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제언
 

“수도관, 국민 건강과 직결된 생명줄”

녹스는 수도관 전제로 한 대책에서 벗어나 내식성 소재의 수도관 도입해야
수도 당국, 수도관의 중요성 인식 바탕 엄격한 품질기준 설정해 관리 필요


▲ 이 호
㈜고비 부회장
수도 녹물 대책,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Ⅰ. 수질사고는 일상의 위험이다

인천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붉은 수돗물 사태로 달아올랐던 여론의 열기가 3개월이 지난 지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녹물을 붉은 물, 세균막(biofilm)을 물 때라 발표하고 주철관 등 철(Fe) 소재 수도관 내부에 내식성 도료 등으로 도장·코팅한 것을 내식성 수도관이라 문제없다는 공식 발표도 있었다. 비전문가인 국민들은 발표 내용만으로 수도 관망에서 발생한 녹물의 원인을 알 수 없다. 물론 인천광역시 수질사고의 경우 관계자의 전문성 부족과 부적절한 조치가 직접적인 원인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녹이 발생하지 않으면 녹물은 나올 수 없으므로 녹스는 수도관이 존재하는 한 녹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즉 녹물은 녹스는 수도관에서 비롯되기에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녹스는 수도관에 있다. 인천 등 녹물 사태 이후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정책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다양한 대책을 제시했다. 살펴보면, 정기적인 수도관의 세척과 갱생, 노후관의 교체, 수돗물의 부식성 억제 등 모두 녹스는 수도관을 전제로 한 대책뿐이다.

이처럼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진단으로는 온전한 대책을 도출할 수 없으며 수돗물 수질사고는 일상의 위험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맑고 안전한 물을 이용할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이자 보편적인 국제 규범으로 승인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99.1%의 급수보급률을 자랑하지만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수돗물 직접음용률이 한 자릿수인 국가다. 수돗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Ⅱ. 붉은 수돗물은 수도관 부식의 산물

1. 붉은 수돗물은 녹물이다
철(Fe)을 소재로 한 금속제 수도관은 녹슨다. 수돗물의 성질과 상태, 매설환경에 따라 부식의 속도에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녹은 반드시 슨다. 소위 ‘내식성 수도관’이라 불리는 방식 처리한 수도관도 부식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부식 자체를 막을 순 없다. 철광석은 용광로에서 코크스(cokes) 등의 환원제(還元劑)에 의한 정련(精鍊)을 통해 산소를 분리한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으로서의 철은 자연환경 상태에서 매우 불안정하여 녹(산화철)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철을 소재로 한 금속제 수도관이 녹스는 것은 숙명과도 같다. 숙명과도 같은 녹(rust)이 물에 녹지 않고 침전되어 수압 등에 의해 붉은 물로 흘러나오면 그것이 바로 붉은 수돗물이다. 다시 말해 녹슬지 않는 수도관에서 녹물 즉, 붉은 수돗물이 나올 수 없으며, 녹물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부식을 숙명으로 하는 금속제 수도관에 있다.

2. 우리나라 상수도 수돗물의 부식성
우리나라 지질구조를 보면 화강암과 화강편마암의 구성 비율이 높아 취수원 수질은 알칼리도가 낮고 수돗물의 경도(硬度)가 낮은 연수(軟水)이며, 경도가 높은 경수에 비해 수돗물 자체가 높은 부식성을 띠고 있다.
 
더욱이 정수 과정에 투입되는 응집제나 소독제로 인해 정수된 수돗물은 수도 원수에 비해 부식성이 높다. 이에 환경부는 2011년 7월부터 수돗물의 부식성을 먹는물 수질감시항목으로 지정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부식성 지수로는 탄산칼슘 포화지수인 랑게리아지수(LI)를 적용하고 있다.

수돗물의 부식성 지수는 ‘0’을 균형점으로 하여, 0 이하이면 부식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 원수는 모든 수계가 부식성을 띠고 있으며 정수된 수돗물은 부식성이 더욱 강하여 강부식성을 띠고 있다.

3. 수도관의 부식형태
수도관망에 있어 수도관 부식문제는 심각하다. 금속관의 부식 및 전식 방지는 상수도시설기준에도 상당한 지면이 할애되어 장황하게 설명되어 있다. 

 
부식은 일반적으로 [그림 1]과 같이 전식과 자연부식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4. 상수도관망의 주요 기능저하 요인
환경부는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과 관련하여 노후도 실태평가와 정비사업 타당성조사를 실시하고 2015년 12월에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상수도관망의 주요 기능 저하 요인을 [표 3]과 같이 정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관의 내부·외부 부식과 관내 이물질 문제가 상수도관망 기능저하의 주요 요인이며 이들 모두 부식을 숙명으로 하고 있다. 부식은 철(Fe)을 주성분으로 하는 금속관에 발생하는데, 이는 방식 처리로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

 
Ⅲ. 우리나라의 상수도관 소재별 매설 현황

2017년 상수도통계에 의하면 광역상수도 총연장 5천333㎞ 중 덕타일 주철관과 액상에폭시 도복장강관이 약 78%를 점유하여 모두가 금속관으로 매설하였고 지방상수도 총 연장 20만3천701㎞ 중 주철관, PVC관, PE관, 스테인리스관, 강관 순으로 매설되어 있으나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의 관종별 매설 비중은 PVC관, PE관, 주철관, 스테인리스관, 강관 순으로 매설되어 있다.

