제기한 여러 물 관련 정책과제들과 당시 각 정당에서 내건 공약들, 그리고 현 21대 국회에서 각 정당들이 제시하는 물관리 공약을 비교해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일반 국민들과 시민단체 등 관련 전문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몇 가지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앞서 물개혁포럼은 2019년 ‘강의 날 대회’ 때 전문가·활동가들을 대상으로 물관리 정책 전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2019년에는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와 공동으로 실시한 ‘물관리 정책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20대 총선이 있었던 2016년은 정치권에서 물정책 공약을 비교적 많이 내놓은 시기다. 당시 정치권의 물정책 공약은 △4대강 자연성 회복 △안전한 수돗물 △물재해 극복 △물관리 패러다임의 개혁(법·제도, 재정, 거버넌스 등) 네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카테고리별 대표 과제는 4대강 재자연화, 지방 노후 상수도 시설 개선, 취수원 다변화, 「물관리기본법」 제정 등이다.

 
국내 미래 물 여건, 비관적 전망 여전

물개혁포럼이 2019년 ‘강의 날 대회’를 맞이해 전문가와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물정책 평가’ 설문조사에서  ‘미래 우리나라의 물 여건’을 전망하는 질문에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질 것이다’가 41%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 △지금보다 조금 어려워질 것이다(30%) △현재와 비슷할 것이다(21%) △지금보다 조금 나아질 것이다(7%)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것이다(1%) 순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의 물관리 정책’을 평가해보라는 문항에서는 △잘 못하고 있다(36%) △매우 잘못하고 있다(35%) △보통이다(23%) △잘 하는 편이다(3%) △잘 모르겠다(2%) △매우 잘하고 있다(1%) 순으로 조사됐으며 ‘못 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71%에 달해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전문가 및 활동가들이 꼽은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물문제’는 ‘하천생태계를 훼손하는 과도한 개발사업’이다. 그 다음으로 △녹조 등 수질오염 △비효율적인 물관리 체계 △주민 참여 없는 행정 중심의 물·하천 관리 △강하구의 물환경 및 생태계 악화 등이 꼽혔다.

유역별 가장 심각한 물문제를 묻는 문항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한강 유역에선 ‘하천생태계를 훼손하는 과도한 개발사업’이, 금강과 낙동강, 영산·섬진강 유역에서는 ‘녹조 등 수질오염’이 가장 심각한 물문제로 떠올랐다. 유역별 특성에 따른 물문제, 예를 들어, 수해의 빈발, 주민 참여 없는 행정 중심의 물·하천 관리, 강·하구의 물환경 및 생태계 악화 등은 그 다음 문제로 내려갔다.

 
 
20대 총선 때 ‘4대강 복원’ 줄줄이 공약

20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선 물 공약들을 제법 내걸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환경안전 분야 공약으로 ‘노후상수도를 개량하여 안전한 물공급과 가뭄을 극복하겠습니다’, ‘싱크홀 방지를 위한 하수관 정비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겠습니다’, ‘재해에 안전한 농업생산기반을 구축하겠습니다’ 등을 뽑았다. 4대강 관련 공약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두 가지, ‘4대강 대형 보(洑) 수문 개방과 보 철거 시범사업 및 4대강 재자연화 추진’, 그리고 ‘지방 노후 상수도시설 개선사업 추진’을 제시했다. 국민의당은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안전 분야 공약 전면에 내세우고 재정수처리 시스템 도입, 노후 옥내급수관 개량사업 지원 확대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정의당에서는 환경 분야 공약으로 ‘4대강 복원’을 내걸었다. 4대강 사업 후 사계절 녹조 현상으로 독성·발암물질 증가해 고유어종이 줄고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28종이 사라졌다고 진단, 「4대강복원특별법」을 제정하고 「친수구역특별법」을 폐지해 인공구조물 등을 해체하고 4대강 하천습지를 복원할 것을 약속했다.

녹색당에서는 생태환경 및 안전 분야 공약의 하나로 ‘4대강의 보는 수문 개방하고 재자연화를 추진하겠다’고 내걸고 정의당과 마찬가지로 「4대강복원특별법」을 제정하고 「친수구역활용특별법」을 폐지할 것을 약속했다. 녹색당은 이 밖에도 「물관리기본법」 제정으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물관리체계 구축, ‘물순환’으로 물관리 패러다임 전환 등의 물관리 공약을 여럿 제시했다.

