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보물 ‘생물자원’

   
▲ 이규용 환경부 장관
지난 7월 태안 앞 바다에서 900여 년간 바다 속에 잠들어 있던 고려청자 수천 점이 발굴돼 큰 화제가 됐다. 고려청자는 선조들이 남긴 귀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하지만 그 값어치 또한 막대하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 10여 일 뒤 환경부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자생생물 조사발굴사업의 1년간 성과로 신종 및 미기록 생물 600여 종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고려청자와 생물자원의 발굴, 이 둘의 값어치를 비교하면 고려청자가 더 값진 보물이라고 말하는 이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고려청자는 귀중한 유물이라고 교과서를 통해 배워왔지만 생물자원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18∼20세기초부터 생물자원관을 설립, 자국의 생물자원뿐 아니라 해외의 주요 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왔다. 생물자원을 상품화해 수조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해열진통제인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100여 년에 걸쳐 판매되고 있으며, 항암제인 택솔은 주목에서 만들어져 연간 12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우리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의 80% 이상이 생물자원을 이용해 만들어지고 있다.

생물종은 생태계가 살아있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 외에도, 인류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신약이나 신상품으로 개발되어 연간 수조 원대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국가의 보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최근 생물체로부터 채취한 유전자 정보 및 재료를 가지고 동물의 중요 조직과 생명체의 복제가 가능해지면서, 생물자원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생물자원이 생명공학기술의 원천소재로 제공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국의 고유생물에 대한 국가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생물다양성협약이 1992년 채택되면서 생물자원 확보를 위한 국가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고 있다.

대가 없이 사용해왔던 생물자원에 대해서도 막대한 사용료를 지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국의 생물종을 조사·발굴하고 국가의 자원으로 등록하여 국가의 생물주권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우리나라에는 1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3만여 종의 생물만 확인된 상태이다. 이는 그 동안 생물자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투자가 일천했던 탓도 있지만, 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소장하고 관리해 나갈 수 있는 국가기관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환경부에서는 2004년 국립생물자원관 건립공사를 착공하여 이듬해인 2005년 1월 정부차원의 ‘생물자원 보전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숨어있는 나머지 7만종의 생물을 발굴하기 위한 사업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 첫해 성과로 지구상의 신종 후보생물 102종과 국내 미기록 생물 499종 등 600여 종을 발굴하는 결실을 거두게 된 것이다.

다음달이면 국립생물자원관이 개관한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의 자생생물뿐 아니라, 생물자원이 풍부한 국가와 공동협력 사업 등을 통해 해외의 유용생물자원도 체계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결실이 쌓여 우리의 생물주권을 튼튼히 다지고, 나아가 생물자원 관리 및 생물산업 분야에서 선도국가로서의 역할을 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후손들이 생물자원의 가치로 인해 놀라운 혜택을 누리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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