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성 해양경찰청 방제과장

해양오염사고 대응 의정서 가입 왜 필요한가

박희성 해양경찰청 방제과장
‘위험·유해물질 오염사고 대비·대응 및 협력에 관한 의정서(OPRC-HNS)’가 지난 6월 14일 발효됐다. OPRC-HNS 의정서는 기름오염 대비·대응 및 협력에 관한 국제협약인 ‘90 OPRC 협약’에 위험·유해물질(HNS, Hazardous and Noxious Substances)을 추가 포함하고 있으며, 그 중요성 때문에 2000년 3월에 따로 의정서가 채택됐고 우리나라도 올해 안 가입을 목표로 준비중에 있다.

이런 국제협약이 채택된 배경에는 초대형 해양오염사고라는 역사적 교훈이 있었다. 지난 1989년 세계 제일의 석유회사이자 다국적 기업인 엑슨사의 유조선이 4만t의 기름을 유출해 2000km에 이르는 알래스카 연안을 오염시키고 해양자원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사고가 있었다. 그 산물로 ‘90 OPRC 협약'이 채택되었고, 우리나라는 1999년 가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 1995년 여수 앞바다에서 대형 유조선 씨프린스호가 좌초돼 5000t의 기름이 유출, 선박 5000척과 10만여 명이 동원돼 5개월에 걸쳐 방제작업을 벌였으며 처리비용만 200억원이 넘게 들었다. 이 사고 이후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해상기름유출사고 대비·대응 태세를 구축하게 됐다.

대규모 인명피해 동반하는 유해물질 오염사고

사실 HNS 사고는 기름유출사고 이전부터 있었다. 몽블랑호 충돌사고(1917년 캐나다 헬리팩스항, 3600명 사망·9000명 부상), 그랜드캠프호 초산암모니아 폭발사고(1947년, 미국 텍사스시티, 468명 사망)를 비롯하여 1984년에는 인도 보팔시 살충제 제조공장에서 메틸이소시안(MIC)이라는 유독가스가 누출돼 2500명이 사망하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HNS 사고는 대규모 인명피해를 동반한다.

우리나라 해상을 통해 운송되는 HNS는 약 1100종에 이르며, 매년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들 대부분이 선박으로 운송되면서 선박의 대형화와 고속화, 자연재해의 다발 등 해상사고 발생률을 높이고 있다. 2004년 12월 울산 앞바다에서 있었던 10만t의 자이렌 유출사고, 올해 2월 우루과이에서 우리나라 원양어선의 암모니아 누출사고 등이 그 사례이다.

OPRC-HNS 의정서 가입시 신속한 방제체제 가능

HNS는 가연성, 독성 등으로 화재나 폭발, 질식 등 치명적인 인명피해를 불러온다. 또한 일단 사고가 발생했다 하면 현장접근이나 대응이 어렵다. OPRC-HNS 의정서 가입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한다. 기름유출은 물론 HNS 대응 국가방제체제가 정립될 것이고, 해상사고시 국가간 협력체제를 긴밀하게 해줄 것이다.

OPRC-HNS 의정서가 정하는 주요 내용이 국가 차원의 긴급방제계획 수립, 오염비상계획서 비치, 인접국에 영향을 미칠 경우 그 오염사실의 통보, 대형오염사고 발생시 대응인력?장비 등의 국가간 신속한 출입국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협력체제 마련이기 때문이다.

국제협약 가입으로 더 신속하고 효과적인 사고대응 필요

해양경찰청은 지난해부터 HNS를 포함하는 국가긴급방제계획과 지역별 긴급방제실행계획을 수립중이다. 이와 함께 지방청별로 사고유형별 현장대응 매뉴얼 개발과 전문 대응장비의 확보, 대응요원에 대한 전문 위탁교육 실시, 민·관 합동 훈련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이러한 국제협약 가입은 국내대응체제를 효과적으로 국제수준에 맞게 정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OPRC-HNS 의정서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HNS 오염사고 대비나 대응에 따르는 국가나 산업계 부담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HNS 대비·대응능력을 확보한다면 유사시 더 신속하고 효과적인 사고대응으로 국민의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산업계의 원활한 해상활동을 보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국제해양환경협력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 의정서에서 요구하는 국가방제체제 조기 구축으로 국가간 정보교환, 방제자원의 상호지원 등 방제협력체제를 강화해 나갈 수 있어 국가적 대외신뢰도 상승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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