 
정부 물관리 정책 평가서 낙관론 증가

대선이 지나고 새 정부가 들어섰다. 물개혁포럼은 시민단체·전문가들을 비롯해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2019년 말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와 공동으로 ‘물관리 정책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우리나라 미래 물관리 여건’에 대한 전망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답변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2016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훨씬’이 아닌 ‘조금’ 어려워질 것이라는 여전히 비관적이지만 다소 낙관하는 인식이 생겼다. 일반 국민들의 경우 2016년 조사 데이터가 없어 비교가 불가능하나, 현재보다 어려워질 것이라 보는 응답이 많았다.

‘현 정부의 물관리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3%에서 10.7%(전문가·시민단체), 12%(일반 국민)로 높아졌으나 여전히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45.3%(전문가·시민단체), 39.2%(일반 국민)로 많았다. 다만 전문가 집단 사이에서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016년 71%에서 2019년 45.3%로 줄었고, 일반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에서 ‘잘 못하고 있다’(39.2%)는 인식보다 ‘보통’이라는 인식(48.8%)이 높았다.

 
‘물정책 및 제도의 과제’로는 ‘일관성 있는 국가 물관리 목표 및 계획 수립’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하천관리 행정 통합으로 물관리 일원화의 완성 △물관리 재정건전성 확보와 예산의 효율적 집행 △물관리 기관의 기능 조정과 구조 개혁 순으로 드러났다. 2016년에는 「물관리기본법」 제정, 물관리 행정체계의 개편, 유역거버넌스의 구축 등이 전문가·활동가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보 개방 두고 유역별·연령별 차이 뚜렷

‘물 및 하천 환경 개선’을 위한 혁신정책 분야 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2016년에는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대형 보 개방 추진’, ‘4대강 사업에 대한 과학적인 재평가 추진’ 등 4대강 이슈가 압도적이었지만 2019년에는 ‘유해화학물질의 하천 유입 차단’이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그 다음으로 ‘4대강 녹조 문제의 해결’과 ‘생태복원 중심의 도시 하천의 개선’ 등이 순위권에 올랐다. 여전히 녹조 문제가 큰 관심사임에는 분명하다.

‘물순환 회복’을 위한 혁신정책 분야 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과제로는 2016년과 마찬가지로 ‘하천의 생태 연속성 확보’가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고, ‘도심 내 녹색 숲 보전·회복’, ‘지하수 보전’ 등도 많은 응답을 얻었다. 다만 2016년과 달리 눈에 띄는 응답으로 ‘빗물 이용 확대’, ‘하·폐수 재이용 정책 강화’ 등이 나왔다.

‘보의 필요성’에 대한 설문은 다소 흥미로웠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 중에는 환경 분야 종사자들이 많아 ‘보로 인해 수질 및 수생태계가 나빠지는 것이 분명하므로 불필요한 보는 해체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난 반면, 일반 국민들은 ‘보는 필요하고 여건에 따라 보를 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불필요한 보는 해체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그 다음으로 많았다. 즉, 전문가든 국민이든 4대강 보가 수질과 수생태계에 끼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제대로 인식하고 있으나 그 해결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유역 간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낙동강 유역에서 ‘보는 필요하고 여건에 따라 보를 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던 반면에 금강 유역에서 ‘불필요한 보는 해체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두드러졌다.

나머지 한강 유역과 영산·섬진강 유역은 두 의견 모두 50% 미달로 나타났지만 여건에 따라 보 개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좀 더 많았다. 연령별로도 차이가 있었는데, 20대와 60대에서 보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반면에 불필요한 보는 해체되어야 한다는 진보적인 의견은 40대에서 가장 두드러졌고 50대, 30대 순으로 많았다.

▲ 한강 유역에서는 ‘하천생태계를 훼손하는 과도한 개발사업’이, 금강과 낙동강, 영산·섬진강 유역에서는 ‘녹조 등 수질오염’이 가장 심각한 물문제로 떠올랐다. 사진은 낙동강 녹조 모습.

강과 하천의 자연성 회복 요구 높아

그 동안 물개혁포럼은 시민환경연구소,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총선과 대선 때마다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물정책의 주요 이슈를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제시해 왔다. 물개혁포럼은 이번 21대 국회에도 물 분야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물정책, 21대 국회에 바란다’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3월 18일 기준 56명이 조사에 응했다.

