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전과 한-미 FTA 협상

   
▲ 이규용 환경부차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17개월이라는 긴 노정을 거쳐 지난달 30일 서명됐다.

지난 4월 2일 협상타결 선언 이후, 기존 합의에 보다 강화된 환경 및 노동 규범이 포함돼야 한다는 미국 의회의 입장에 따라 양국 정부는 2차례의 추가협의를 통해 보다 강화된 환경보호 장치를 가진 한-미 FTA 협정문을 탄생시켰다.

상품·서비스·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경제발전의 기반을 제공하기 위한 경제협정으로 이해되는 FTA에 환경문제가 핵심의제로 부각돼 추가협의까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다소 생소하게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FTA가 보다 나은 삶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며 환경보전 없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FTA협상에서 환경논의의 필요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추가협의를 통해서 환경훼손 우려에 대한 더욱 강력한 보완장치가 마련됐다. 추가된 협정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국제환경협약 상의 의무이행이 더욱 강화된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에 합의된 환경협정문은 주로 국내 환경법의 철저한 이행에 초점을 맞추어 구성되었었다.

이번 추가협의를 통해 ‘습지보호를 위한 람사협약’,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보호를 위한 CITES 협약’ 등 7개 주요 국제환경협약의 철저한 이행의무가 추가됐다.

이는 국내 환경법뿐 아니라 국제 환경법의 이행의무를 천명해 친환경적인 FTA를 실현하겠다는 양국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무역과 투자유치를 위해 환경보호 수준을 낮추어서는 안 된다는 의무조항을 추가했다. 자유무역과 투자는 촉진하되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발전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경협정문상의 의무에 대한 보다 강력한 이행 수단을 확보하는데 합의했다.

모든 환경의무를 일반통상조항의 의무와 동일하게 간주하고, 위반할 경우 무역보복까지 가능한 일반분쟁해결절차를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일반분쟁해결절차의 도입이 혹시 우리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분쟁해결절차는 기업이 분쟁당사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국가 대 국갗 분쟁만 가능하고 무역·투자에 실질적인 영향이 있는 경우에만 분쟁해결절차를 활용한다는데 양측이 합의했기 때문에 실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하겠다.

히려 환경보호를 국가 주요정책으로 표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는 추가협의 결과가 환경보호수준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기회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미 FTA에 포함된 환경협정은 현재까지 우리나라가 타결한 환경협정 중 가장 포괄적이고 강력한 환경보호 규범과 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환경적으로 높이 평가할 수 있는 협정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제도적 장치가 그러하듯 향후 어떻게 이를 이행하고 운영하는가가 제도를 마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과제다.

그간 우리는 대외적으로 최대한의 국익 확보라는 관점에서 협상을 진행하였고, 대내적으로는 끊임없는 토론과 의견교환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모색해 왔다.

그 산물로 이번 한-미 FTA가 탄생했다. 이제는 더 이상의 갈등보다는 한-미 FTA를 통해 자유무역 확대와 환경보호가 조화를 이루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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