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해 보험은 재해대비의 기초

최근 들어 자연재해 관련 정책보험들이 각 부처에서 분산 운용되고 있어 비효율성과 중복가능성이 높다는 지적과 함께 풍수해보험의 가입대상 시설물인 축사와 비닐하우스(온실)가 농림시설물이기 때문에 농작물재해보험(농림부)에 통합·운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자연재해 관련 정책보험으로 농작물재해보험과 어선원 및 어선보험, 풍수해보험을 들 수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농작물재해보험법」에 근거하여 운영되는 정책보험으로 태풍, 홍수, 호우와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의 소득감소분을 보상하기 위한 실손(實損)보험이고, 어선원 및 어선보험 역시 「어선원 및 어선재해보상보험법」에 근거하여 보상되는 정책보험으로 어업활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신체상의 재해(상해보험)와 어선의 침몰, 좌초 등으로 인한 재산손해를 보상해 주는 실손보험이다.

실손 보상 보험과 정책 보험

반면 풍수해보험은 「풍수해보험법」에 의해 운용되는 정책보험으로 농작물재해보험과 어선원 및 어선보험과 달리 ‘재난구호 및 재난복구비용 부담기준에 관한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지원단가를 기준으로 보험가입금액이 정해지는 정액(定額)보험이다.

이처럼 각 부처별로 운용되고 있는 정책보험이라 하더라도 도입하게 된 배경과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정책보험에 대해 제기되는 의견과 문제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각 정책보험이 나가야 할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선 농작물재해보험은 WTO체제하에서 농업경영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자연재해로 인한 농민의 소득감소분을 보장해 주기 위하여 도입된 실손보상 형태의 보험이다. 이처럼 농작물재해보험은 현행 생계구호 차원의 국가지원(재난지원금제도)에서 벗어나 자연재해로 인한 농가의 실제 소득감소분을 보전해 줌으로써 자연재해로 인한 경영불안을 해소하고 농가의 소득 및 경영안정은 물론 안정적인 농업재생산활동 보장이 가능해져 농가 스스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고하는 데 있다.

어선원 및 어선재해보상보험은 크게 어선원재해보상보험과 어선재해보상보험으로 나누어진다. 어선원재해보상보험은 어선원 등이 어업활동과 관련하여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사고를 당했을 경우 보상해주는 상해보험으로 어선원의 재해를 신속·공정하게 보상하여 어선원 등을 보호하고자 도입된 보험이다. 반면에 어선재해보상보험은 어선이 해상에서 침몰, 좌초, 화재 등의 사고로 손해를 입은 경우 보상해 주는 재물보험으로 재해를 입은 어선의 복구를 촉진하기 위한 실손보상 형태의 보험이다.

재난 복구 형평성 유지를 위한 ‘복구 부담 기준’

반면 풍수해보험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283종에 이르는 사유시설물의 재난지원금제도를 대체해 나가기 위해 도입된 정책보험이다. 따라서 풍수해보험은 ‘재난구호 및 재난복구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지원기준(지원기준단가, 지원시설물 종류 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특히, ‘재난구호 및 재난복구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사유시설물의 복구에 대한 부담액 산출단가와 가격기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기획예산처장관 및 중앙본부장과 협의하여 고시한 가격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조항은 283종에 이르는 사유시설물에 대한 지원기준간의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풍수해보험의 일부 시설물인 비닐하우스와 축사를 농작물재해보험에 통합시킨다면 나머지 281종(283종 중 축사와 비닐하우스 2종 제외)에 이르는 시설물과의 형평성 유지가 어렵고 무상지원에 익숙한 농민들의 요구에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농림시설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비닐하우스와 축사를 농작물재해보험에 통합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풍수해보험의 성격 및 도입 목적에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책보험들은 관련법에서 정하고 있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운용되고 있다. 특히,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에서 자연재해를 태풍, 홍수, 호우 등으로 정의(「농어업재해대책법」 제2조에서는 농업재해로 냉해, 우박, 서리 등으로 정의하고, 어업재해로 이상조류, 적조현상 등으로 정의)하고 있어 현재와 같이 정책보험을 관련법에 따라 부처별로 운영해 나가되 재난지원금제도가 완전히 폐지되는 시점에서 해당 시설물에 따라 농작물재해보험(예, 농림 및 축산시설) 또는 어선원 및 어선보험(예, 어선 및 수산증양식 시설)으로 통합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풍수해보험은 1차 보험…농작물 재배보험은 2차 보험으로

이렇게 함으로써 정책보험별로 수지상등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고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가입자의 입장에서 실손보상 형태의 보험과 정액보상 형태의 보험을 각각 가입해야 하는 불편이 예상되지만 이는 보험기술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만약, 축사와 비닐하우스를 농작물재해보험에 통합시키기를 원한다면 해당 부처에서 이들 사유시설물을 재난지원금지원시설에서 제외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풍수해보험은 소방방재청에서 공제금액(deductible) 성격의 1차 보험으로 운영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농림부와 해양수산부 등에서 2차 보험으로 운용하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다.

이와 유사한 예로 현재 노동부에서 정책보험으로 운영하고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은 1차 보험(기초보장)이고 산재보험의 보상범위를 초과하는 손실부분에 대해서는 산재초과담보특약 형태(2차 보험)로 민영보험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만약, 축사와 비닐하우스가 농림시설이기 때문에 농작물재해보험에 통합시켜야 한다면 산재보험 대상 업종 중 석탄광업 관련 종사자에 대해서는 산업자원부에서, 건설업 또는 자동차여객운수업 종사자에 대해서는 건설교통부에서 산재보험을 각각 운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국내 모든 업종에 대한 산재보험을 노동부에서 관장하고 있다. 이것은 시설물에 따라 보험운영주체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법률에 따라 정책보험이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보험이론적 측면에서 볼 때 283종을 하나의 정책보험으로 포괄·운영해야만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위험평균화가 가능하고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수의 법칙 : 주사위를 던져 1의 눈이 나올 수학적 확률은 6분의 1이지만, 실제로 주사위를 6번 던져보면 각각의 숫자가 한번씩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던지는 횟수가 많아질 수록 점점 수학적 확률에 가까운 결과가 나타난다. 이처럼 우연히 벌어지는 무작위의 사건도 자료 수가 많아지면 일정한 경향을 갖는데 이러한 성질을 대수의 법칙이라고 한다. 대수의 법칙은 우연한 사건이 일어날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보험업의 중요한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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