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     바람직한 물복지를 위한 통합물관리 방향


“기상정보·댐운영 소프트웨어 고도화 필요”

강수예측 정보, 물관리 업무의 첫 단추이자 물관리 성패 좌우하는 핵심
물그릇 확보 위해 국가적·자연적 한계에 따라 기술고도화 추진 목표

 

▲ 김 태 국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통합물관리처 수석위원
Part 01. 과학적 물관리를 위한 K-water 기상정보 활용 현황

최근 몇 년간 물재해 극심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 극심한 물재해에 시달렸다. 2015년 11월에는 가뭄이 발생해 충남 보령댐의 저수율이 18.8%로 떨어져 135일 간 제한급수를 실시했으며, 2017년 7월에는 역대 최저 저수율인 8.3%를 기록했다. 경북 운문댐 역시 2018년 2월 8.2%라는 역대 최저 저수율을 기록하며 대구시를 비롯해 인근 8개 시·군에 제한급수 위기가 찾아왔다.

지속되는 가뭄상황에서도 국지적 홍수재해가 발생했다. 2016년 10월 태풍 ‘차바’는 울산, 경남 지역에 막강한 피해를 입혔다. 태화강 지방하천 구간에는 2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한 양의 비가 쏟아져 지방하천 6개소가 범람했고, 가옥 및 차량이 대거 침수되는 일이 발생했으며 제방 유실된 지역도 나타났다. 청주는 2017년 7월 집중호우가 발생해 시간 당 최대 97.8㎜의 많은 양의 폭우가 쏟아져 4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으며, 농경지 2천900㏊와 가옥 457채가 침수되는 일이 발생했다.

매년 반복되는 낙동강 녹조도 물 관련 문제 중 하나다. 대구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도동나루는 2014년부터 매해 최초 녹조 현상이 발생한 곳이다. 합천창녕보 상류 20㎞ 만곡부에 위치한 이 곳은 낙동강 주요 녹조 발생 우심지역이다. 이 외에도 금강 대청댐은 154일간 조류경보제가 발령되었는데, 이는 2001년 이 수역에 최초로 조류경보 ‘대발생’이 내려진 후 약 16년 만에 최고치를 갱신했다.

▲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 심한 물재해에 시달렸다. 왼쪽부터 가뭄이 발생한 충남 보령댐, 2016년 태풍 차바 피해 사진, 녹조가 발생한 낙동강 하류 도동나루.

물관리의 시작은 강우에 대한 이해

사실상 물관리의 시작은 강우에 대한 이해이다. 기상학적 메커니즘(mechanism)으로 볼 때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이 강우는 육지에 있는 하천으로 흐르게 된다. 물관리는 이 하천의 물을 잘 활용해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고 가뭄을 예방하며 각종 용수 이용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계절적으로 강수량의 불균형이 심하며 강수에 따라 하천에 흐르는 양이 좌우된다. 계절적으로 강수가 집중되는 여름에는 하천에 물이 많고, 강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겨울에는 물이 적은, 특성적 불균형을 보인다.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유량이 가장 많을 때와 적을 때의 유량변동량이 크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하천 유량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게끔 댐과 같은 구조물을 설치했다. 댐은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가뭄 등 물부족 현상이 발생할 때 하천에 물이 고르게 흐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수공, 과학적 물관리 위해 ‘KHIT’ 출시

이에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통합물관리센터를 운영 중에 있다. 통합물관리센터는 대전에 위치해 있으며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섬진강 등 각 권역별 물관리센터를 두고 있다. 센터의 운영시설로는 댐 36개소, 보 16개소, 수력발전소 25개소, 수문관측소 417개소 등이 있고 주요 업무는 기상예측부터 홍수조절, 수문관측, 수력발전, 기술개발 등이다. 그 결과 K-water는 우리나라 용수공급의 60%, 홍수조절의 95%, 수력발전의 61%를 담당하고 있다. 

 물관리 업무 수행을 위해 K-water는 기존에 보유한 수자원 관리 노하우를 기반으로 과학적 분석을 더해 2011년 지능형 통합물관리 의사 결정 지원 툴키트인 ‘KHIT’를 출시했다. KHIT는 △기상분석 및 강우예측(PFS) △홍수조절 의사결정(FAS) △실시간 수문정보취득관리(RHDAPS) △저수지용수공급의사결정(RWSS) △수력발전 원격운영(GIOS)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속적으로 패키지화하고 기술을 개발해 고도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

치수 운영, 즉 홍수피해 조절의 주목적을 둔 댐의 경우 댐으로 흘러 들어오는 물의 유입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물 유입량은 댐 상류의 강수량에 좌우된다. 강수량을 예측하면 유입량이 예측되고 다양한 저수지 운영 시뮬레이션을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

이 중 강수예측은 물관리 업무의 첫 단추이자 물관리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어렵지만 제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가장 가깝게 예측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수 운영 또한 치수 운영과 마찬가지로 강수예측이 제일 중요하다.

