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생존의 문제’…범정부적 대책 추진

   
▲ 고윤화 환경부 대기보전국장
올해 초 발간된 IPCC(기후변화 정부간 위원회) 4차 평가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은 지구 온난화를 ‘확실한(unequivocal)’ 현상으로 단정하고, 이는 인간의 활동 때문일 가능성이 90% 이상 확실하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특히, 에너지원이 화석연료에 집중될 것이라는 배출 시나리오(A1F1)를 가지고 예측할 때 2100년의 지구 평균 온도는 최대 6.4℃ 증가하고 해수면은 최대 56㎝가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됐다.

지난 4월 영국 가디언지에 지구 평균 온도가 6℃ 상승하면 지구는 2억5천100만년 전 페름기 말과 비슷해져 현존 생물종의 95%가 멸종된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기고문도 발표된 바 있다.

한편, IPCC 4차 평가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자연계와 인간에 미치는 영향(impact)과 취약성(vulnerability) 그리고 이에 대한 적응(adaptation)과 관련해 600여 개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문헌 자료를 활용,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지구온난화, 적응 대책 마련해야

이를 통해 기후변화는 현재 진행 중이며 이산화탄소의 수명이 50∼100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으며 이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인류 생존의 차원에서 얼마나 절실한지 일깨워 주고 있다.

기후변화에 적응(adaptation)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적응은 정책적 수단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과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나 대응활동을 말한다. 즉 자연재해, 생태계 교란 등에 대한 자연계의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증진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적응 대책을 수립할 때에는 기후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그에 따른 세부적인 영향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시·공간 별로 가장 취약한 부분과 이러한 취약성을 견딜 수 있는 최대 한계를 판단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적응대책을 수립·추진하는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의 노출이 심하고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훨씬 크므로 적응대책을 철저히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대륙과 해양의 접경에 위치해 있고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대에 있어 기후변화에 아주 민감하고 국지적 변동성에 취약하다. 적응대책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크다.

대륙과 해양 접경 위치한 한반도, 기후변화에 민감

실제로 한반도의 경우 평균기온이 2℃ 상승하면 남한 저지대의 상록활엽수림과 낙엽활엽수림이 북위 40도까지 북상하고, 남해안과 서해안의 식생이 아열대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경우 남부 지방에선 감귤, 유자, 참다래 등 난지과수의 재배가 일반화되고 현재의 주작물인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등 온대과수 재배에 어려움이 발생하며, 한라산 정상 부근의 고산식물 8종이 멸종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해수면 상승으로 우리나라 총 면적의 1.2%에 해당하는 약 2천643㎢의 저지대가 범람 위기에 처하고 125만 명 정도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2071∼2100년 아열대기후구의 변화
이 때문에 인구·지형·경제적 측면에 대한 취약성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 영향을 장기 모니터링하는 한편 생태계 변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대응책 마련, 재해에 대한 예·경보 시스템 구축, 연안지역의 기반시설 확충 등 적응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선진국은 이런 기후변화 영향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을까. 미국은 기후변화와 환경시스템의 변화로 인한 위기와 기회를 조절하고 과학적인 지식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연간 2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미국 기후변화과학프로그램(US Climate Change Science Program)을 운용하는 등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영국도 이미 1997년에 기후변화 영향을 평가하고 적응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기후변화 영향 프로그램(UK Climate Impacts Programme)을 마련, 과학과 정책 결정자 사이를 직접 연결하고 연구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국가, 지방 및 지역단체에서 활용하고 수요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환경부, 기후변화 적응대책 마련에 나서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농업·산림·수리/수문·자연생태 분야의 기후변화 영향 기초연구는 상당 수준 진척을 보이고 있으나 정책개발 단계의 종합적 연구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또 이들 분야 이외에는 기반 연구조차 돼 있지 않은 형편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올해 하반기에 ‘기후변화 적응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범부처적인 ‘기후변화 적응 대책 협의회’를 구성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연구와 대책을 발굴·시행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개 국민, 지자체 및 중앙정부에서 ‘기후변화는 실제 일어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적응은 이미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라는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당초 기후변화 문제는 환경 문제로 출발하였지만 이제 경제·사회·문화·정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우리에게 위기와 기회로 동시에 작용하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상수이자 변수가 됐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에게 당면한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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