현재까지의 설문조사 결과가 통계적인 유의성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지만 중간점검 정도로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설문에 앞서 조사한 ‘20대 국회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달성한 공약’으로는 「물관리기본법」 제정이, 가장 미흡한 공약으로는 한 때 여당에서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4대강 재자연화 추진’이 꼽혔다.
‘20대 국회의 물 관련 공약 실천 정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잘하는 편’이라고 답했고, 그 다음으로 ‘보통이다’ 35.7%, ‘잘 하고 있다’ 10.7%, ‘잘못하고 있다’ 3.6%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의 첫 번째 질문은 △우리 강·하천(4대강) 자연성 회복 △안전한 수돗물 △가뭄·홍수 등 물재해 극복 △법·제도·재정 및 거버넌스, 총 4가지를 물관리 중심 이슈로 구분하고 21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이슈 3개를 중복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강과 하천(4대강)의 자연성 회복’이 47표(83.9%)를 얻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나타났다. 이어 법·제도·재정 및 거버넌스 개혁이 44표(78.6%), 안전한 수돗물 공급이 41표(73.2%), 가뭄·홍수 등 물재해 극복이 23표(41.1%)를 얻었다. 물재해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설문과의 차이점이다.

녹조 등 본류 수질개선 추진 시급

이번에는 분야별로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안전한 수돗물’을 위해 21대 국회에서 해야 할 과제로는 ‘상수원 보호와 녹조 등 원수의 수질개선’(34표, 60.7%), ‘물 공공성 확보, 국민들의 물기본권 보장 및 수돗물 공급 공공에서 책임관리’(26표, 46.4%), ‘수돗물을 취수하는 강·하천으로 유해화학물질 유입 원천 차단’(24표, 42.9%) 등이 많은 응답을 얻었다. 특히 유해화학물질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응답에서 미세플라스틱 등의 위협을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강·하천(4대강) 자연성 회복과 지속가능한 관리’ 분야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로는 ‘보 개방 등을 통한 4대강 녹조 등 본류 수질개선 추진’이 31표(55.4%)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이어 ‘4대강 보 개방과 해체 문제 해결’(24표, 42.9%), ‘낙동강 상류 영주댐 및 석포제련소 문제 해결’(18표, 32.1%), ‘축산폐수, 화학비료, 흙탕물 등 비점오염 수질개선(17표, 30.4%)’ 순으로 나타났다.

‘물부족과 홍수, 수질악화 등 물재해로부터 물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과제로는 ‘수돗물을 취수하는 강·하천 유해화학물질 유입 원천 차단’(25표, 44.6%), ‘홍수와 가뭄 등 기후위기 영향 적응 및 대응’(24표, 42.9%), ‘취수원 다변화’(20표, 35.7%), ‘물재이용 기술개발 및 정책 추진’(15표, 26.8%) 등이 많은 표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법과 제도, 재정, 거버넌스 분야의 개혁’ 분야에서는 ‘시민참여와 유역 거버넌스의 구축’이 전체 득표수의 절반(28표, 50%)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4대강 자연성 회복 및 보 해체 특별법」 제정’(24표, 42.9%), ‘물 관련 계획의 통폐합’(23표, 41.1%), ‘하천관리의 통합의 개편’(20표, 35.7%)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번 설문은 어디까지나 환경단체와 환경 전문가들의 일부 의견이고, 전문가와 활동가들의 의견을 중점적으로 수렴한 것이기 때문에 전 국민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보긴 어렵다. 또한 표본집단이 적어 통계적인 유의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도 곤란하다. 다만 이것이 21대 국회가 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데에 기대를 걸어본다.

 
21대 총선 앞두고 물 관련 공약 없어

각 정당에서 21대 총선 공약을 계속해서 발표 중이고 최종 공약은 아직 안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공개된 공약들 중 물과 관계된 공약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환경 분야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미세먼지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그린뉴딜로 지속가능한 저탄소경제를 실현하겠습니다’ 단 2개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환경 분야 공약으로 미세먼지 대책 공약이 유일하고, 물 관련 공약으로는 20대 국회에서 딱 한 개 넘어온 수돗물 공약이 전부다.

정의당의 경우 기후위기, 에너지 전환 등 환경 쪽에만 치중해 있고 물 관련 공약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한 가지, 물과 연관이 있는 것은 ‘새만금 해수유통 및 낙동강·금강·영산강 등 하구 복원’인데 이것마저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국토 보전’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있어 물 공약이라고 볼 수 없다.

▲ 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별로 공개한 공약들 중 물과 관련된 공약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미세먼지 걱정 없는 나라’와 ‘그린뉴딜로 지속가능한 저탄소경제 실현’이 전부고, 미래통합당의 경우 미세먼지 대책 공약이 유일하다. 수돗물 공약은 20대 국회에서 넘어온 것이다.

21대 국회는 과연 제대로된 물, 하천 공약 없이 민심을 잡을 수 있을지 돌아봐야 한다. 

 [『워터저널』 2020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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