 
각종 관측망 구축 통해 기상정보 제공

기상정보시스템은 국가기관인 기상청이 기상예측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예측에 필요한 시설들은 위성이나 레이더, 슈퍼컴퓨터와 같은 각종 관측망을 국가 예산으로 잘 구축해 운영 중에 있다. 다만 일반국민과 물관리 담당자가 생각하는 기상정보 활용은 조금 다르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기상은 일반적으로 생활기상이나 방재 등으로, 활용 지역의 강수량보다 강수 유무나 시간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댐 운영에 있어서는 강수의 시작과 종료시점, 강수가 내린 총 시간, 강수 집중 시간과 전후 강수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또한 댐의 저수율과 수위, 향후 내릴 강수형태와 강우량 예측현황, 방류 상황, 토지분포 등에 따라 댐 운영이 좌우되며, 같은 강수량이더라도 각 댐 유역의 면적, 특성 등을 고려해 강우예측 정보가 모두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댐 운영에 있어 강수 분포 변화의 사전 제공 및 실시간 상황 전달이 매우 중요하다.

수문곡선은 시간에 따른 하천의 수위, 유량, 유속 등의 변동특성을 나타내는 그래프로, 강수의 형태, 유입량, 지체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수문곡선이 만들어진다. 수문곡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수 분포 변화의 사전 제공 및 실시간 상황 전달이다. 실시간으로 분석해가며 예측한 수문곡선을 분석해 타 분야 산업에 대한 적용이 필요하다.

특히 물관리에서는 큰 강우가 내릴 때 남은 잔여강우가 몇 ㎜인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활용해 예상강우를 넣게 되면 물관리 분석 프로그램이 수문곡선과 유입량을 예상한다. 댐의 방류량에 따라 댐 수위 조절을 할 수 있는 수문분석시스템도 있다. 이런 시스템 또한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계속 실시간으로 추이해 예측과 실제가 어느 부분이 다른지, 왜 예상이 빗나갔는지 들을 지속적으로 분석하는 과정 중에 있다.

200여 곳에 자체 우량관측시스템 운영

기상예측은 기상청 주도 아래 중요한 설비 등을 비롯해 여러 수치예보 모델 변화들이 제공되고 있다. 기존 모델들을 포함한 △단기강우예측모델 △장기강우예측모델 △태풍예측모델 등을 활용해 기상청 예보와 함께 비교하고 분석해 나가고 있다. 단기강우예측모형은 남한을 3㎞×3㎞로 나눠 태풍 발생 시 영향 받는 댐 유역의 강수예측 및 댐 유역 정량 강우값을 산출해나가는 시스템이다.

장기예측모델은 전 지구의 기상정보를 예측할 수 있는 형태로 되어있으며 50㎞×50㎞의 수평해상도를 갖춰 1개월에서 3개월 정도의 기압계 움직임이나 기온, 강수의 트렌드를 분석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태풍 예측 모형은 태풍이 발생했을 때 단기강우예측모델을 기반으로 가변둥지격자를 적용해 최대 2㎞×2㎞ 수평 해상도로 되어있다.

과거 발생한 태풍의 진로를 참고해 새롭게 발생한 태풍의 진로방향을 예측한다. 태풍의 진로방향이 어느 정도 잡히면 그 진로에 따라 얼만큼의 피해가 나타날 것인지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툴을 사용한다. 또한 과거에 발생한 태풍을 하나씩 대조해 태풍의 진로별로 강우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한다.

이 외에도 K-water는 기상청 실시간 우량관측 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200여 곳에 자체적인 우량관측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실시간 우량관측을 1분 단위로 추출해 맵(map)을 그려 현재 어느 댐 유역이 강수량이 제일 많고, 강수형태가 어떠한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강수예보와 실황을 비교할 수 있어 사내 방재 업무 수행 시 실질적 활용도가 높아 실무적으로 굉장히 유용하다.

 
2013년부터 평균 강수량 미달 기록

2019년은 6월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전년도에 비해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평년대비 적은 강수량으로 낙동강 인근 운문댐이 6월 19일부터 가뭄 ‘관심’ 단계에 돌입했다.
그 외 소양강, 충주, 횡성, 안동, 임하, 보령, 평림댐 등이 가뭄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하천유지용수 감량 및 농업용수 감량 대책을 수립하기도 했다.

