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


“물산업클러스터와 연계한 인·검증 시스템 구축해야”


미국 위생협회·싱가포르 수자원공사 등 벤치마킹하기 좋은 국가·기관 많아
환경신기술 인증, 소규모 파일럿에 한정돼 현장서 성과확보 불투명…개선 필요

한국물기술인증원의 바람직한 운영방안

  우리나라 물산업의 중추 역할을 할 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지난 9월 4일 개소한 데 이어 올해 5월 대구 유치가 확정된 한국물기술인증원의 개소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물기술인증원의 선진적인 운영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9월 9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한국물기술인증원 운영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진영 영남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는 ‘한국물기술인증원의 바람직한 운영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발표 내용을 요약했다. 

 

영남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9월 4일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개소

그간 우리나라는 물산업 진흥전략으로 △물산업 육성방안(2006년) △물산업 육성전략(2010년) △물산업 육성 및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2012년) △스마트 물산업 육성전략(2016년) 등을 추진해 왔으나 법과 제도가 미비해 실효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물관리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물산업진흥법」)이 제정되고 관련 제도도 마련됐다. 또한 2012년부터 추진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지난 9월 4일 문을 열며 물산업을 실질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국내 최초 기술과 제품의 개발부터 실증실험, 성능확인, 해외진출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지원하는 시설로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제품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한 인프라라고 볼 수 있다. 주요 시설로 실증화시설, 물융합연구동, 워터캠퍼스,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인증지원 시설로서 실증화시설은 수처리기술 실증시험 뿐 아니라 인·검증이 가능한 세계적 수준의 시설이다. 다만 시험성적서 발급업무를 담당하는 공인시험실은 좀 더 개선이 필요하다. 실증화시설은 실증플랜트와 관망시험구역, 공인시험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증플랜트에서 정수·하수·폐수·재이용 등 최대 1천㎥ 규모의 테스트베드(T/B)를 통해 실규모 성능평가와 제품 성능평가를 진행할 수 있고, 물융합연구동에서 수질분석, 제품·품질 시험 등을 통해 기술·제품의 인·검증뿐 아니라 제품의 성능과 표준 적합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내년부터 정수기 품질검사 담당

워터캠퍼스에 들어서는 한국물기술인증원은 물기술 인증업무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기관이다. 물산업클러스터 내에 들어서기 때문에 클러스터와 상호 연계가 잘 이뤄져야 효율적인 인·검증 기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업무는 △물관리 기술 및 제품에 대한 인·검증 △인·검증 기준 개발 및 조사·연구 △기준개발을 위한 위해성 평가 △평가기법 개발 및 시험·검사 △해외진출 지원 △교육·홍보 업무 등이다.

 
한국물기술인증원은 ‘안전한 물공급 기반을 조성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인증 전문기관’이 되는 것을 기관의 비전으로 설정했다. 또한 △물 인증 인프라 고도화 △물 관련 인·검증 서비스 확대 △지속성장 운영체제 확보 등을 전략목표로 하고 이에 따른 정책과제로 △시험·검사 기반 조성 △인증 및 검증영역 확충 △효율적 운영체제 조성 △국내외 네트워크 및 협력 강화 △현장 맞춤형 인·검증 역량 강화 △미래 성장동력 확보 △효과적인 인·검증 기준 및 체제 확보 △물 관련 인증 정보·서비스 제공 다양화 △구성원 전문역량 강화 등을 설정했다.

올해 인증 업무로 △위생안전기준인증(KC인증) △적합인증 △주방용오물분쇄기인증 △개인하수처리설 성능검사 △수처리제 위생안전인증 등 5개를 수행하며, 2020년부터 정수기 품질검사, 2022년부터 KS표지인증(e-나라 표준인증) 등 인증업무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ISO-ETV’ 상호인증 준비중

현재 국내 물 관련 인증은 인증대상에 따라 신기술인증과 기자재(제품) 인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이하 「환기법」) 제7조에 따라 신기술인증과 기술검증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수행하고 있고, 기자재 인증은 「수도법」 제14조 및 「하수도법」 제12조에 따라 한국상하수도협회가 수행하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신기술인증·기술검증의 평가절차 및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신기술인증과 기술검증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환경 분야 기술에 대해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국제적으로 상호인증이 가능한 검증인 ‘ISO-ETV(환경기술검증, Environ-mental Technology Verification)’ 프로토콜을 개발 중에 있다.

신기술인증은 현장조사와 서류심사 등을 거쳐 신기술을 심의하여 인증하고, 기술검증은 현장조사, 서류심사(현장계획 심의), 현장평가, 종합평가를 거쳐 기술성능과 현장 적용의 우수성을 검증한다. 평가대상 기술은 수처리기술, 측정분석기술, 정수처리기술 등이며, 평가대상 시설은 국내의 현장에 설치 완료된 실증시설 또는 모형시설이다.

