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영 국립기상연구소장
지구온난화-기상이변-자연재해 올 여름도 예외 없이 우리는 예측 능력의 한계를 넘는 자연의 신비를 접하고, 때로는 그것을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기뻐하기도 하고, 때로는 한두 시간 후의 상황도 예측하지 못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몇 번의 극한기상 예보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으며, 우리의 좌절은 좌절로 끝나지 않는다. 정확한 기상정보를 제공하여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대 전제가 우리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향후 기상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지금보다 더 강한 강도로,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학자들은 예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2005년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기억할 것이다. 미국 기상청 밍 지 박사는 미국 동부에서 카트리나와 비슷한 강도의 허리케인이 9년 안에 한 번 더 올 수 있다고 예견하고 있다.
향후 백 년 안에 해수면이 60cm 정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남태평양의 산호군도 투발루는 물에 잠겨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약 12억의 인구가 해수면에서 100m 이내 해안가에 살고 있다. 만일 해수면이 올라간다면 폭풍이나 태풍이 올 때 그 피해 범위가 훨씬 더 커지리라는 것은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선진국도 재난 닥친 후에야 관련 예산 늘려 사실 전 세계의 많은 정부의 정책은 이렇게 결정된다. 정부가 지원해야 할 수많은 사업은 다 나름의 중요성이 있지만, 투자에는 우선순위가 있으며 그것은 정책적 판단으로 결정된다. 예상하지 못한 큰 피해가 발생하여 국민의 여론이 그곳으로 집중하면 정부는 그곳에 투자하게 마련이다. 마치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투자는 한곳으로 몰린다. 이때 국민적 여론과 전문가의 판단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막대한 자연재해 예방 투자에 국민적 이해와 합의 필요 지난 10월 2일부터 6일까지 세계기상기구(WMO)와 정부간해양위원회(IOC)가 주최하고 기상청이 주관한 제1회 JCOMM 폭풍해일 국제 심포지엄이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 심포지엄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호주, 아르헨티나, 인도 등 26개국의 등의 폭풍해일 전문가와 국내 폭풍해일 관계자 150여명이 참가하여 미래의 폭풍해일 변화 전망과 예보 및 대응체제에 대해 토의했다.
세계 각국의 폭풍·해일 예보의 기술 수준과 향후 어느 정도까지 기대할 수 있는지, 예측 능력 향상을 위해 어떤 일을 중점적으로 할 계획인지, 자연재해를 완화시키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 주요 흐름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이 심포지엄을 보면, 우리의 정책입안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찾을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기술 수준이 세계 수준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투자가 절실한데 막대한 투자를 하기 위해 어떻게 정책적 공감대를 마련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있다. 이런 저런 고민 가운데 분명하게 다가오는 것은 자연재해 앞에서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좀 더 겸손한 자세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기본적이면서도 큰 그림에 투자할 국민적 이해와 합의를 도출하는 끈기 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