여름철 강수는 평균 860㎜가 안 되는데 유독 적게 오는 해는 평균의 4분의 1밖에 오지 않는다. 반면 강수가 많은 해는 1천200㎜가량 오기 때문에 연도 별로 강수량 변화가 굉장히 크다. 또 한 가지는 여름철 강수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장마와 태풍이다. 특정 해에 마른 장마나 약한 장마가 오고 태풍영향이 적으면 우리나라는 기후적으로 가뭄이 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2013년 이후에 한 번도 평균 강수량 선에 도달하지 못했다. 2013년에는 태풍이 전혀 없었으며 2014년 이후부터 태풍이 발생했지만 과거에 비해 강수량은 적었다. 장마 또한 예년 수준에 못 미쳤으며 여름철 강수 총량도 평균에 못 미치는 현상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2018년에는 태풍 ‘콩레이’가 북상해 100㎜ 이상의 비가 쏟아지면서 겨우 예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2019년 여름에도 평균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하다 태풍의 영향으로 다행히 예전 90% 수준에 머무르게 되었다.

북쪽 찬기류 내려와 장마 늦어져

여름이 오기 전 K-water는 홍수기를 전반과 후반에 걸쳐 전망했다. 홍수기 전반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쪽으로 확장해 장마전선 북상이 지연되어 내년보다 적은 강수량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홍수기 이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점차 확장해 폭염 및 잦은 국지성 호우를 보이며 그나마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봤다. 댐 유역 강우량을 예상했을 때는 전체적으로 예년 대비 81%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론적으로 장마는 늦게 시작해 늦게 종료된 부분은 맞아떨어졌다. 지역별 강수량은 남부지역의 경우 그나마 예전수준에 도달했으며 충청지역은 적었다. 태풍은 역대 1위 수준인 7개가 왔는데 전혀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여러 기상 전문가들은 2019년에 장마가 늦게 나타난 이유를 ‘북쪽에 있는 해빙이 많이 녹아 찬기류가 내려와서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았다’라고 설명했다. 장마전선이 초반에 주로 남해, 일본, 중국 남해지역에 머물다보니 강수량이 많았다. 이후 장마전선이 북상하며 남쪽 한강에 비가 적었다.

집중호우 일수·태풍강도 늘고 있어

2019년 우리나라에 5∼6개 정도의 태풍이 직·간접적으로 왔으며 그 중 두 개는 우리나라를 직접 관통했다. 10월에 온 태풍은 유독 비를 많이 몰고 왔는데, 운문댐의 경우 가뭄 ‘관심’에서 ‘주의’로 바뀌려는 찰나 제5호 태풍인 ‘다나스’의 영향을 받아 방류하게 되었다.

반면, 보령댐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예년보다 400㎜가량 적어 가뭄 ‘경계’ 단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보령댐은 현재 도수로를 가동 중이며 가뭄에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느 한 곳이 가뭄이라도 국지적으로는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1980년대의 여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름철로, 장마 때 온 비가 댐을 가득 채우고 장마가 끝난 후 무더위가 시작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8월 말부터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시작되면 장마 때 발생한 비로 댐을 꽉 채운 후 수위를 내렸다가 후반부부터 강수를 받아가면서 홍수기가 끝날 때쯤에 물이 댐을 꽉 채우면 물관리를 잘했다고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기후가 변해 장마가 있는지 없는지가 논란이 될 정도였으며, 심지어 장마가 끝났음에도 비가 내리고 가을 내내 비가 오는 경우도 생기니 사람들의 혼란이 가중되었다. 최근에는 9월 말 10월 초 태풍이 발생하기 시작해 여름재해가 장마, 집중호우, 태풍 순이 되었다.

그러나 사실상 10월 태풍은 기존 물관리 고려 대상이 아니다. 10월에 태풍이 온다는 것은 흔하지 않은 현상이고 이 태풍이 진짜 올 것인지, 온다면 강한지, 약한지를 모르기 때문에 댐 수위를 얼마로 해야할지 복잡해진다. 보통은 9월 말에서 10월 초까지의 태풍을 고려하고 이에 맞게 댐을 관리한다.

 
우리나라 기후는 계속해서 변하고 있고 이렇게 변화하는 상황에 잘 대응해 가야하는 시점에 있다. 점차 집중호우 일수가 늘어나고 태풍 강도도 국지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물관리 시 가뭄과 홍수를 교차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럴수록 기상정보부터 댐 운영의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하는 방안들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물그릇 확보를 위해 국가적·자연적 한계에 따라 기술고도화를 추진하고 기상정보를 영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워터저널』 2020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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