상하수도협회, 4개 인증업무 수행

 
한국상하수도협회는 상하수도용 기자재 및 제품을 대상으로 위생안전기준인증(KC인증), 적합인증, KS인증(e-나라 표준인증) 등 4개 인증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인증 절차는 △서류 검토 △공장 심사 △제품시험 등 순이며, 제품 시험은 별도의 공인시험기관에 의뢰하여 진행하고 있다. 공인시험기관은 한국화학물질시험연구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환경수도연구원 등이다.

위생안전기준인증(KC인증)은 수도관, 기계 및 관측·제어용 자재 및 부품, 도료 등 그 밖의 수도용 자재와 제품, 정수시설 등을 대상품목으로 한다. 2016년 말 기준 총 인증 건수는 총 1천651건이며 품목별로는 △관류 584건 △밸브류 348건 △펌프류 77건 △수도꼭지 131건 △유량계 15건 △수도미터 54건 △도료 82건 △기타 360건 등 순이다.

KS인증과 한국상하수도협회 단체표준은 각각 상하수도용 제품 12개, 28개를 표준 대상품목으로 하여 개별 표준에서 정하고 있는 제품별 물리적 및 화학적 특성 시험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스케일 업 성능 확보에 한계

환경부는 한국물기술인증원의 제품 표준화 기반을 마련해 2020년부터 정수기 품질검사 업무, 2022년부터 상하수도 기자재 및 제품의 KS표지인증 등으로 업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앞서 현행 인증제도의 한계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환경신기술 인증제품의 스케일 업(Scale-up) 성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스케일 업은 실험실에서 성공한 프로세스를 공업 규모의 장치에서도 경제적으로 성립하도록 그 규모를 확대하는 것으로, 현행 제도상 신기술 인증을 받으면 하수 분야의 경우 100배, 상수·정수 분야의 경우 10배 스케일 업을 인정해 준다.

환경신기술 검증조건은 소규모 파일럿(pilot)에 한정되어 현장에 설치해 사용할 경우 수질이나 기온, 현장 운영자의 숙련도 차이 등에 따라 성과확보를 담보하기 어렵다. 아울러 먹는물 분야를 비롯한 위생, 생명, 안전 관련 사항의 경우 국가 또는 공공기관의 기준 제정과 제도 운영이 필요한 상태다. 시민들은 현재 협회들의 기업 표준, 기준 제정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공정·정확한 품질검사로 신뢰성 확보

우리나라 물산업은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나라들이 많아 전망은 밝다고 평가되고 있다. 한국물기술인증원은 75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위생협회(NSF)를,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싱가포르의 수자원공사(PUB)를 벤치마킹하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위생협회(NSF)는 음용수, 음식물, 공기 및 환경 분야의 규격개발, 기술교육 등의 인증업무를 수행하는 독립된 비영리 기관이다. 공정하고 정확한 품질검사를 통해 국제 공인인증으로서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미 환경보호청(EPA)과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전문성을 승인 받아 이들 기관과 음용수 안전성에 대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NSF가 발급하는 NSF마크는 미국의 위생 규격으로 인증 종류로 식수처리약품과 음식물 관련 장비가 있다.

NSF는 독립된 3자 기구로서 산업계와 정부, 민간 사용자 간 다리(브릿지)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다. 그 결과 NSF 제품은 위생안전과 품질에 대한 국제적 공인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을 뿐 아니라 홍보를 통해 수출시장이 확대되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 NSF는 미국, 유럽, 남미, 아시아 등 세계 전역으로 확대되어 현재 80여 개국 수천여 개 기업이 인증을 받고 있고 85개의 프로토콜이 만들어졌다.

싱가포르 물산업 경쟁력 세계2위

싱가포르는 대표적인 물부족국가로 한때 물 자급률이 60% 수준에 불과했다. 풍부한 강수량에도 불구하고 국토 내 강과 호수 등 저수공간이 부족해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 양이 세계 평균의 53분의 1에 불과했다. 이에 물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국가적 생존과제로 떠올랐으며 물 자급률을 높이는 과정에서 물산업이 발전했다.

싱가포르는 물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2006년부터 환경수자원부, 경제개발청, 무역협회 등 범부처 협의기구인 ‘환경 및 물산업육성국(EWI)’을 구성해 글로벌 물 전문기업 핵심유치, 핵심인재 육성, 국제 R&D 연계 강화, 글로벌 테스트베드, 벤처창업 지원에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지속했다. EWI는 별도의 기관이 아닌 협의기구로서 부처간 협력 및 의사조정 역할 수행, 부처간 조정, 연계를 위해 장관급 조정위원회와 사업추진 및 예산 지원을 위한 차관급 집행위원회로 구성됐다.

