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올림픽 성공티켓

   
▲ 이규용 환경부차관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의 자전거 물결. 베이징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수년 전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출근시간에 바라본 수많은 자전거 행렬은 지금도 잔잔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연이은 차량으로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서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요즘 베이징의 모습이 달라졌다. 이제 자전거 행렬은 눈에 띄게 줄고 자동차 물결이 대신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산업화로 자동차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기오염도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아시아개발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징의 미세먼지 농도(㎍/㎥)는 142로 파리의 22, 런던의 24에 비해 무려 6배나 높았다. 그리고 아시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은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각종 경기장과 사회인프라 확충뿐 아니라 환경개선을 위해서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낡은 택시와 버스를 신형으로 교체하고 천연가스 사용률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대회 기간에는 베이징 시의 자동차 운행을 현재의 3분의 1 수준인 100만 대 정도로 제한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이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데에는 베이징의 심각한 대기오염이 올림픽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기오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마라톤이나 사이클 등 일부 경기종목을 연기하거나 선수들의 건강을 위해 중국체류 시간을 최소화하겠다는 등 국제올림픽위원회와 각국 대표단의 우려 섞인 불만이 계속 나오고 있다.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데에는 매일 1천 대 이상 증가하고 있는 자동차가 가장 큰 이유이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미세먼지의 상당량은 자동차에서 배출된다.

오늘날 현대인에게 자동차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도시의 대기오염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위해 기존 휘발유차량보다 대기오염 물질이 70% 이상 감소되는 하이브리드차(Hybrid) 보급과 오염 기여율이 큰 경유 시내버스의 천연가스버스로의 전환, 화물차 등에 대한 매연여과장치(DPF) 부착과 저공해엔진(LPG) 개조 지원 등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제작사가 판매하는 자동차의 평균 배출가스량이 일정기준 이하가 되도록 하는 ‘자동차 배출가스 평균배출량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제작사는 탄력적으로 차량생산을 계획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정부에서도 대기오염 총량을 감축할 수 있어 산업발전과 환경보전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전 세계인의 화합과 평화의 무대인 올림픽. 언뜻 생각하기엔 스포츠의 제전인 올림픽과 환경이 무슨 큰 연관이 있느냐며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환경친화성, 특히 쾌적한 환경질은 선수들이 최적의 여건 속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전제조건이 되었다.

우리나라 또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월드컵 환경관리대책’을 세워 대회전부터 개최도시의 대기질 개선을 위해 천연가스버스 보급, 초저황경유 등 고품질 연료 보급, 경기 전·당일 차량 2부제 등을 실시했다.

그 결과, 대회 기간 중 개최도시 미세먼지는 20.4%가 저감됐으며 오존농도는 11.5%가 낮아져 일본에서는 11회나 발령됐던 오존주의보가 우리나라에서는 3회에 그치는 등 환경적으로도 성공적인 대회를 개최한 경험이 있다.

경기의 성적과 경제적 파급효과 못지 않게 대회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은 ‘환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스포츠’, ‘문화’와 함께 올림픽의 3대 정신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이 이러한 정신을 살려, 대기오염으로 대표되는 환경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88 서울 올림픽’에 이어 아시아에서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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