통계상 PVC관은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에서, PE관은 충청남도에서 특히 많이 사용하여 전체적인 점유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서울을 비롯한 특·광역시 전역에는 대부분 주철관이 매설되어 있다.

 
Ⅳ. PVC관 사용 주요국 현황

1. 유럽·북미
유럽지역과 북미지역에 매설되어 있는 관 중 PVC관은 각각 33.48%, 58%이며 미국의 경우 신설 수도관으로 PVC관을 가장 많이 매설하고 있다.

 
2. 영국 유나이티드 유틸리티스(United Utilities)
잉글랜드 서부 수도권 주인 머지사이드(Merseysid)주의 리버풀(Liverpool)을 비롯해 컴브리아(Cumbria), 랭커셔(Lancashire), 그레이터 맨체스터(Greater Manchester), 체셔(Cheshire) 등 5개 지역의 상하수도를 총괄 운영·관리하고 있는 유나이티드 유틸리티스(United Utilities)는 1990년 녹 발생 재질의 사용이 금지된 이후 PVC관과 PE관을 사용하고 있다.

 
3. 네덜란드
1960년대 처음으로 PVC 재질의 상수도관로를 설치한 이후 PVC 상수도관의 설치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1990년대 이후 설치되고 있는 상수도관로 중 PVC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Ⅴ. 내식관이란 허구

인천 서구 녹물 사태와 거의 같은 시기에 발생한 서울 문래동 녹물 사태와 관련하여 서울시 상수도 관계자는 “1984년부터 녹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는 내식성 관을 쓰고 있는데…”라고 발표했다. 주철관 내부에 에폭시로 도장한 수도관을 내식성 수도관으로 인식, 녹물과는 관계없이 안전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말이다. 우리나라 상수도통계 또한 금속관 내면에 도장 또는 코팅한 관을 내식관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금속관 내면에 도장 등 코팅으로 내식성을 담보하면서 녹물 없는 수돗물을 보장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지난 4월 25일 발생한 대구의 수질사고에서 알 수 있다. 당시 녹물과 수돗물에 혼입된 이물질과 관련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새 관을 설치해도 배관 방법상 이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으며 배관 끝부분의 도료가 벗겨져 부식이 일어난다.

수도관망 시스템에는 다수의 이음부분과 절단·천공부가 있어 단면부와 볼트·너트부의 내식성이 파손되어 빠른 속도로 부식이 확산·진행되며 코팅·도장 등의 파손 박리로 인해 이물질과 부식이 문제되고 있는 것이 수도관망의 현실이다.

▲ 신설 수도관도 배관 방법상 도장 등 파손을 피할 수 없으며 결국엔 배관 끝부분의 도료가 벗겨져 부식된다. 사진은 지난 4월 25일 대구 TBC가 보도한 노후 수도관 영상 캡처화면.

2014년 국립환경과학원과 서울시상수도연구원은 공동 연구를 통해 “내식성 수도관의 경우, 기존 수도관에 비해 부식속도를 늦출 수는 있으나 부식을 완벽하게 방지하기란 불가능하므로 부식을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원수 수질의 특성과 관망 재질 등을 관리여건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부식관리기법이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Ⅵ. 맺으며

급수보급률이 99.1%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상수도사업 여건은 노후관 증가, 기후변화로 인한 수질 악화, 인구감소로 인한 급수수입 감소 등으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반면 국민들의 상수도에 대한 요구 수준은 이제 양에서 질로 변화하고 있으며, 인천에서 시작한 이번 수질사고를 통해서도 맑고 안전한 수돗물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발시대의 양적 논리에서 탈피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사업 초창기에 매설된 주철관이 현재까지 주 관종으로 준독점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수도관은 지중에 매설되어 매설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식성이 높은 원수의 수질과 국토의 삼면이 바다인 지형적 특수성은 주철관을 비롯한 금속 소재 수도관의 부식을 촉진하는 요소다. 금속이 녹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어떠한 방식 조치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수도관의 재질별 사용 현황을 보면 최근 우리나라에서 내식성 플라스틱 소재 수도관의 사용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외국에서도 플라스틱 소재 수도관의 사용이 최근 들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제 우리는 녹스는 수도관을 전제로 한 녹물 대책으로부터 인식을 바꿔 녹슬지 않는 수도관, 내식성 소재 수도관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수도관이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된 생명줄이자 중요한 사회기반시설이란 인식을 바탕으로 수도 당국은 수도관의 품질 기준을 엄격히 설정·관리하는 등 수도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워터저널』 2019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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