그 결과 현재 싱가포르의 물 자급률은 60%, 국가 물산업 경쟁력은 세계 2위 수준이다. 또한 하이플럭스(Hyflux)와 같은 자국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해 냈으며, 주요 물기업 10개 중 8개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해외에서 100건 이상, 약 70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싱가포르가 운영하는 물산업클러스터에는 현재 70여 개 물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여기에는 GE워터, 지멘스워터(Simens Water), 블랙앤비치(Black&Veatch)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국제물협회(IWA) 지역본부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 물산업 침체…경쟁력 저조

블루골드(Blue Gold) 산업으로 평가되는 물산업은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유망산업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글로벌 물산업 대비 국내 물산업은 영세한 사업구조를 형성하고 있는데다 원천 기술력이 부족해 경쟁력이 미흡한 실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WI에 따르면 국내 물기업의 70%는 10인 이하 소기업이며 수출참여 비중은 4.5%로 거의 내수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물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하수도 기자재, 계측기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 등 연관산업이 동반 성장해야 하나, 최저가 낙찰제로 기술력에 대한 변별력이 낮은 실정이다. 지난 1월에 있었던 ‘물산업 동반성장여건 조성사업 착수보고 및 자문회의’에서 국내 물산업이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최저가 낙찰 선호로 우수제품 및 기술의 이용·보급이 제한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또한 KS표지인증, KC인증, 단체표준인증, 적합인증, 신기술인증(NEP), 신제품인증(NET), 녹색기술인증, 조달청 우수제품인증 등 기자재와 기술에 대한 인증제도가 난무해, 우수제품 사용을 저해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산업 우수기자재를 우선 사업화하고 혁신 기술을 활용한 시범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수 기술·제품 사업화 지원 필요

구체적인 개선책을 짚어보면 첫째, 우수제품에 대한 사업화 지원을 해야 한다. 물기업이 생산한 우수제품을 우수기자재로 등록하고, 물산업기술발전협의회 등과 같은 구매기관이 지명경쟁입찰로 우선 구매하는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물산업기술발전협의회는 환경부, 7개 특광역시 및 제주도, 수자원공사, 환경공단, 농어촌공사, 상하수도협회 등 13개 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또 「물산업진흥법」 제10조에 따라 물산업 우수기자재 등록과 지원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우수조달제품과 관련된 제도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조달청 우수제품은 신제품인증(NEP)·신기술인증(NET)이 적용된 제품이나 특허·실용신안이 적용된 제품 등에 대해 별도의 품질 소명자료 평가를 통해 선정되는데, 이 평가과정에 대한 전(全) 주기 지원과 일부 평가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우수제품 및 혁신 기술 보유기업에 대해 제3자의 성능확인을 통해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검증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혁신기술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국내 물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기술과 제품을 시범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더불어 혁신기술 시제품 시범구매사업을 추진해 기술개발 및 신제품 구매를 확대하고, 시범구매제도에 참여한 중소기업은 납품 실적이 없어도 선정제품에 대한 증명서 발급을 통해 좀 더 쉽게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는 등 지원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 상호인정 프로그램 마련 필요

넷째, 국가물산업클러스터와 물기술 검·인증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물산업클러스터는 물산업 연구개발(R&D) 수행 및 발굴을 지원하고 테스트베드를 통한 기술 인·검증, 인·검증된 기술상용화, 해외진출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지원하는 시설로서, 실증플랜트, 수요자 설계구역, 종합관망 실험시설 등 국내 및 해외 기준에 충족 가능한 인·검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물산업 분야 인·검증은 인증원과 독립 기구에서 시험이 필요한데, 인증 시험방법, 분석기준에 따라 물산업클러스터에서 수행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물산업 우수제품에 대한 물산업클러스터의 성능 확인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현재 물산업기술발전협의회에서 우수제품 지정·등록 규정에 관한 연구(안)를 추진 중이다.

또한 협회와 단체 등이 수행하는 기준 등 국민 안전과 관련된 인증은 국가(공공물산업클러스터)의 확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이 외에 국가물산업클러스터, 한국물기술인증원과 해외 인·검증 기관과 협력체계를 마련해 상호 인증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비용과 행정력을 줄일 수 있다.

향후 한국물기술인증원은 물산업클러스터와 연계해 신뢰할 수 있는 인·검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 인증제도의 통합화를 추진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제적으로 상호인증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4차산업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아직 4차산업과 관련된 인증제도가 전무하다. 따라서 4차산업과 연계된 환경기술을 개발하고 이와 관련된 인증 제도와 법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지난 9월 9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한국물기술인증원 운영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정진영 영남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가‘한국물기술인증원의 바람직한 운영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워터저널』 2019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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